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전우택 교수) 평화포럼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Ⅱ'이 7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기독교적 고찰'을 조동준 교수(서울대), '반공 이데올로기의 문제와 화해의 신학'을 고재길 교수(장신대), '북한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와 기독교적 성찰'을 전우택 교수(연세대)가 각각 발표했다.
전우택 원장은 발표에서 '두 얼굴의 북한'을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사회심리적 측면의 여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제시했다. 전 원장은 "각 키워드들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를 갖지만, 각 키워드들이 서로 연결돼 상호 작용을 일으키면서 북한적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여섯 가지 키워드와 기독교적 성찰
북한이 '두 얼굴'인 것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어린이들이 굶어죽고 있어 해외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인 동시에 새로운 젊은 지도자가 유원지 시설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라,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 처형이라는 세계 최악의 인권 상황을 가진 나라인 동시에 김정일의 죽음 앞에서 많은 인민들이 자기 부모가 죽은 것 같은 통곡을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과 동상으로 가득찬 전근대적 국가이면서, 전세계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할 만큼 IT 분야나 미사일 개발 수준이 국제적인 현대적 국가이기도 하다.
전 원장이 제시한 첫번째 키워드는 '권력욕과 그에 따른 우상화'이다. 그는 "북한 이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공산주의 사상 또는 주체사상이 아니라, 지도자들의 권력욕"이라며 "그들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산주의 사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로는 "십계명 중 제1계명은 인간이 자기 밖에 있는 사물이나 자기 자신을 '힘과 의미를 가진 절대적 존재'로 받드는 행위를 금지한 것으로, 북한 지도자들의 우상화는 인류 역사상 새로운 게 아니다"며 "타락한 인간이 권력에 대해 갖는 욕망을 인간 스스로 통제하기는 근본적으로 어렵고, 기독교 신앙은 모든 형태의 우상 숭배를 거부한다"고 풀이했다.
두번째 키워드는 '생존욕과 그에 따른 굴종'이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생존욕이 북한에서는 필사적으로 당과 국가에 대한 굴종 등으로 노력해야 겨우 최소한 충족된다는 것. 이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이 땅에 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생존욕'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기독교를 극단적으로 탄압하는 것"이라며 "북한 당국은 보통 인민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신앙인들을 다룰 수 없음을 꿰뚫어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번째는 '주체사상과 그에 따른 명분'이다. 북한은 당의 지도원리가 아니라 지도자들의 우상화를 위해 주체사상을 이용하고, 이는 물질적 빈곤을 참고 인내하도록 하는 일종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그는 "성경은 가난과 질병, 죽음 등 인간의 모든 문제들이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로 유래하고, 궁극적 해결은 인간이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가 하나님과 하나가 됨으로써 가능하다고 가르친다"며 "부요하신 자였지만 스스로 가난하게 되셨고 '떡으로만'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체사상의 물질론과 지도자론은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네번째로 이데올로기와 인간의 근본 도덕성, 김일성 등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하나로 연계시킨 '인간적 도리와 그에 따른 혼동'에 대해서는 "과거 나치에서도 사용됐던 방식으로, 민족주의와 인간의 보편적 선을 연결시켜 사람들에게 흥분과 확신을 줄 수 있는 힘을 갖는다"며 "그러나 성경은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로서 인간의 보편적 도덕의 의미와 한계를 분명히 하고, 어떤 이데올로기나 체제가 보편적 도덕이나 일반적 덕목을 압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며 더구나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정치적 생명체로 영원히 살도록 하는 것은 또다른 우상화"라고 비판했다.
상호감시와 신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탈을 방지하게 하는 '통제와 그에 따른 처벌'이 다섯번째 키워드이다. 전 원장은 "이러한 목표를 위해 공산주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 이기심이고, 절대 권력과 폭력성으로 이를 다루려 했다"며 "문제는 그 폭력성과 권력을 가진 존재들이 스스로의 악으로 더 큰 불평등과 착취를 만들어내는 자기모순으로, 기독교는 인간이 근본적인 이기심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방법, 즉 자기희생과 기쁨으로 연결되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으로 말미암은 성령의 역사'를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키워드인 '계급과 그에 따른 차별'은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어느 체제보다 엄격하고 세분화된 계급 및 세습사회를 이뤘다는 내용이다. 그는 "초대교회는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모두 '한 형제·자매'로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당시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줬다"며 "기독교 신앙은 '더 높은 자가 낮은 자를 섬기라(마 23:11)'고 가르친다"고 밝혔다.
◈"통일을 통해 하나님 만나는 영적 집단으로 완성돼야"
이후에는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제언했다. 전우택 원장은 "북한은 '하나님 없는 인간'의 비참함을 인류에게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이자, 애통하는 마음을 갖지 못할만큼 강퍅해진 남한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경종"이라며 "그러나 가장 첨예한 대치를 하고 체제적으로 가장 큰 상호 증오를 하고 있는 남북한이 하나된다면 인류가 역사 속에서 체험했던 몇 번의 거대한 정신적 혁명들과 같은 수준이 벌어지고, 그것이 기독교 신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위대한 영적 대각성의 변화를 인류에게 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어느 시대이든 시대의 문제는 인간의 죄성과 한계를 뚜렷하게 반영하고, 우리 시대의 분단과 통일 문제 역시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 불완전성, 그 해결을 향한 오만과 독선, 증오와 잔인성 등이 점철돼 분단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넘어 통일을 향해 나아가려면 한국교회가 분명히 지금의 문제가 갖는 본질적 원인을 분명히 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먼저 복음에 대한 충실성이 엄격히 점검돼야 하고, '인간과 사회의 고통에 대한 해결책'으로서의 기독교 신앙을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통일 문제를 한국 기독교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기독교는 언제나 세상 속의 기독교로 존재해 왔고 세상의 모든 현상을 신앙적인 눈으로 분석한 후 기독교의 대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고 움직여 왔는데, 한국교회는 이제 통일이라는 과제를 통해 신앙을 다시 돌아보면서 가난한 자들에 대한 섬김과 선교에 대한 해석, 복음에 대한 이해와 젊은이들의 비전, 은퇴자들의 활동 등을 모두 연결시켜 하나님을 만나는 영적 집단으로 완성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