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진영이 흔들리고 있다. ‘WCC(세계교회협의회) 공동선언문’ 때문이다.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이 선언문 내용이 에큐메니칼 신학과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선언문은 에큐메니칼 진영을 대표하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의 이름이 들어간 채 발표됐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진보 진영 인사들은 이번 선언문의 ‘화합적 의미’엔 대부분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그 선언이 갑작스레 나왔다는 점이고, 선언문이 담고 있는 내용 또한 다분히 -에큐메니칼의 입장에서는- 근본주의적이라는 데 있다. 종교다원주의와 개종전도 등을 해석하는 것에 있어 진보 신학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단순히 ‘○○금지’라는 말로는 이를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기에 진보측 인사들은 NCCK 김영주 총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NCCK는 에큐메니칼 진영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총무는 그 기관의 실질적 수장이다. 그런 총무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선언문에 서명을 해버렸다. 절차와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에큐메니칼 인사들이 분노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현재 이 문제를 두고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은 ‘보수냐 진보냐’
17일 NCCK 실행위에서 ‘WCC 공동선언문’이 논란이 되자 배태진 목사(기장 총무)는 WCC 총회 준비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일부 교단 인사들이 WCC 한국준비위의 직책과 의사 결정을 독점하는 등 전횡을 일삼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번 ‘선언문 사태’ 역시 그런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으로, 지금과 같은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다시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는 게 배 목사의 주장이었다.
그의 말처럼 WCC 총회 유치가 결정되고 준비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일었다.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핵심은 결국 ‘보수냐 진보냐’였다. WCC는 진보 혹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상징과도 같은 세계기구다. 동시에 보수 진영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기구가 또한 WCC다. WCC 총회 유치 이후 지금까지 보수 진영에서 끊임없는 반대운동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과 기름’의 관계라는 표현까지 있다.
그런데 WCC 총회 준비위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다”는 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옳은 말이지만 현실성 없는 말이기도 하다. ‘연합’ 혹은 ‘일치’를 해석하는 것도 보수와 진보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런 말은 그야말로 ‘뜬구름 잡기’에 불과했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불만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이런 답답함을 억눌러왔다. 이것이 이번 ‘WCC 공동선언문’으로 인해 폭발한 것이다.
그러자 WCC 총회 준비를 에큐메니칼 인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도 나온다. 에큐메니칼 정신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이들은 주변에 머물고, 그렇지 못한 인사들이 오히려 전면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방향은
선언문은 이미 발표됐다. 당사자인 김영주 총무는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가 NCCK 총무인 이상 문제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있다.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NCCK 안에서야 이것을 김영주 총무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선언문을 함께 발표한 보수측 대표들은 김영주 총무를 개인이 아닌 NCCK, 나아가 에큐메니칼 진영의 대표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NCCK를 비롯한 에큐메니칼 진영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충격이 큰 것이며, 사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럼 에큐메니칼 진영 원로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먼저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NCCK에는 과거 선배들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들이 있다. 이것이 이번 공동선언문으로 인해 부정될 수 있다”며 “공동선언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NCCK 차원의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강문규 선생(전 WCC 의장)은 “이제 와서 총회 준비를 새로 해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NCCK는 보수 진영과의 화합 정신은 유지하되 WCC의 본질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WCC 총회를 단순히 행사적인 면에서만 준비해선 안 된다. 내용이 중요하고 의미가 강조돼야 한다. 그렇기에 준비 과정에서 신학적 탈선만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일단 NCCK에서 WCC 공동선언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로 한 이상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가능한 한 빨리 이것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선언문 발표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전 협의와 조정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상황이 벌어진 이상 (에큐메니칼 진영이 보수 진영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NCCK가 그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아울러 서 박사는 “(WCC 총회 준비 과정에서) 에큐메니칼 진영 원로들이 자문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은 이번 선언문의 ‘화합적 의미’엔 대부분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그 선언이 갑작스레 나왔다는 점이고, 선언문이 담고 있는 내용 또한 다분히 -에큐메니칼의 입장에서는- 근본주의적이라는 데 있다. 종교다원주의와 개종전도 등을 해석하는 것에 있어 진보 신학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단순히 ‘○○금지’라는 말로는 이를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기에 진보측 인사들은 NCCK 김영주 총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NCCK는 에큐메니칼 진영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총무는 그 기관의 실질적 수장이다. 그런 총무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선언문에 서명을 해버렸다. 절차와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에큐메니칼 인사들이 분노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현재 이 문제를 두고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은 ‘보수냐 진보냐’
17일 NCCK 실행위에서 ‘WCC 공동선언문’이 논란이 되자 배태진 목사(기장 총무)는 WCC 총회 준비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일부 교단 인사들이 WCC 한국준비위의 직책과 의사 결정을 독점하는 등 전횡을 일삼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번 ‘선언문 사태’ 역시 그런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으로, 지금과 같은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다시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는 게 배 목사의 주장이었다.
그의 말처럼 WCC 총회 유치가 결정되고 준비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일었다.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핵심은 결국 ‘보수냐 진보냐’였다. WCC는 진보 혹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상징과도 같은 세계기구다. 동시에 보수 진영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기구가 또한 WCC다. WCC 총회 유치 이후 지금까지 보수 진영에서 끊임없는 반대운동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과 기름’의 관계라는 표현까지 있다.
그런데 WCC 총회 준비위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다”는 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옳은 말이지만 현실성 없는 말이기도 하다. ‘연합’ 혹은 ‘일치’를 해석하는 것도 보수와 진보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런 말은 그야말로 ‘뜬구름 잡기’에 불과했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불만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이런 답답함을 억눌러왔다. 이것이 이번 ‘WCC 공동선언문’으로 인해 폭발한 것이다.
그러자 WCC 총회 준비를 에큐메니칼 인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도 나온다. 에큐메니칼 정신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이들은 주변에 머물고, 그렇지 못한 인사들이 오히려 전면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방향은
선언문은 이미 발표됐다. 당사자인 김영주 총무는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가 NCCK 총무인 이상 문제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있다.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NCCK 안에서야 이것을 김영주 총무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선언문을 함께 발표한 보수측 대표들은 김영주 총무를 개인이 아닌 NCCK, 나아가 에큐메니칼 진영의 대표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NCCK를 비롯한 에큐메니칼 진영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충격이 큰 것이며, 사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럼 에큐메니칼 진영 원로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먼저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NCCK에는 과거 선배들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들이 있다. 이것이 이번 공동선언문으로 인해 부정될 수 있다”며 “공동선언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NCCK 차원의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강문규 선생(전 WCC 의장)은 “이제 와서 총회 준비를 새로 해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NCCK는 보수 진영과의 화합 정신은 유지하되 WCC의 본질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WCC 총회를 단순히 행사적인 면에서만 준비해선 안 된다. 내용이 중요하고 의미가 강조돼야 한다. 그렇기에 준비 과정에서 신학적 탈선만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일단 NCCK에서 WCC 공동선언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로 한 이상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가능한 한 빨리 이것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선언문 발표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전 협의와 조정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상황이 벌어진 이상 (에큐메니칼 진영이 보수 진영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NCCK가 그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아울러 서 박사는 “(WCC 총회 준비 과정에서) 에큐메니칼 진영 원로들이 자문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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