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Photo : 기독일보) 이성자 목사.

우리 교회 가정 사역 위원회에서 지난 2달간 부부교실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을 수료한 부부중 5 커플이 서로에 대한 결혼 서약을 새로이 하는 글로리 웨딩을 갖습니다. 결혼 생활 20년 내지 30년을 함께 한 커플들이 다시금 신혼을 맞이하듯 결혼관계를 새로이 하겠다고 배우고 연구하고 기도한 끝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주례를 해보았지만 이번 글로리 웨딩을 주례하는 제 마음에는 더 깊은 감동이 서려옵니다. 이들 부부는 이미 결혼이 무엇인지를 알만큼 충분히 아는 분들로서 결혼에 대한 핑크빛 환상이 깨어진지 오래되었고 결혼의 실제적 의미를 깨달은 분들일 것입니다. 때문에 그들의 결단은 어떤 면에서 더욱 진지하고 심각할 수 있다고 보겠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이번 글로리 웨딩은 보다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결혼 생활을 18년간 해 보았습니다. 남편이 소천하기 직전, 저는 자주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결혼 생활이구나. 이 사랑은 신혼의 사랑에 비할 바 없이 깊은 사랑이고, 20대 청춘남녀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이고, 이 무조건적 신뢰 관계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동안 결혼생활의 모든 어려움들을 인내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 당시 저는 자주 그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이런 귀한 배우자를 제게 허락하셨습니까? 이 사람을 제게 보내주신 하나님,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립니다." 아마 그 당시 글로리 웨딩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저도 그 웨딩에 참여하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18년이 지난 후 제가 깨달은 결혼의 의미는 20대 신혼을 시작하던 당시의 결혼관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20대 저는 결혼의 80%가 사랑과 낭만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결혼관계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 가장 중요했고 매력있는 배우자가 서로에게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하나님보다 서로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결혼에 대한 막연했던 꿈과 기대를 매정하게 거두어버리시고, 매력과는 거리가 먼 인간적인 연약함 내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날마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삶의 실제적 문제들에 부딪치게 하셨습니다. 많이 다투었고, 울었고 결혼을 후회했던 무수한 날들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무릎을 꿇으며 나아갔습니다. 우리를 부부로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을 믿기에, 끝까지 인내하기를 결정하고, 무조건 신뢰하기를 선택하며, 순종과 용서를 결단했습니다. 날마다 죽는 연습을 하는 18년이 지난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구경만 하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중매해주신 분답게 책임을 다하시며 신실하게 결혼생활을 지키시고 축복하셨습니다. 때로는 극적으로 우리의 관계 가운데 개입하셨습니다. 손으로 하는 것마다 형통케 해주셨습니다. 함께 역경을 이기며 승리하는 감격을 주셨습니다. 가정에 생기와 웃음과 기쁨을 주셨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마음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18년의 결혼 생활 후, 저는 결혼이 예수님 안에서 무조건적인 순종과 인내와 신뢰와 용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성경이 말씀하는 아가페 사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가페 사랑은 20대 신혼의 사랑과는 비할 바 없이 견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저는 정말 행복한 아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저는 그리스도인들의 결혼에 상당히 낙관적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결혼상담할 때마다 당신들의 결혼에는 놀랍도록 멋진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결혼이 하나님의 고귀한 선물임을 일깨웁니다.

글로리 웨딩을 안내하기 위하여 가정 사역 위원회가 보내온 메일중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정 하나님 안에서 우리의 만남에는 소망으로 가득한 새로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씨를 뿌리고 물을 주지만 자라게 하시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본래 결혼의 목적은 부부의 하나됨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성도의 하나됨을 가르치고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부디 이번 글로리 웨딩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보다 온전한 연합의 꽃을 피우고 열매맺게 하심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복된 가정들이 세워지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