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정신지체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 조지아주의 흑인 사형수가 죽음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했다. 애틀랜타저널(AJC) 등 지역 언론은 24일 워런 힐(52)에 대한 형집행이 조지아주 대법원의 결정으로 유예됐다고 보도했다.
1985년 여자친구를 살해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1991년 교도소 안에서 동료 재소자를 때려 죽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전날 저녁 7시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으나 주 대법원이 사형수 체내에 주입하는 약물을 기존의 3가지에서 1가지로 바꾼 최근 규정이 주법에 저촉된다는 항소법원의 이의를 수용, 가까스로 형장에서 풀려났다.
대법원은 새 독극물 주입 방식에 관한 청문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내년 4월까지 완료하도록 결정했다.
힐은 일단 생명을 연장했지만 대법원은 핵심 쟁점인 힐의 정신지체 주장에 대해선 "많은 증거가 있지만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힐의 변호인 측과 의료진은 힐의 지능지수(IQ)가 사리분별을 못하는 70으로 정신 지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지체 등 정신장애자의 사형 집행은 조지아주가 1988년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가장 먼저 금지한 데 이어 연방대법원도 2002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인권단체, 뉴욕타임스(NYT) 등 진보성향의 론들이 조지아주에 형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등 여론전을 펴왔다.
힐의 변호인 측은 주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연방 대법원에 새로운 판단을 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