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열린말씀 컨퍼런스를 마치고 엘에이로 돌아오는 길은 컨퍼런스 중 받은 은혜와 상관없이 집 떠난 피로가 몰려와 온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삼엄한 공항 경계를 통과하여 드디어 기내에 타서 몰려오는 잠을 청하며 가족과 교회를 향하여 날아가기를 한 시간쯤 했을까, 갑자기 내 앞에 앉은 손님이 까무러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승무원들이 비상의료 기구를 동원해서 처치를 하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는지 드디어 기내방송을 하면서 승객 중 의사나 간호사가 있으면 와달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목사가 있냐고 찾지는 않았다.(웃음)
마침 의사 한 분이 걸어 나오더니, 청진기를 들이대고 진찰을 한다. 환자에게 이런 저런 질문도 던져본다. 그럼에도 환자는 계속 무반응이었다. 그러던 중 자기가 간호사라며 한 여자 승객이 돕겠다고 다가왔다. 의사는 승무원에게 산소호흡기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더니, 갑자기 환자를 좁은 기내복도로 끌어내려 눕혀놓고, CPR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그 순간이 절박하던지 바로 뒤에서 기도하며 지켜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러다가 환자가 죽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2-3분 흘렀을까, 한 시간 같이 느껴진 짧은 시간이 지난 후, 환자는 호흡이 돌아 오는 듯했다.
이 와중에 급한 기내방송이 시작되었다. 승객 중 한 사람에게 닥친 위급상황으로 비행기는 시카고에 급착륙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환자는 정신도 돌아오는 듯했고, 옆에 앉은 간호사와 대화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비행기는 시카고 공항에 착륙했고, 패라메딕스들이 잠시 후 기내에 오르더니, 환자를 부축해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나서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기내의 모든 승객들은 환자를 살려낸 의사와 간호사에게 “잘하셨어요”라고 말하며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정말 감동이었다.
그 후 약 3시간 가량 시카고 공항에 머물러 있다가 다시 이륙했지만, 기내에 타고 있던 어떤 승객도 비행시간이 지연된 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한 생명을 살려낸 일이 의사나 간호사, 그리고 바로 뒷자리에서 기도하던 목사에게만 달려있던 일이 아니라, 기내에 타고 있던 모든 승객들이 한 일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교회에 더해지는 새생명은 결국 우리 모두가 같이 해야할 일임을 가르쳐 주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