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뮤 이스탄불 총대주교가 교황 즉위 미사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바티칸측이 18일(현지시각) 밝혔다.
정교회 수장이 로마 교회 수장인 교황 취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1054년 동서 교회 대분열(the Great Schism) 후 처음이다. 당시 기독교는 교황의 무오류설 및 실질 수장권 인정 등에 대한 이견 때문에 동방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으로 갈라졌다.
바르톨로뮤 총대주교는 이스탄불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결정은 양측 간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제스처"라고 말했다.
미국 정교회 대외협력 및 교파간 업무를 맡고 있는 레오니드 키쉬코브스키(Leonid Kishkovsky) 대사제는 크리스천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가 가톨릭 교황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면서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의 관계가 향상되고 강화될 것이다. 정교회의 총대주교는 교회 수장으로서, 그의 행동은 정교회 대표성을 띤다"고 설명했다.
키쉬코브스키 대사제는 "두 교회를 하나로 합친다는 전망은 지금으로선 없다"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화 뿐 아니라 협력에 있어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매우 많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에 대한 많은 이슈와 도덕적인 가르침에 있어서,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의 비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르톨로뮤 총대주교는 지난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 미사에 참석하는 등 바티칸을 몇 차례 오간 적이 있다. 또한 지난 2006년에는 베네딕토 16세를 이스탄불로 초청한 바 있다. 한편 바티칸은 그리스어 성가를 부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베드로 대성전 제단에서 첫 기도를 올릴 때 동방교회 고위 성직자들도 참석하기로 하는 등, 다른 교파를 고려한 순서도 즉위 미사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쪽에서 33명이 참석할 뿐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시크교, 자이나교를 대표하는 사절단도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