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애리조나 주 정부의 이민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도 경찰의 검문권은 인정하자 애리조나주 경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26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강력한 반이민법 제정에 앞장섰던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는 대법원에서 사실상 패소했지만 "검문권에 대한 합헌 판결은 우리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브루어 주지사는 이에 따라 애리조나 경찰에 불법 체류자로 의심되거나 범죄 혐의자를 대상으로 합법적인 미국 체류 허가를 받았다는 증명을 요구하는 검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애리조나 경찰 간부들은 이런 검문권 행사로 경찰이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검문권을 행사하다 연방 정부나 시민단체에 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불법체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검문하다 보면 인종차별금지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을 위반했다는 소송 제기가 예상된다는 게 경찰 간부들의 판단이다.


애리조나주 투산시 로베르토 비야세노르 경찰국장은 "연방 정부와 시민단체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게 뻔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 경찰은 치안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는 제쳐놓고 법정에서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경찰지휘관협의회 존 버넷 회장은 "법은 집행해야 하는데 많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닌게 아니라 에릭 홀더 연방 법무장관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검문권 행사가 라티노를 비롯한 이민자 사회에 대한 인종 차별을 목적으로 하거나 인종 차별적인 방식으로 행사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신분 확인을 위해 연방 국토안보부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지역 경찰의 처지에서 이런 연방 정부의 태도는 검문권 활용에 커다란 장애가 될 전망이다. 비야세노르 경찰국장은 "투산 경찰은 연간 수천명을 잡아들이고 풀어준다"면서 "풀어주기 전에 신분 확인을 해야 한다면 연방 기관의 협조없이는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미 강력한 정치적 실체로 자리 잡은 라티노 사회와의 갈등도 적잖은 걱정거리다. 이미 표에 민감한 지역 정치인들은 라티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고 경찰의 검문권 행사에 대한 감시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다문화 사회인 로스앤젤레스 치안을 책임진 찰리 벡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장은 애리조나 경찰에 불법 체류 의심자에 대한 검문을 맡기는 것은 "경찰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세금을 납부하는 주요 시민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애리조나 경찰은 주지사의 지시에 따르자니 부작용이 두렵고, 그렇다고 주지사의 명령을 무시할 수도 없는 곤란한 지경에 몰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