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오는 12월 19일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짧은 시일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순차적으로 모두 이루면서 선진사회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정치, 경제, 남북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올해 6월 국민소득 2만불 인구 5천만의 선진국 클럽에 가입했으나 정치풍토는 당리당략에 머물러 있어 아직도 후진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풍토는 양극화 현상과 이념갈등으로 인한 안전 저해와 분열에 직면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의 결여로 인해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은 생존의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핵, 중국과 일본의 새로운 패권주의, 세계경제의 불안정에서 비롯된 다양한 도전 앞에 서 있다. 2013년에서 2018년에 이르는 향후 5년은 한국이 경제 민주화, 남북통일, 동북아시아의 평화 중재자로 나아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 생각과 결단을 잘못하면 한반도의 운명은 지난 20세기 초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잘하면 한반도의 통일과 번영을 이루고 동북아의 평화 중재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금번 대통령 선출에는 국가 미래의 방향이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각에 직면하여 필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이끌고 나갈 대통령이 될 지도자의 자질을 논해 보고자 한다.

1. 사회통합을 이루는 지도자

차기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 한반도의 통일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새 대통령은 이념의 갈등을 넘어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성취할 수 있는 자로서, 용서와 화합의 실천을 통해 다가올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새 대통령은 시대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 여러 요인으로 인해 깊이 상처 입고 갈라진, 국민의 마음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대립적으로 가지 않도록 조정·통합해야 하는 능력을 가진 자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각계각층 국민의 욕구를 모조리 충족시켜준다는 인기영합적 접근 방식보다는 절제하고, 타협하고, 양보하고, 중재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지혜와 설득의 방식을 발휘하는 자여야 한다. 고당 조만식은 ‘조선유학생친목회’ 총무인 송진우가 ‘호남유학생 다화회’를 조직했을 때 “인화단결은 국권회복에 중요하다. 피차 고향을 묻지 말고 일하자”고 권유했던 통합의 지도자였다. 조만식은 기독교인들이 우파와 좌파의 이데올로기 싸움을 극복하고 기독교와 공산주의간 대립의 역사를 종결하여, 오직 그리스도 사랑으로 민족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한 통합의 지도자였다.

2. 사회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

차기 대통령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기본적인 원칙은 각 분야에서 공정성이 적용되는 사회다. 매사에 공정성이 시행되는 국가만이 다가오는 세상의 변화를 주도해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차기 대통령은 사회적 공동선에 근거한 정의로운 원칙을 정치적 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여야 한다. 그리하여 공정성이 사회 각 분야의 기초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불공정성과 부패가 만연해 있는 한국사회의 윤리적 후진성을 바꿀 수 있는 환경과 계기를 창출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독립운동가 몽양(夢陽) 여운형(呂運亨)은 경제 민주화가 실현된 체제인 통일국가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몽양은 해방 전 지하조직인 건국동맹을 재조직한 인민당을 통해 각계각층의 인민대중을 포섭 조직하여 완전한 통일전선을 전개하고자 했다. 몽양의 인민당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중도적 입장에서 양쪽을 포괄하고자 했다. 몽양은 통일독립의 주체를 자본가나 지주, 기득권자에게서 찾지 않고 노동자, 농민, 소시민, 민중에서 찾아 아래로부터 힘을 규합하여 역사 변혁을 이루고자 한 정치가였다. 몽양은 기독교 정신과 아울러 유연함과 강직함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는 2012년 대선 여야후보들이 모두 내걸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선구자였다.

3. 사회의 소외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지도자

차기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어떤 지도자를 뽑는가에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 한국의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안전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유경쟁을 넘어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분배정책과, 생산력과 근로의욕을 증진시키면서 약자와 강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제 공동체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대기업이 사회적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며,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횡포를 일삼는 불공정한 구조를 개선하는 동반성장위원회 운영이 효율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질서가 수립되도록 하는 자여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반값을 미끼로 민중을 현혹하는 선동가가 아니라, 어려운 일의 성격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고통분담과 협력을 구하는 지도자여야 한다.

4. 남북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

차기 대통령은 오늘날 한반도의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여, 원만한 남북관계와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자여야 한다.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 발사에 성공하여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한 이래 다섯 번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3단 분리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성공으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1만㎞ 이상 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대처 과정에서 정보 수집과 분석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걸 깊이 반성해야 한다.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이후 분(分) 단위로 북한 동향을 살폈다면서 발사 하루 전날까지도 북한이 로켓을 수리 중이라고 판단했다니 어처구니 없다. 군사 정보기관의 오판은 한 나라를 벼랑으로 몰고 간다. 새 대통령은 국가 안보능력을 탁월히 갖춘 지도자여야 한다. 오는 2015년 전작권 전환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항공 정보, 위성 정보, 정찰 정보의 협조에 변화가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구멍 뚫린 대북 정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을 지척에 두고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국제시세인 톤당 291달러를 기준으로 옥수수 460만 톤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다. 이는 북한 주민이 4~5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라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머니투데이|송정훈 기자|입력2012.12.06 13:57). 수백만명이 기아 속에 있는 경제적 파탄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의 존엄을 무시하고 박해하는 처사다. 새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 주민의 인권과 아울러 북한 당국자의 선군정치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북한 주민과 북한 정권을 동일시하는 착시(錯視)현상에서 벗어난 자여야 한다.

새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대처해야 할 것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이다. 북한의 존립 문제는 앞으로 한국에 도전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자체 원인 때문에 또는 어떤 국제적 역학관계로 인해 심각한 체제 도전을 받을 때 한국은 어떻게 그 상황을 수용하고 수습할 것인가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 어쩌면 다음 대통령이 직면하게 될 가장 의미 있는 역사적 과제일는지 모른다.

5. 자유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지도자

천암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 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상존하고 있는 이 때에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는 자유 민주주의의 신봉자여야 한다. 고당 조만식은 1945년 광복이 되자 소련군정청이 북조선인민정치위원회를 설치하고 그에게 위원장 취임을 권유했으나 거부했다. 그는 그 해 11월 조선민주당을 창당, 당수가 되어 반공노선을 내세우고 반탁운동을 전개했다. 소련군정청과 공산주의자들은 조선민주당을 접수하고 그를 연금, 협박, 회유하였으나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조만식은 기독교인으로서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였다. 고당은 좌익과 우익이 함께하는 정권을 창출하려 했었다. 기독교인들은 반공에 입각한 ‘우파 민족주의’를 형성하면서 대부분 월남했고, 공산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입각한 반일·반제의 ‘좌파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북쪽 지역을 장악했다. 1945년 이승만은 조만식을 만나고자 했으나, 조만식은 “자신만 살겠다고 자신을 믿고 있는 이북 사람들을 버리고 갈 수 없다. 죽으나 사나 평양을 떠날 수 없다”면서 이를 거절하였다. 조만식의 정신은 위대하나,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이 한반도를 적화하겠다고 공산정부를 지하에서 조직한 상황에서 민족주의 정부는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다.

조만식과 김구는 이상주의의 꿈에 살았으나 국제 정세에 노련한 이승만은 당시 남쪽만의 단독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이라는 현실주의 결단으로 나아갔다. 이승만의 결단은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토대가 된 것이다. 이승만은 구한말, 한국 최초로 서구식 민권, 민주사상을 전파하여 감옥살이를 한 자유민주주의의 선구자였고, 일제에 항거하여 한국의 독립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자였다. 이승만은 대통령이 된 후 장기집권으로 독재자가 되어 큰 흠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의 반독재시위가 격화되었을 때 스스로 권력에서 물러남으로써 4월 혁명이 성공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승만은 이런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 지도자였다. 차기 대통령은 그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경제민주화,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복지확충을 통하여 자유민주주의를 한층 더 심화시키는 지도자여야 한다.

6. 동북아의 긴장 속에서 균형과 평화를 지키는 지도자

차기 대통령은 경제적 군사적 힘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일본으로 인해 야기하는 동북아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켜나갈 수 있는 자여야 한다. 군사적 충돌 기미가 동북아에서 엿보이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 영토라 망언을 하고 있고, 경제 강국 중국은 여러 곳에서 G2의 위세를 뽐내며 패권주의와 영토적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중국은 일본의 ‘군국주의 잔재’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그것은 동아시아의 세력 재편 과정에서 빚어지는 필연적 상황이다. 차기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의 신(新)팽창주의에 의연하게 맞서며, 우방(友邦)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이들에 대한 전략적 자세를 재정립하는 외교적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의 주권을 지키고 한반도의 통일을 이룩해 내어야 한다. 통일 독일의 수상 헬무트 콜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적 카이로스(kairos)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여 지원을 받고, 통일을 반대하는 영국의 대처 수상과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을 설득하여 허락받고, 소련군 철수 비용 부담과 경제 지원을 대가로 소련 고르바쵸브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내어 독일 통일의 위업을 이룬, 외교에 능숙한 지도자였다.

7. 다가오는 미래시대에 대비하는 혜안을 지닌 지도자

새 대통령은 5년, 10년 뒤인 2020년대를 미리 내다보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혜안을 지닌 자여야 한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다. 그 시기에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의 위기다. 전 세계적인 식량의 위기, 자원의 위기, 환경 재앙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성장과 복지, 대기업 때리기, 양극화 현상 등에만 관심을 두고 정치권도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근시안적이고 인기영합적인 대안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세계는 한층 본질적인 식량과 자원의 부족, 이를 둘러싼 식량 안보·자원 안보라는 ‘전쟁’에 진입할 것이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식량과 자원 전쟁에서 살아남는 새 지도자의 결단과 혜안이다. 이 시기에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군사적 충돌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서구 기독교권(圈)과 이슬람권간의 문화적 충돌, 인종적 갈등, 종교적 대립은 심지에 불을 댕긴 상태로 가고 있다. 언제 터질지는 몰라도 그 충돌은 타협이 불가능해 보인다. 차기 대통령은 이러한 미래사회를 내다보고 국가를 경영하는 경륜을 지닌 지도자여야 한다. 국가의 체력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북한에 10년 뒤진 우주로켓 기술개발을 한국형으로 서둘러야 한다.

8.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도자

기독교인인 우리는 한국의 대통령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가 되기를 염원하고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도자는 기독교에만 유익을 주는 자가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유익을 주는 지도자다. 조만식은 지역 구분 없이 기독교 정신을 토대로 민족교육에 헌신하였고, 종교인들 대부분이 변절해간 일제 말기에 산정현교회 장로로서, 투옥된 주기철 목사를 대신해 교인들을 지도했고 끝까지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에 반대한 지도자였다. 제헌국회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은 사회하면서 “나는 먼저 우리가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께 우리가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감리교 목사) 나오셔서 하나님께 기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도를 요청했다. 대한민국이 출발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는 신앙적 출발이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은 집권하면서 독재자로 변모하면서 자유민주공화국의 건립자라는 명칭에 흠집을 남겼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하나님이 우리 편에 계신다고 말하지 말고 우리가 하나님 편에서 싸우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가르쳤던 신앙의 지도자였다. 후에 미국 34대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는 나토군 사령관 시절 1944년 6월 6일 시작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계획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 드렸다. 기도를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쓰고 지휘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모든 두뇌와 훈련받은 것을 동원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 손에 모든 것을 맡겼으니 우리는 행동으로 들어갑시다.” 이처럼 신앙의 지도자는 자신이 해야 할 도리를 다하고 그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는 겸허한 지도자이다. 한국은 이러한 신앙의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맺음말

그 나라의 지도자는 그 국민의 거울이다. 국민은 자기 의식수준에 상응하는 지도자를 선출한다. 그 국민의 그 대통령이다. 높은 수준의 국민은 그만큼 높은 수준의 대통령을 선출한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자질과 품성을 지닌 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한국교회 신자들과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권리를 행사하며, 바른 국가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