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62)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된 뒤 극도의 혼란과 분열을 겪고 있는 가운데, 1년 전 선거 당시 콥트 기독교인 대부분이 무슬림형제단의 협박으로 인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집트 출신 유세프 마이클(Michael Youssef) 목사는 8일 미 교계 언론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유세프 목사는 "무르시 대통령 축출 사건은 북부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에겐 오히려 잘된 일"이라면서 "당초 대통령 선거 시 무슬림형제단의 협박으로 인해 콥트 기독교인 대다수가 선거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들에게 투표하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협박해 방해공작을 펼쳤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애틀랜타에서 성도수 3천여명 규모의 사도교회(Church of the Apostles)를 개척 시무하고 있다. 

유세프 목사는 이집트 현지인들의 말을 인용, 무르시 전 대통령은 내각 고위 관료에서부터 하위 관료에 이르기까지 점차 이슬람주의자들로 교체해 나갈 계획을 갖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으며, 실제로 재임기간 중 관료들 가운데 이슬람주의를 따르지 않는 자들은 제거하고 이들을 대신해 무슬림형제단원들을 지명해 앉혔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에서는 2년 전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낸 '아랍의 봄' 이후 민선에 의해 당선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전격 축출됨에 따라, 무르시의 지지 기반이자 이슬람의 주요 세력인 무슬림형제단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이슬람 학자인 하산 알반나가 일종의 이슬람 부흥운동 조직으로 이집트에서 창설했다. 이후 알제리, 요르단, 수단 등으로 세력을 넓혀 현재는 리비아, 튀니지 등에도 조직을 두는 등 아랍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단체의 목표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지배하는 국가 설립을 표방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대통령의 지위에 오른 무르시는 그간 무슬림형제단과 패착해 권력을 독점하면서 이슬람 정권 수립에 대한 야욕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무슬림형제단 지도자들은 공적 행사에서 종종 국정 관련 주요 정책을 발표하거나 연설을 함으로, 무슬림형제단의 지도부가 실제 국정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샤리아를 명시한 새 헌법 초안을 통과시켜 콥트 기독교인 등 소수 종교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대판 파라오 헌법'이라 불리는 이 선언문에는 '이슬람은 국교', '아랍어는 공식 언어'라고 규정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무르시 축출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 간 대립의 연장선" 해석해야 

이러한 가운데, 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전호진 박사는 앞서 "이집트 사태를 비롯한 아랍 문제에 대해 자칫 정치, 경제적 혼란으로만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종교, 문화적 측면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아랍 스프링 : 봄인가 겨울인가>를 펴낸 전 박사는 세미나에서 "아랍 세계는 아직까지 종교가 우선이다. 모든 것에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잣대를 들이댄다"며 "아랍의 봄 이후 아랍의 정체성이 무슬림 정체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랍의 봄은 종교적 관점에서 관찰, 해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 박사는 아랍의 봄 이후 아랍국가에 나타난 주요 현상으로 세속화 경향과 이슬람교의 분열을 꼽았다.

한편, 조선대 송경근 교수 역시 무르시 축출 사태에 대해, 세속주의-이슬람주의 세력간 대립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집트에서는 지난 세기 이래로 세속주의 진영과 이슬람주의 세력간 대립이 계속돼 왔다"면서 "아랍의 봄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세속주의의 두 축인 군부·자유주의자들과 무슬림형제단의 끊임없는 견제와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축출 사태를 주도한 세속주의자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정치 판도는 변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송 교수는 이어 "그들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이슬람 세력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주의 진영의 스펙트럼 선상에서는 비교적 온건한 제도권 정치집단"이라며 "이번 쿠데타에 동조한 알누르당과 같은 '살라피스트'를 비롯해, 훨씬 과격하고 근본주의적인 세력들도 존재한다. 세속주의자들이 실패할 경우 무슬림형제단보다 더 강경한 이슬람 세력이 이집트를 이끌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