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여성 린지 스톤(33.여)은 샤워를 하면서도 휴대전화를 곁에 둔다. 산통을 시작하는 임산부의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고객의 분만 예정일과 충돌하지 않도록 휴가날짜는 열달 전에 미리 조정한다. 병원의 긴급호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가족이 나들이를 할 때에도 남편과 반드시 다른 승용차를 이용한다.


텍사스주(州) 그랜베리에 사는 스톤의 직업은 의사나 간호사, 조산원이 아닌 `분만 사진사'(birth photographer)다. 고통스럽고도 경이로운 출산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신종직업인 분만 사진사가 신종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출산은 산모나 신생아의 삶에서 결혼 못지 않은 중요한 통과의례지만, 필름에 담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고 까다로운 장면이다. 스톤은 한 지인의 촬영 요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이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됐다.


해산 장면이 담긴 스톤의 사진을 본 지인이 자신의 출산 순간도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요청한 것. 스톤은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어요. (가족도 아닌 나에게) 분만실로 와달라는 말을 어떻게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었겠어요?"라고 회고했다.


미국에서 분만은 가장 은밀한 프라이버시의 하나로 여겨졌다. 사실 두려움과 고통이 가득찬 분만실에서 산고를 토해내는 산모와 갓 태어난 신생아는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예비 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분만실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에 담는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출생의 순간에 대한 경험이 페이스북 등에서 공유될 만큼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NYT는 최근 몇년 사이 로스앤젤레스(LA)와 솔트레이크시티, 신시내티 등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분만 사진사들의 사무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겼다고 밝혔다.


텍사스의 한 사진사가 출범시킨 국제분만사진사협회(IAPBP)에는 현재 40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고객들도 새로운 풍속도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고 한다. 엉망진창의 외모를 타인에게 보이는데 대해 점차 개방적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 "정확하게 (신체의) 어디를 찍겠다는 말이냐?"는 민감한 질문을 던질 정도로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만 사진사란 직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당사자들의 답변은 단순하다. 아이가 으깬 바나나를 처음 삼키는 것을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전문가의 손으로 영원히 남기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사는 리지 헨트지라는 임산부가 1천895달러를 주고 자신의 분만장면 촬영을 예약했다며 새 출산문화에 대한 산모들이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