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서 북한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함께 모여 9월을 ‘북한인권의 달’로 선포하고 각종 행사를 시작했으며, 목회자들도 6일 전세계 48개 도시에서 탈북난민 강제북송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49)은 ‘북한인권’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민혁당을 만드는 등 국내 주사파의 대부였지만 ‘전향’해 북한인권 및 북한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지난 4월부터 114일간 중국에서 구금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지난 3일 ‘북한인권의 달’ 선포식에서 ‘올해 북한인권을 빛낸 사람들’로 감사패를 수상했지만, 그의 이름을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사람은 다른 인물(국회의원)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를 상징하는 단면이다. 김 위원에게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와 탈북자 정책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로 이어지는 신격화나 주체사상이 기독교 교리와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사실인가.
“분명 비슷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북한은 김일성을 신으로 생각하고, 김일성이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일성이 모방한 것은 기독교보다 스탈린이다. 스탈린도 신격화를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김일성이 훨씬 심하게 했다.”
-그렇다면 한때 주사파의 대부셨으니 북한이 이야기하는 주체사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쉽게 설명해 달라.
“주체사상은 서로 내용이 다른 세 가지, 김일성의 민족공산주의와 황장엽의 주체철학, 수령론 등이 하나로 묶여있는 것이다. 먼저 민족공산주의는 사실 특별한 내용이 없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민족적 언어로 코팅하고, 정치·경제·국방에서의 자주를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고, 창의적인 내용이 없다. 하지만 김일성은 독창적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래서 민족공산주의에 초점을 맞추면 전형적인 정통 사회주의이지만, 상당히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두번째로 황장엽 선생의 주체철학인데, 전통적인 마르스크-레닌주의가 유물론적 기초에서 출발한 것처럼 황 선생도 인식론 측면에서 유물론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론으로 들어갔을 때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사적 유물론과 생산력-생산주체 사이의 모순 사이에서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이라면, 주체철학의 핵심은 인간의 자주성이다. 거기서 핵심은 사람의 의식과 의식적인 노력이고, 이러한 것들에 의해 인간도, 역사도 발전한다. 사람을 강조하고 사람의 정신이나 의식을 강조하는데 내용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과 상당히 배치되는 사상이다.
마지막으로 수령론인데, 이것 역시 별다른 내용 없이 수령에 대한 절대 복종을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수령론이 북한 주체사상에서 핵심이 되어버렸다. 내용도, 이론도, 논리적 구조도 없지만 정치적 결과로 볼 때는 김일성·김정일의 전제적 독재체제를 합리화하고 보조했다. 이것 없이는 주체사상이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혀 성격도 완전히 다르고, (유물론과 수령론의 경우) 합쳐지기도 어려운 세 가지를 어거지로 묶어서 주체사상이라 부른다.
이렇게 다른 세 가지가 묶일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일단 김일성이 그렇게 한 것이다(웃음). 둘째로 ‘주체’라는 말은 추상적이고 애매한 용어로 민족 주체, 인간 주체 등 각각을 강조할 수 있는데도 황장엽 선생이 별 연관성 없는 것들을 수령론과 결합되는 논리로 만들어냈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학교(서울대 법대)까지 들어가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심취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 같은 경우는 주체사상에 심취했다. 민족공산주의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수령론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이를 철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북한에서도 나온 논문이 없었다. 북한 철학자들은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지 궁금한 정도였다.
제가 여기에 심취한 것은 당시 정권의 폭압성과도 연관이 있었겠지만, 결정적 연관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철학이나 신학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다. 1학년 때부터 유물론 철학이나 마르크스주의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했는데,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보충하고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철학을 찾던 중 주체철학을 발견했다. 풍부한 내용이 있진 않았지만, 마르크스주의 유물론 철학이 가진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말했듯 주체사상은 사람의 잠재력, 의식이나 정신이 갖는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데, 제가 살면서 학습하거나 대학 들어와서 학생운동 도중 경험 속에서 느낀 바와 일치했다. 결심이나 의지, 노력이나 정신적인 힘 등은 분명히 느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에는 그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다.”
-운동권 선배들의 권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빠져들었다는 건가.
“보통은 선배들이 권유하는데, 저 같은 경우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민주화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신이나 전두환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당시 학생운동이 좌경화되고 이런 건 잘 몰랐다. 신문에 많이 나왔지만, 그런 기사를 당시엔 믿지 않았다. 그래서 제 발로 운동권을 찾아갔다.”
-황장엽 선생이 한국으로 오셨을 때 반가우셨겠다.
“황장엽 선생을 뵈었을 때 저를 대단히 반가워하셨고, 한국 왔을 때부터 만나고 싶어하셨다더라.”
-한국교회가 탈북자 구출과 국내 정착에 도움을 주고, 북한인권운동에 앞장서는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평가할 위치는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그동안 북한인권 관련 활동들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지 못했고 여러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기독교에서 적극 북한인권운동이나 관련 활동을 벌인 것에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한국교회가 고쳤으면 하는 점이나 보완이 필요한 점은 없나.
“먼저 교단이나 개별 교회, 단체 등에서 워낙 많은 분들이 파견돼 (중국 등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아무래도 우리처럼 오랜 기간 훈련받지 못해 쉽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노출된다고 해서 중국 공안이 바로 잡아들이거나 추방하진 않지만, 파악을 다 하고 있으면서 그냥 놔두는 정도다. 노출되면 어떤 식으로든 일거수일투족이 다 감시된다고 봐야 한다.
두번째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실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과장 보고를 하는 것이다. 그 분들께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실제로 1-2주일이나 한 달간 성경공부를 시키긴 한다. 그 후 북한으로 돌려보내거나 생활비를 드리는데, 사실 우리는 진짜 기독교에 관심이 있어서 온 건지, 돌아가서도 기독교에 여전히 관심을 가질지 딱 보면 안다. 그건 우리 뿐 아니라 선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분명 관심도 없고 돌아가자마자 성경이나 기독교에 대해 잊어버릴 게 확실한데도 실적으로 보고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입장이 있겠지만, 그런 일들이 잦아지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또 하나는 북한 선교가 제대로 되려면 결국 북한이 민주화되어야 하는데, 정치적인 활동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분들이 계시다. 한국처럼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하겠지만, 북한에서 선교가 정상화되려면 북한이 민주화돼야 하기 때문에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궁극적으로 관심이 없진 않겠지만 관여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분이 있으신데, 북한민주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반면, 한국교회는 정반대의 입장이랄 수 있는 평양과기대를 건설하거나 대북지원에도 열심을 내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대북 접근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아주 강경한 접근도 필요하지만,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식의 지원도 넓은 의미에서 종합적인 대북 전략에서 나와야지, 무분별하거나 무조건적인 지원은 재고하거나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북한인권이나 민주화운동 등에서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나.
“북한인권이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는 교회 성도들도 많더라. 그런 부분들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한국 사람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정서적 거리감 때문인데,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정부는 비판하면서도 주민들에 대해서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 같은 겨레’ 라고 느끼게 한다면 관심을 갖지 않을까.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개혁개방 제스처를 쓰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애물들도 만만치 않다. 뚝심있게 밀고 나가더라도 정치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계속 추진하길 바라지만, 동시에 북한의 혼란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런 혼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교회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선교에만 관심을 갖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혼란 상황일수록 종합적인 정치적 판단이나 전략전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 민주화세력 일반과 널리 연대해서 신중한 대응책을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북한 문제는 우리 겨레에게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분들이 협력해 북한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49)은 ‘북한인권’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민혁당을 만드는 등 국내 주사파의 대부였지만 ‘전향’해 북한인권 및 북한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지난 4월부터 114일간 중국에서 구금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지난 3일 ‘북한인권의 달’ 선포식에서 ‘올해 북한인권을 빛낸 사람들’로 감사패를 수상했지만, 그의 이름을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사람은 다른 인물(국회의원)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를 상징하는 단면이다. 김 위원에게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와 탈북자 정책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로 이어지는 신격화나 주체사상이 기독교 교리와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사실인가.
“분명 비슷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북한은 김일성을 신으로 생각하고, 김일성이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일성이 모방한 것은 기독교보다 스탈린이다. 스탈린도 신격화를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김일성이 훨씬 심하게 했다.”
-그렇다면 한때 주사파의 대부셨으니 북한이 이야기하는 주체사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쉽게 설명해 달라.
“주체사상은 서로 내용이 다른 세 가지, 김일성의 민족공산주의와 황장엽의 주체철학, 수령론 등이 하나로 묶여있는 것이다. 먼저 민족공산주의는 사실 특별한 내용이 없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민족적 언어로 코팅하고, 정치·경제·국방에서의 자주를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고, 창의적인 내용이 없다. 하지만 김일성은 독창적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래서 민족공산주의에 초점을 맞추면 전형적인 정통 사회주의이지만, 상당히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두번째로 황장엽 선생의 주체철학인데, 전통적인 마르스크-레닌주의가 유물론적 기초에서 출발한 것처럼 황 선생도 인식론 측면에서 유물론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론으로 들어갔을 때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사적 유물론과 생산력-생산주체 사이의 모순 사이에서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이라면, 주체철학의 핵심은 인간의 자주성이다. 거기서 핵심은 사람의 의식과 의식적인 노력이고, 이러한 것들에 의해 인간도, 역사도 발전한다. 사람을 강조하고 사람의 정신이나 의식을 강조하는데 내용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과 상당히 배치되는 사상이다.
마지막으로 수령론인데, 이것 역시 별다른 내용 없이 수령에 대한 절대 복종을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수령론이 북한 주체사상에서 핵심이 되어버렸다. 내용도, 이론도, 논리적 구조도 없지만 정치적 결과로 볼 때는 김일성·김정일의 전제적 독재체제를 합리화하고 보조했다. 이것 없이는 주체사상이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혀 성격도 완전히 다르고, (유물론과 수령론의 경우) 합쳐지기도 어려운 세 가지를 어거지로 묶어서 주체사상이라 부른다.
이렇게 다른 세 가지가 묶일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일단 김일성이 그렇게 한 것이다(웃음). 둘째로 ‘주체’라는 말은 추상적이고 애매한 용어로 민족 주체, 인간 주체 등 각각을 강조할 수 있는데도 황장엽 선생이 별 연관성 없는 것들을 수령론과 결합되는 논리로 만들어냈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학교(서울대 법대)까지 들어가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심취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 같은 경우는 주체사상에 심취했다. 민족공산주의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수령론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이를 철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북한에서도 나온 논문이 없었다. 북한 철학자들은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지 궁금한 정도였다.
제가 여기에 심취한 것은 당시 정권의 폭압성과도 연관이 있었겠지만, 결정적 연관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철학이나 신학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다. 1학년 때부터 유물론 철학이나 마르크스주의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했는데,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보충하고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철학을 찾던 중 주체철학을 발견했다. 풍부한 내용이 있진 않았지만, 마르크스주의 유물론 철학이 가진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말했듯 주체사상은 사람의 잠재력, 의식이나 정신이 갖는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데, 제가 살면서 학습하거나 대학 들어와서 학생운동 도중 경험 속에서 느낀 바와 일치했다. 결심이나 의지, 노력이나 정신적인 힘 등은 분명히 느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에는 그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다.”
-운동권 선배들의 권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빠져들었다는 건가.
“보통은 선배들이 권유하는데, 저 같은 경우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민주화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신이나 전두환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당시 학생운동이 좌경화되고 이런 건 잘 몰랐다. 신문에 많이 나왔지만, 그런 기사를 당시엔 믿지 않았다. 그래서 제 발로 운동권을 찾아갔다.”
-황장엽 선생이 한국으로 오셨을 때 반가우셨겠다.
“황장엽 선생을 뵈었을 때 저를 대단히 반가워하셨고, 한국 왔을 때부터 만나고 싶어하셨다더라.”
-한국교회가 탈북자 구출과 국내 정착에 도움을 주고, 북한인권운동에 앞장서는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평가할 위치는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그동안 북한인권 관련 활동들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지 못했고 여러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기독교에서 적극 북한인권운동이나 관련 활동을 벌인 것에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한국교회가 고쳤으면 하는 점이나 보완이 필요한 점은 없나.
“먼저 교단이나 개별 교회, 단체 등에서 워낙 많은 분들이 파견돼 (중국 등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아무래도 우리처럼 오랜 기간 훈련받지 못해 쉽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노출된다고 해서 중국 공안이 바로 잡아들이거나 추방하진 않지만, 파악을 다 하고 있으면서 그냥 놔두는 정도다. 노출되면 어떤 식으로든 일거수일투족이 다 감시된다고 봐야 한다.
두번째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실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과장 보고를 하는 것이다. 그 분들께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실제로 1-2주일이나 한 달간 성경공부를 시키긴 한다. 그 후 북한으로 돌려보내거나 생활비를 드리는데, 사실 우리는 진짜 기독교에 관심이 있어서 온 건지, 돌아가서도 기독교에 여전히 관심을 가질지 딱 보면 안다. 그건 우리 뿐 아니라 선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분명 관심도 없고 돌아가자마자 성경이나 기독교에 대해 잊어버릴 게 확실한데도 실적으로 보고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입장이 있겠지만, 그런 일들이 잦아지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또 하나는 북한 선교가 제대로 되려면 결국 북한이 민주화되어야 하는데, 정치적인 활동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분들이 계시다. 한국처럼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하겠지만, 북한에서 선교가 정상화되려면 북한이 민주화돼야 하기 때문에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궁극적으로 관심이 없진 않겠지만 관여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분이 있으신데, 북한민주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반면, 한국교회는 정반대의 입장이랄 수 있는 평양과기대를 건설하거나 대북지원에도 열심을 내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대북 접근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아주 강경한 접근도 필요하지만,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식의 지원도 넓은 의미에서 종합적인 대북 전략에서 나와야지, 무분별하거나 무조건적인 지원은 재고하거나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북한인권이나 민주화운동 등에서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나.
“북한인권이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는 교회 성도들도 많더라. 그런 부분들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한국 사람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정서적 거리감 때문인데,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정부는 비판하면서도 주민들에 대해서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 같은 겨레’ 라고 느끼게 한다면 관심을 갖지 않을까.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개혁개방 제스처를 쓰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애물들도 만만치 않다. 뚝심있게 밀고 나가더라도 정치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계속 추진하길 바라지만, 동시에 북한의 혼란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런 혼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교회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선교에만 관심을 갖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혼란 상황일수록 종합적인 정치적 판단이나 전략전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 민주화세력 일반과 널리 연대해서 신중한 대응책을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북한 문제는 우리 겨레에게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분들이 협력해 북한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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