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물쩍 넘어가려는 선관위의 오만과 반헌법적 행태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지위를 내세우며 마치 '치외법권'이나 '성역'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 '친인척 특혜 채용' 사태와 '감사원 감사 거부'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낳은 모든 무능과 오만의 뿌리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025년 2월 27일, 감사원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선관위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비위 내용을 통보했다. 이 중에서 선관위 고위직들의 '자녀 특혜 채용' 부분은 기관의 도덕적 파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당시 국민적 공분에도 불구하고, 내부 징계와 법적 처벌 과정에서 보여준 선관위의 태도는 또 다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가장 큰 분노를 샀던 부분은 핵심 책임자들이 내부 중징계를 받기 전 '자진 사퇴(의원면직)' 형식으로 조직을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혜택을 다 누리고 꽁무니를 뺀 것이다.
뿐만아니라 사태를 은폐, 축소하려는 이들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행태를 보였다. 업무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한 노골적인 증거 인멸과 수사 방해 행위,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운 법적 다툼으로 시간끌기, 행위 부인과 재판부 변경 신청, 혜택받은 자녀들의 불복 소송 등으로 현재까지 수사와 재판이 기약 없이 미루어지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조직은 반드시 부패하고 무능해진다. 자신들만의 성벽 안에서 징계도, 감사도 받지 않다 보니 주권자의 권리를 다루는 본연의 업무에서조차 긴장감과 윤리의식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번 투표용지 사태 역시 이러한 '폐쇄성'과 '무책임'이 누적되어 터진 결과물이다.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와 오만한 행태, 그리고 법 정신의 타락 현상은 이번 63선거 사태 처리를 두고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태 원인에 대해 "사전투표율이 높아 본투표 용지를 감축 인쇄했다."고 해명했다. 마치 국민의 신성한 투표권을 편의점 물건 재고 관리하듯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유권자 수에 맞춰 투표용지를 넉넉히 준비하지 않은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직무유기다.
게다가 헌법기관이고 대법관이 수장인 선관위라는 기관에서 선거 기준에 벗어난 선거 진행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일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관위원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다. 이런 분이 눈 가리기식 사과문 발표 하나로 넘어가려고 한 행태가 괘씸하기까지 하다. 이미 '50억 클럽' 의혹 등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사법부 고위직들의 도덕적 책임감과 준법정신이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참담하다. 어물쩍 넘어가려는 선관위의 오만과 반헌법적 행태에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지워지지 않는 의도된 부실선거 의혹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60곳이 넘는 전국 67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실어 나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67개 선거 투표장에서 추가로 투표지가 도착한 50개소, 그리고 이 중에서 대기표를 주거나 투표가 일시 중단된 투표소가 22곳이다.
피해 지역의 면면을 보면 송파, 대구, 부산, 경남 등 보수세가 뚜렷한 곳이 압도적으로 많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특정 진영의 표를 억누르기 위한 고의적 부실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의도된 부실선거'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안일한 행정업무의 실수라고 변명하기에는 사고 지역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불손한 선관위
국민은 선관위의 초기 대응이나 해명을 보면서 이들의 깊은 안일함과 오만함에 분노하고 있다. 단순히 일 처리를 못 했다는 것을 넘어, 공공기관의 윤리와 책임 의식 부재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사태 직후 빗발치는 항의에 대해 "공직 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명백한 행정 실패를 두고도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방어하는 선관위의 태도에 시민들은 혀를 차고 말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6월 5일 선관위는 개표를 위해 경찰을 동원하여 참정권을 지키려는 시민을 강제로 끌어내고 투표함을 이동시켰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시킨 행태를 보면 자신들의 업무가 국민의 참정권 위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국민을 너무나 우습게 취급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정권은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자로서 마땅히 행사해야 할 가장 엄중한 권리다. 그렇기에 내 표가 버려지거나 투표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상황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은 매우 정당하고 당연한 요구다.
헌법 준수와 참정권 보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면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에 보장된 헌법기관이다.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참정권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다.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선관위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상실했다. 해체 수준의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가 진행되도록 엄중한 책임과 대책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최종적 책임자다.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이 전국적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부터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상식과 법정신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투명하고 명확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로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의 참정권이 두 번 다시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7월 1일이면 모든 지방선거 당선인의 업무가 시작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헌법 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이냐,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 발전이냐 선택의 시간이 길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