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식사 중 한국 TV 방송에서 초대받은 게스트가 제발 낙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열을 올리며 말하는 것을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유명 장소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만리장성에도, 유럽의 파리 에펠탑을 비롯한 오래된 교회당에도, 미국의 관광명소에도, 오죽 했으면 ‘낙서 금지’를 호소하는 표시판을 한글로 써서 붙여놓았겠냐는 것입니다. 아마도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이란 말처럼 자기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은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런 방법으로 자기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미숙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은 (마16:24)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이름 석 자를 예수님 십자가 뒤에 감추는 것이 하늘나라의 존귀한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오히려 사람에게 보이려고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시며, 구제든, 기도든, 금식이든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거나 사람에게 영광을 받으면 그들은 이미 자기 상을 받은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마6:1,2,5,16) 미숙한 사람들이 관광명소에 자기 이름을 낙서하듯이 우리 이름을 사라질 세상에 남기려고 끌려 다니는 미숙한 신앙이 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성도를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마귀는 끊임없이 우리를 시험합니다. 주의 이름으로 행하는 우리의 수고와 봉사와 헌신을 막을 수 없는 거짓의 아비인 마귀는 끊임없이 우리 마음에 ‘네가 이렇게 하면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거야, 그 일을 하면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거야, 이 일을 통해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게 될 거야!’ 속삭이며 시험합니다. 그래서 봉사와 헌신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박수 받지 못하면 한 순간에 섭섭하고 원통하여져서 결국 모든 것이 다 무너지게 합니다. 봉사하고 헌신하고 나서 섭섭해지면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복수심(?)에 불타서 엉뚱한 사고를 치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성도를 넘어뜨리려는 마귀의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 받는 것이 봉사와 헌신의 본질은 아닙니다. 정말 주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인정과 칭찬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영원한 하늘나라에 기록된 이름인 것을 믿는 성숙한 신앙은 휘둘림을 당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교구와 구역, 기관의 한 분 한 분이 아세안 총회 선교사 가족들을 잘 섬기고 계십니다. 또 단기 선교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헌신하십니다. 다들 이제까지 열심히 잘 하셨습니다. 그럴수록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귀가 너의 이름을 낙서로라도 남기라고 유혹하는 시험입니다. ‘너 그렇게 열심히 봉사하고 헌금했는데 왜 교회가 너를 알아주지 않니? 네가 그렇게 열심히 수고했는데 왜 사람들이 네게는 박수를 쳐주지 않니? 네가 교회를 얼마나 오래 다녔는데, 네가 수고한 것이 얼만데, 왜 너는 이번에 안수집사, 권사, 장로 추천이 안 되었느니?’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일이라는 진정한 증거는 예수님을 위해 자기를 부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가 아니라 타인이 칭찬하는 신앙생활이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영광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잠27:2)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외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
우리 이름을 낙서판의 이름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이름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은 실수가 없으십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