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선 소장
(Photo : 기독일보) 아시안 약물중독 치료서비스 이태선 소장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고 추측과 억측을 통해서 상대방을 그저 헐뜯기 위한 음해성 인신공격은 이미 대화를 하자는 의도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편견과 미움을 표출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좌절감이라고 보아야 한다.

소위 배웠다라고 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여의도에서 보여주는 투쟁중심의 대화방식을 바라다보는 사람들은 제각기 한탄하며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일갈(一喝)하는 것이 풍습화 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정서는 비단 그들만의 것이라기보다는 오늘 대부분의 한국인의 정서에 녹아있는 일상적 대화의 패턴이 아닐까 싶다. 일단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보이게 될 때 인내심을 쉽게 잃어버리며 좋았던 관계를 하루아침에 허물어 버리려는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른 견해에 대한 이해와 타협보다는 일단 상대를 부정하고 자기를 방어해야한다는 강박이 숨어있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 흐르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서의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테면 우리의 언어가 대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격하고 반박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한국의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며 '귀태(鬼胎)' 즉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는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로 저주의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한 정치인이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자신의 적개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한나라의 대통령에 퍼붓는 인신공격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 만큼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언어폭력은 사람들 사이에 더욱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부부간의 갈등에서 역시 물리적 폭력에 의한 전통적 개념의 남성에 의한 일방적인 가정폭력의 성격에서 다소 변화되어 이제는 여성 역시도 남성의 물리적 폭력수준 이상의 치명타를 가하는 언어적, 정서적 폭력의 양상을 나타내는 쌍방 간의 분노와 적대감은 이전에 흔히 말했던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다" 라고 치부하는 가족 간의 의견충돌의 수준이 아님이 요즈음 상담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심각한 현상이다.

언어적 폭력으로 부부간의 금이 가고 오랜 세월 서로가 그 적개심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적절한 조언과 개입이 없을 때 그야말로 일찌감치 호미로 메울 것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아무리 부부라도 서로에게 너무도 심한 언어폭력을 일삼으며 살아갈 때 생각 없이 던진 자신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 배우자에게 얼마나 커다란 마음의 상처와 분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인지 진정으로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또한 오랫동안 신뢰와 정을 나누며 관계했던 사람들이 상황적인 이유로 서로가 다른 견해를 갖게 될 때 '믿었던 사람이 그럴 수 있는가?'라며 심한 좌절감과 적대감을 갖기 보다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라며 지금까지의 자신이 경험했던 관계에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태도가 오랫동안 간직한 소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건강한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일단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해서 차분하게 표현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미 자신도 모르게 언어폭력이 대화의 패턴으로 자리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지도 않은 채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느낌의 부풀림 등을 통해서 싸우려고만 하는 일종의 정서장애를 보여주게 된다.

보기에는 멀쩡한 우리들의 모습에서 건강한 대화가 불가능한 정서장애는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학대와 억압, 그리고 역기능적인 가정의 문화에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의견 등을 묵살 당하며 성장했을 때 형성되는 심리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대화의 단절은 근본적으로는 가정의 대화가 건강함을 유지할 때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내 자신의 심리를 돌아보며 가정 안에서 건강한 대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자.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합리적인 사고를 길러주는 좋은 부모가 되어보자. 그러한 노력이 우리사회를 변화 시키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