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나비의 꿈은 중국의 철학자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에서 착상을 얻었다. 그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어느 날 장주(장자)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나비가 되어 훨훨 유유히 날아 다니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깨닫지 못했다.
문득 깨어나 보니 틀림없는 장주가 아닌가! 도대체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을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일까? 라는 철학적 질문인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말 장난같고, 조금 깊게 생각하면 무슨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을법한 아포리아(aporia)이다.
그러나 장자는 후대인들에게 풀기 어려운 스핑크스식 퀴즈를 낸 것이 아니다. 우선 쉽게 이 명제를 풀려면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것이다. 그는 훨훨 날아 다니는 나비의 여유로움을 부러워한 것이다. 장자뿐이겠는가? 수영을 못하는 자가 대양을 활발하게 헤엄치는 꿈을 꾸는 일이 다반사임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현실에서는 비현실화 할 수 없지만 꿈에선 비현실이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말하자면 현실과 비현실의 장벽을 꿈안에서 허물어 버린 것이다.
아마도 윤이상은 조국의 분단 현상을 장자의 호접몽에서 해결해 보고자 나비의 꿈이란 오페라를 작곡하였을 것이다. 어렸을적 오색영롱한 옥구슬이 하늘 가득히 날아다니는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옥구슬은 내게는 비현실적인 환상이지만 나는 그 환상을 이제껏 소유하면서 살고 있고 그 비현실이 적어도 내 마음속에서는 현실이 되어있다. 아마도 장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이것이 아닐까!
장자가 그의 꿈이야기를 제자들에게 들려주었고 해몽을 요구하였다. 한 제자가 말하기를 "선생님의 이야기는 실로 그럴듯하지만 너무나 크고 황당하여 현실세계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자 장자가 말하기를, "너는 쓸모있음과 없음을 구분하는구나. 그러면 네가 서있는 땅을 한번 내려다 보아라. 너에게 쓸모 있는 땅은 지금 네 발이 딛고 서 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이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너에게 쓸모가 없다. 그러나 만약 네가 딛고 선 그 부분을 뺀 나머지 땅을 없애버린다면 과연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작은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겠느냐?" 제자가 아무 말도 못하고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자 장자는 힘주어 말했다. "너에게 정말 필요한 땅은 네가 디디고 있는 그 땅이 아니라 너를 떠받쳐주고 있는, 바로 네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나머지 부분이다."
그러므로 장자는 꿈속의 비현실조차 현실을 바쳐주고 있는 리얼리티라고 본 것이다. 그가 이같은 예증으로 만물 일원론이나 제물론(齊物論)을 말하고 도가사상의 근간으로 삼고자 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고 나로서는 알 필요도 없다. 다만 그가 호접몽을 빗대어 유가의 비현실성을 꼬집고 현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높이 살만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공맹의 도 보다는 노장사상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꿈을 현실화하는 기적을 오늘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