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국내외 종교 지도자 및 단체들과 접촉점을 더욱 늘려갈 방침이다. 국무부는 7일 행정부 내에 ‘신앙 공동체 사무소’(Office of Faith-Based Community)를 신설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존 케리(John Kerry) 국무장관은 “국무부가 매일의 업무에서 밖으로 눈을 돌려, 많은 종교 지도자 및 공동체들과 연대해 관계성을 굳건히 하길 바란다”면서 “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으로 또는 우리가 함께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헌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웨슬리신학대학교 기독교 윤리학 교수인 숀 케이시(Shaun Casey) 박사가 이 사무소의 책임을 맡게 될 예정이다. 종교와 정치 분야 전문가인 케이시 박사는 지난 2009년 ‘1960년 대선과 종교’란 책을 저술했다. 2008년에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두 사람이 친분을 맺기 시작한 2005년 당시를 회상하면서 “나는 종교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이었고, 케이시는 정치에 관심이 있는 신학자였기 때문에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오늘날 그가 대학에 있었다면, 그는 ‘비교종교학’을 전공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 대한 결정, 고민, 우리가 하는 일들이 여기에 다 통합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시 박사는 “당시 일각에서는 종교가 모든 것을 병들게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종교에 구원이 있고 종교를 통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유명 인사들은 종교 단체가 지닌 잠재적인 능력을 많이 인식하지 못했다. 종교 단체들은 가난에 대해 언급하고,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인신매매와 싸우고, 분쟁을 조절하고, 평화를 조성해 왔다. 그러나 일부는 종교가 극단적인 폭력을 일으키고, 신앙의 이름으로 이를 정당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늘날 정책적인 맥락에서 종교 단체들과 연계하는 것은 내게 매우 유익하고 깊은 중요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신앙정책실(the White House Office of Faith-Based and Neighborhood Partnerships) 멜리사 로저스(Melisa Rogers) 회장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녀는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종교가 가진 힘을 보아 왔다. 미국에서 우리는 종교 지도자들이 악습의 폐지, 시민의 권리, 빈곤 퇴치 등을 위해 다른 이들과 함께 연합하는 것을 보아왔다. 이를 통해 미국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비슷하게 전 세계의 종교 지도자들과 사회 지도자들은 보건 문제부터 교육, 분쟁 조정에 걸친 다양한 이슈에 있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더욱 평화적이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돕는다. 물론 우리는 종교가 폭력 및 공동체 불안정을 야기하는 데 남용되었던 시기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저가 밝힌 새로운 사무소의 3가지 목표는 ▲지속적인 발전 모색 ▲다원주의·인권·종교자유의 신장 ▲폭력적인 분쟁 다루기 등이다.
케리와 로저스는 새로운 사무소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국무부 직원들에게 종교 지도자·단체들과 어떻게 소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지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