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5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목회자와 성’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급증하는 목회자의 성적 탈선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첫 강사로 나선 신원하 교수(고신대학원 기독교윤리학)는 ‘목회자의 성, 불편한 그러나 철저히 연구되어야 할 주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교회는 목사의 성적 비행과 범죄가 자칫하면 교회의 기둥과 서까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태풍과 같은 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이를 공론화하여 신학적, 사회·과학적, 의학적으로 더 엄밀하게 연구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먼저 신 교수는 “목사들의 성추문이 교계에서 끊임없이 나왔지만, 이를 공론화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성직을 수행하는 목사를 성과 연결시켜 다룬다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게 여겨왔기 때문이다. 많은 목회자들은 성적 탈선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자칫 성도들로 하여금 경건한 인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라고 여기는 목사는 수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목사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성적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직의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인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높고, 주간 내내 제대로 마음 편히 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가운데 정작 목회자는 육체적 영적으로 지치고 건조해지게 되는데, 여가와 오락을 찾아갈 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서재에서 음란물과 포르노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목사는 감독자가 없기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게 될 경우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신 목사는 “목회자가 포르노물에 빠지거나 성적 탈선을 저지르면 교회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을 포함한 교회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도 손상을 입어 결국 복음사역의 큰 걸림돌이 된다. 목사들은 이 일이 드러나게 되면 대개 강하게 부인하거나, 부인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축소하고, 아니면 우발적으로 일어난 실수라고 몰아가기 일쑤다. 보통 교회의 당회도 교회에 미칠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구실로 정확히 진상을 드러내지 않고 대충 무마하거나 축소 처리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한 목사의 경우도,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자 교회 중직자들이 당사자들에게 사적으로 찾아가 이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이것이 안 되자 ‘하나님 앞에서 범죄한 사실이 있다’며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도 않은 채 사임했고, 교회도 정확한 진상을 밝히지 않은 채 목사의 사임을 받아 처리했다. 이 목사는 워낙 매스컴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이렇게 사임했지만, 다른 목사들의 경우 사임하지 않고 문제를 덮은 후 계속 목회를 해나가곤 한다”고 지적했다.

또 “목사가 이 일에 연루되면 스스로 도덕적 순결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제대로 회개하지 않은 채, 개인적 또는 공적 치리와 심리적 영적인 치유 과정을 겸손하게 거치지 않은 채, 진정한 의미의 목회사역을 감당해 나갈 수 있을까. 목사가 권력을 이용하여 여직원이나 신도에게 거절할 수 없게 하여 성적인 폭력을 행사해 온 경우, 피해자가 받는 상처는 의외로 깊을 수 있다. 피해자는 수치심, 죄의식, 무력감, 분노 등으로 영적 정서적인 심한 내상을 입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교인들도 영적 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깨지면서 실망과 당혹스러움, 심한 배신감으로 큰 상처를 받게 된다. 특히 신앙이 약한 자들은 이런 일로 넘어지게 되면서 교회에 등을 돌리게 될 수도 있다.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도 엄청나게 실추된다. 사회는 성직자를 자기 자신도 통제하지 못하면서 많은 회중들에게 설교를 일삼는 이중인격자 내지 위선자로 보게 되고 기독교 신앙을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가르침으로 치부하고 냉소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실수를 넘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에 빠져있는 목회자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이상, 적지 않은 교회가 이 범죄의 잠재적인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불편하더라도 전문가들의 연구를 진작하여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교회가 더 이상 이런 일로 넘어지지 않고 본연의 복음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더욱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혜령 박사(프랑크 스트라스부르대학교)는 한국교회의 성도덕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전했다. 먼저 김 박사는 “강력한 성도덕이 장악했던 중세에 오히려 성직자들의 성적 문란이 심각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전통적 성도덕의 부활은 오늘날 자행되고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성적 문란을 오히려 더 음성적으로 확산시키는 억압적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남성 목회자들에게서 자행되는 성적 문란과 범죄는 사람의 몸, 여성의 몸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성령의 전(고전 6:19~10)’으로 보지 못하고 다만 자녀 생산과 양육을 위한 도구로 여기거나 혹은 남성 목회자의 피치 못한 정욕을 은밀하게 해소하는 대상물로 여기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선한 몸’과 ‘창조의 질서로서의 성’에 대한 성서 신앙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박사는 “깔뱅은 거룩한 관계에서의 성문제를 금욕적이고 성차별적인 것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깔뱅은 부부간의 성적 만남을 다만 성욕의 실현(출산) 혹은 해소(쾌락)로 이해하는 바울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한 몸과 한 인격’이 되는 아름답고 거룩한 연합으로 이해했다. 한국의 남성 목회자들은 자신의 아내를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완성하기 위해 만난 존귀한 인격체이자 동반자로 여기지 못한 채, 목회를 보조하는 순종적인 동역자로만 대하고 있다. 성차별적이고 금욕적인 전통적 성도덕에 익숙한 많은 목회자 부부들에 대한 올바른 성윤리 재교육이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성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성차별적이고 금욕적인 전통적 성도덕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성은 죄가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축복받은 실존이기에, 억압이 아니라 올바른 성관계를 통해 아름답게 구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이제 한국교회는 ‘선한 몸’과 ‘아름다운 성’ 개념에 바탕을 둔 성서적 인간관을 회복해야 하며, 나아가 여전히 성차별적인 교회 제도를 실제적으로 개혁하여 남녀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새로운 성윤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하재성 교수(고신대 목회상담학)는 ‘목회자의 성적 위기와 극복을 위한 자원’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교회는 성 범죄에 대한 불만사항들을 접수하고 희생자를 보호하며 명민하고 잘 훈련된 권익 옹호자들로 하여금 그들을 돕고 지지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침묵을 깨뜨리고 외형과 내면의 진실을 토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피해자와 희생자들의 죄책감과 고통을 치료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어 “목회자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의 망을 구축 및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평생의 사역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동행해 온 신학교 동기나 선후배 가운데 좋은 친구나 멘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동역자들과 관계에서 소외되는 것은 목회자 성적 탈선의 중요한 원인이자 결과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에게 신학교육의 시간은 미래의 사역에 대한 준비를 위해 중요한 시간이면서 동시에 평생의 친구들을 사귀는 중요한 시간임에 틀림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