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31일 오후 자진 출석한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은 지난 19일 1차 소환 통보 이후 12일 만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9, 23, 27일 세 차례 소환 통보에 '정치검찰의 표적수사'라며 응하지 않았으나 전날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보내자 이날 갑자기 출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상득 전 의원 등 현 정권 실세들이 조사받았던 중수부 1123호 조사실에서 검찰의 신문을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3, 2004년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과 대기업 금품수수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수사팀은 박 원내대표를 상대로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와 돈의 대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서울 여의도 음식점과 2008년 전남 목포의 한 호텔에서 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각각 3천만원과 2천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원내대표에게는 또 2010년 목포의 한 사무실에서 오문철(60·구속기소)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수원지검이 수사중인 사건이 확대되지 않고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 '금융감독원 검사가 선처되도록 금융감독당국 관계자에게 부탁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합수단은 임 회장과 오 전 대표가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과 정황증거를 제시하며 박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면식이 있기는 하지만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체포영장에 나온 8천만원 수수 혐의 외에 추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박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추궁했다. 검찰은 체포영장에는 최소한의 혐의만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오 전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이 대구의 한 카지노에 유입돼 세탁 과정을 거친 뒤 일부가 박 원내대표 측에 전달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해왔다.
또 합수단은 오 전 대표가 김성래(62·구속기소) 전 썬앤문 부회장에게 유상증자 유치 대가 외에 별도의 로비자금 명목으로 건넨 2억원이 박 원내대표 측에 흘러들어 갔다는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일정 부분 조사를 마친 뒤 일단 귀가시키기로 했다. 검찰은 이어 박 원내대표를 한 차례 더 소환 조사한 뒤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별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국회가 회기 중이면 다시 국회의 체포동의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자진 출석했지만 추후 재소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미 청구된 체포영장을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체포영장의 철회 또는 지속 여부는 오늘 조사를 마친 뒤 사정변경이 생길 경우 등을 고려해 내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당시 한나라당 김찬우, 최돈웅 의원에게 각각 체포영장을 청구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지만, 이들의 검찰 출석으로 체포동의안 자체가 철회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이 재차 국회에 제출됐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58분 서초동 대검청사에 출석,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조사받는 게 억울하지만 민생국회를 실종시킬 수 없었다. 법원에서 체포영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