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멈춤 없이 왔어요. 학위도 목사안수도 기간을 당겼으면 당겼지 늦춰본 적이 없어요. 4대째 목회자 집안의 아들로 목회자로 서원하고 낳은 아들이셨기 때문에 저 역시 목사가 된다는 생각 이외에 해 본적도 없었죠. 사실 애틀랜타로 청빙받아 오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제가 먼저 내려오고 가족들이 오기까지 한달 정도를 교회에서 매일 철야기도하고 숙식하면서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삶'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얼마 전에는 심하게 아프면서 강단에 서기 힘들 정도가 돼버리니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 설 수 있는 것이구나. 그 자리가 너무 큰 축복이구나!'알게 되면서 분주함과 조급함을 버리고 당신만 바라보게 하셨어요."
쟌스크릭한인교회 이승훈 목사에게 애틀랜타는 시카고 목회에 이어 갑작스럽게 시작된 두 번째 도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점이 있다면 두 번 다 부르셨을 때 마음이 '불편했다'는 점이고,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보다 지금, 목회적으로 더 많은 방법과 기술을 갖췄지만 하나님께서 철저히 이 모든 것을 내려 놓는 훈련부터 시키셨다는 점이다. 인터뷰 동안 그는 '하나님 안에 누림'을 반복하며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쟌스크릭한인교회 주보 표지에 가장 눈에 띄는 말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고백이기도 하다.
애틀랜타로 이끄신 이유, 그 분 안에 누림과 회복
아침 일찍 교회에서 만난 이승훈 목사에게 소소한 나눔 이후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왜 오셨어요?'. 시카고 지역에서 그가 섬겼던 교회는 이승훈 목사가 부임한 이후 청년들을 중심으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해 500여명을 아우르는 부흥을 경험했고, 새성전을 구입해 입당을 앞두고 있었다. 인간적인 시각으로 보면 입당만 멋지게 마무리 하면 개척과 비슷한 상황에서 성장시킨 이승훈 목사는 은퇴까지 편안한 목회환경이 보장된 '안전지대'로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마지막 한 걸음을 앞두고 애틀랜타로 오게 된 건 결과적으로 보면 하나님 안에서 누림과 회복을 위함이었다고 한다.
"솔직히 새로운 목회지로 가야 한다면 한국교회로 가고 싶었어요(웃음). 유학 와서 이정도 이민교회를 섬겼으니 어느 정도 '보상'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 영향력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고, 가족들 역시 고향 같은 시카고를 떠난다면 한국으로 갈 것이라고 마음을 정했죠. 애틀랜타로 급선회 하면서 저도 당황했지만, 가족들 역시 혼란스러워했죠. 그렇게 애틀랜타로 와서 아내와 어디를 갔다 시간이 남아 마주앉아 있는데 30분 동안 아무 이야기도 안했어요. 20년 넘게 산 아내는 친구 같은 사람이자 목회의 가장 든든한 동역자인데, 오랫동안 아내와 사역 중심으로만 대화를 해온 것이죠. 시카고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아들 역시 끝까지 그곳에 남겠다고 하다가 얼마 전에 내려왔는데, 그간 마음속 깊이 있던 상처들과 아픔들을 풀어 놓더라고요."
가장 먼저는 그와 그의 가족이었다. 애틀랜타에 와서 비로소 아내와 자녀들에게 있었던 오랜 상처와 아픔들을 깊이 들여다보게 됐고 이를 보듬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보다 먼저 하나님께서는 이승훈 목사에게 잠시 멈추고 당신만을 바라보게 하셨다. 목회가 너무 즐겁고, 성도들을 사랑하는 것이 '자동으로 된다'는 그에게 사역을 위해 목사가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것을 누리고 교제하기 위한 아들임을 알게 해주신 시간들이었다.
항상 '십자가의 길로 가라'고 조언하시던 아버지, 삶과 목회의 로드맵 주신 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더 십자가를 지는 길로 가라'고 조언해 주시던 아버지는 이승훈 목사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멘토였다. 평생을 강직하게 사셨고, 하나님 앞에 부르심을 받는 그 순간 '아 하나님 나라가 보인다'고 고백하시던 아버지에 대해 그는 "목회자라도 두려움이 밀려 올 수 있는 죽음의 순간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다는 게 저에겐 삶의 마지막까지 보여주신 '로드맵'이 됐습니다. 항상 더 좁은 길로 가라고 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이 지금도 제 목회에 중요한 방향입니다"라고 그리움을 얹어 말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4대째 목회자 가문에서 서원 가운데 태어나 어릴 때부터 목사가 되야 한다는 말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한번도 좌로나 우로나 돌아본 적 없이 목사를 천직으로 알고 컸다는 이승훈 목사는 지금 와서 돌아보니 이전의 사역 가운데 은혜가 컸지만 그것이 한계였다고 고백했다.
"시카고에서는 청년들과 처음 신앙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으니 훈련하고 양육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당시에는 그렇게 바쁜 게 그냥 제 일이라고 생각해서 지치지도 않고 해왔죠. 오히려 주변에서 말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사랑하는 것도 병이에요(웃음). 하나님께 묻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절 너무 잘 아는 교역자들과 리더들이 말 한마디면 척척 일을 시작하고 해 내고... 만일 그대로 은퇴까지 갔으면 추해졌을 지도 몰라요. 어느 순간 이것이 제 사역이 되어 버리면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게 되니까요."
2013년 6월까지, 개척멤버 1기다!
40대 젊은 목사가 부임한 이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쟌스크릭한인교회의 발걸음은 제법 빠르다. 3개월 단위로 양육과정인 '예수님의 울타리'가 진행되는데, 지난해 5월에 부임하고 3기를 진행하고 있다. 생각보다 빠른 변화에 성도들 간에 갈등이나 어려움은 없을까?
"지금은 1기를 마치신 분들이 3기생들을 섬기는 상황입니다. 저도 처음 와서 누가 기존에 출석하시던 분이고 누가 새로 오신 분인지 모르니 섬기시면 섬기시나 보다 감사하다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보면 그 분 역시 새로 오신 분이셨어요(웃음). 감사한 것은 기존에 교회를 성실하게 지켜오신 분들이 소위 '터줏대감 노릇' 안 하시고, 새로 오시는 분들과 함께 교회를 섬길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기뻐하세요. 저 역시 올해 6월까지 오시는 분들은 다 개척멤버라고 선포했습니다. 지금까지 최낙신 목사님께서 가나안 앞까지 이끌고 오신 모세 같으시다면, 저는 여호수아처럼 이들과 함께 가나안 땅으로 직접 들어가게 된다고 생각해요."
쟌스크릭한인교회에서 가장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양육'이다. 단순히 이론적인 지식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삶으로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것'이 체험되도록 한다. 101 양육의 삶, 201 제자의 삶, 201 비전의 삶 등으로 양육과 제자훈련이 이뤄지며 여성교우들을 대상으로 '원 플러스 원' 과정을 열어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배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 특이한 점은 주중에 진행되는 양육반에 남자 성도들도 40퍼센트 이상 차지한다는 점이다. 고달픈 이민생활이지만 남편과 아버지로서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을 열면 보이는 '땅 끝',
'열매를 따는 게 아니라 열매 맺을 나무를 심는다'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해 쟌스크릭한인교회는 '교회를 세우는 교회'를 꿈꾼다. 이승훈 목사는 당장의 열매는 거두기 힘들지만 열매를 맺을 나무를 심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우리가 사는 미국은 문만 열면 세계가 들어와 있는 '땅 끝'입니다. 이들에게 가기 위해 교회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여기가 선교지인데 교회를 세워나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 아닐까요? 저희는 목사님들과 교회를 섬기고 싶어요. 목회자가 건강하면 당연히 교회가 건강해집니다. 애틀랜타를 우리의 선교지로 삼아 개척교회에 훈련된 주일학교 교사들을 일년 동안 파송해 섬기고 노하우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이외에도 쟌스크릭교회는 24시간 교회를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있다. 365일 철야기도와 새벽기도로 누구든지 언제라도 기도할 수 있도록 했고, 잘 갖춰진 체육관에 매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운동팀들이 와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앞으로는 방과후 학교, 시니어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한인사회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섬기고자 하는 비전도 품고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으로 가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이르기까지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라이프 센터'가 되길 소망합니다. 모든 세대별로 그 세대마다 갖고 있는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중심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님 나라를 함께 누리고 만들어 가는 삶을 꿈꿉니다."
쟌스크릭한인교회는 7830 McGinnis Ferry Rd. Suwanee GA 30024에 위치해 있으며 주일 오전 9시, 11시, 오후 2시(청년)에 축제예배를 드리며, 365일 오후 10시 30분 부터 철야기도를, 매일 오전 5시 30분(토요일 6시) 새벽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외에도 수요일 오후 8시 파워웨이브 수요예배와 금요일 오후 8시 금요연합예배 등 다양한 예배와 모임이 제공되고 있다. 더 자세한 문의는 전화 770-623-0004, 홈페이지 www.haninchur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