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인사들이 정부를 향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종교계 인사들이 정부를 향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14일 남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것을 두고, 교계 주요 인사와 기관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종교인들과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는 이번 회담에 대해 "그동안 종교인들의 목소리와 대부분 국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라 보고, 크게 환영한다"며 "개성공단 정상화에 그치지 말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이 다시 이루어지는 등 그동안 적대적이고 경색돼 있었던 남북 관계가 화해와 평화, 통일로 가는 하나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인도적 지원이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는 사실 에베소서 1장 10절("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에서 보듯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해와 평화와 통일은 기독교인들에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고 하나님의 궁극적인 섭리"라며 "성경의 목표는 구원에 그치질 않고, 그 종착역은 화해와 평화와 통일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남북 지도자들을 향해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정치를 초월해서 인도적 지원을 최대한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인도적 지원과 함께 화해와 평화를 이뤄내 역사에 남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며 "서로 차이가 있지만, 차이가 없는 나라나 민족은 없으니 가치관에 차이가 있어도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서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남북간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지름길을 만들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에게는 "그동안 정치적 상황에 의해 다른 길이 없어 극단적인 길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폭넓은 관점을 갖고 남한과 대화도 하면서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목사는 "종교인들도 이단이나 미신이 아닌 '고등종교'라면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기 마련이고, 일제시대 3·1운동을 일으킨 선배들부터 그 염원이 이어져 내려왔다"며 "그동안 잘못도 많이 하고 싸우고 갈라졌던 일도 있지만,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에 생명을 바치고 제물이 되겠다는 각오로 남북 화해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의 화해와 평화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는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줄 것 다 주면서도 항상 '을(乙)'의 입장에 서 있어 보여 국민들 기분이 좋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유지한 결과라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우리 정부가 지금처럼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북한을 도울 자세가 돼 있다'는 대통령의 입장은 기독교의 입장과 같다고 본다"면서도 "식량지원은 '무조건적인 것'보다는, 서독이 동독에게 한 것처럼 '식량을 얼마 지원하면 몇 명을 보내주는 식'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북한을 지원하면서, 이제는 성경만 갖고 있어도 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처형당하는 반기독교 정책을 폐지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에는 그저 교회도 지어주고 식량도 퍼주면서 북한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달러 박스'처럼 생각하게 했는데, 이제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돕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라며 "특히 북한은 이제 공산주의조차 포기하고 '왕조'로 가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나홍균 목사)도 15일 '남북 당국의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환영하며'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기장 총회는 "여러 차례 남북 간 전쟁의 위기와 갈등의 고비들을 넘기며 남북의 새 정권이 실질적으로 이루어 낸 첫 합의라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며 "특히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 재발방지 주체로 북측만을 적시하자는 주장을 남측이 접고 남북 공동으로 수용한 것은 남측 당국이 어머니 품과 같은 보다 너른 가슴으로 이해와 양보의 미덕을 보여 민족 화해와 통일로 한걸음 더 나아간 일이라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개성공단은 단순히 경제적 의미의 공단만이 아니라, 북한의 정예 군사력을 공단 후방으로 물린 안전공단이요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자 하는 남북한 국민들의 여망이 응축되어 있는 평화공단이자 존재 자체로 한반도 내에서 이미 이루어 낸 통일공단"이라며 "향후 어떠한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운영된다는 남북 당국간 합의는 남북관계의 보다 발전적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고, 평화를 향한 더 큰 남북간 약속과 실천을 향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