흔히 역사속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우리는 역사적으로 당연한 일들을 종종 무시하곤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화폐의 역사가 아닐까싶다. 화폐의 변화는 왕국의 흥망성쇄과 깊은 관계가 있고 어떤 나라도 영원하지는 못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 (달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나 유럽연합의 유로화가 대표적이다. 기축통화라는 것이 국제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의 지위는 크게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달러화를 포함한 세계의 모든 통화에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디지컬화폐가 바로 비트코인 (bitcoin)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터넷 아이디를 가진 사람(혹은 단체)가 2009년에 시작했다. 추측컨대 처음에는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약간의 수학과 컴퓨터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이 돈을 ‘채굴’할 수 있었다. 한번에 25비트의 코인을 얻을 수 있다. 마치 금이 돈으로 유통이 되는 중에 새로운 금광을 발견하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는 이 코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런데 이 디지컬 머니가 유통이 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믿게 된 것이다.아직은 거래매장이 천여곳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캐나다에는 일반화폐를 주고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ATM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2009년에 비트코인이 처음 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그 가치가 불과 1-2달러에 지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800달러를 넘어섰다. 거래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수수료가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크레딧카드 보다 훨씬 저렴하고, 국경을 초월해서 이동이 자유롭다. 모든 거래내역은 익명화된 인터넷 아이디를 통해서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다. 투명성이 확보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다른 화폐에 비해서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전체 통화량이 2,100만 비트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수년간 채굴이 가능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프로그램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즉,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없다. 그리고 개별 국가나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제화폐로서의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이 화폐가 과연 달러나 유로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화폐가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그 가능성이 상당히 작다. 왜냐하면 2100만 비트라는 고정된 통화량은 이 화폐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화폐를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통화가 공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인당 1비트만을 가지고 있더라고 2100만명만 돈을 소유할 수 있다. 지금 세계인구는 70억이고, 이 화폐가 통화량을 늘리지 않는한 비트코인은 단지 비싼 수집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달러화가 1971년에 태환 화폐를 스스로 포기한 이유 중에 하나도 기축통화로서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원유를 구입하기 위해서 달러를 사용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곳에서 불법무기상이 거래를 할 때에도 달러를 사용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을 확보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현재 중국이나 유럽연합이 달러화의 자리를 넘보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축통화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그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미국의 달러가 지속적으로 그 가치를 잃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가장 인기있는 화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역적인 달러대체 현상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게는 전쟁이나 테러만큼이나 커다란 위협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화폐가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은 크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 또한 크다.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미국이나 일본에서 화폐를 무제한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은 결국에는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고 비트코인과 같은 새로운 대안화폐의 출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미국은 현재 속칭 카드의 돌려막기와 같이 새로운 빚을 얻어서 기존의 빚을 갚고 있다. 원금상환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서 돈을 빌어오기가 힘들어지면 결국에는 되돌릴 수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빚을 청산해야하지만 현 정책의 방향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마치 미국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영원토록을 돈을 빌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인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