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질 때 입었던 것으로 알려진 '토리노의 수의(壽衣)'는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가짜일뿐만 아니라 이른바 예수의 수의로 전해진 무려 40종의 가짜중 하나라고 이탈리아의 저명한 교회사학자인 안토니오 롬바티 교수가 밝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10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탈리아 파르마에 있는 포폴라레 대학의 롬바티 교수는 수염난 인물의 형상을 보여주는 토리노의 수의가 수세기동안 예수의 수의로 숭상받아왔지만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지 1천300년 가량 흐른 뒤 터키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세 시대에 이 같은 가짜 수의들이 유포됐으며 대부분 후에 파손됐다고 말했다.
롬바티 교수는 중세 서류들을 연구했던 19세기 한 프랑스 사학자의 작업을 인용, '토리노의 수의'는 중세 기독교 국가들에서 유포됐던 수많은 수의 가운데 하나일 뿐으로, 이런 수의가 당시 40개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의중 대다수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파손됐다"면서 "이들 중 일부에는 어떤 형상이 그려져 있었고 일부에는 혈흔과 비슷한 얼룩이 있었으며 나머지는 순백이었다"고 말했다.
'토리노의 수의'는 아마 직물로 만든 것으로, 칼로 찔리거나 고문을 당한 알몸의 수염난 남자의 앞면과 뒷면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말 네거티브 사진에 찍힌 이 수의의 세부 형상이 공개된 이후 이 수의가 보관된 이탈리아 토리노 성당(Cathedral of St John the Baptist in Turin)에 수천명의 순례자들이 찾기도 했다.
롬바티 교수는 이달 발행될 학술지 스투디 메디발리(Studi Medievali)에 실릴 논문을 통해 이 수의가 1346년 터키 스미르나 지역에 대한 십자군 원정의 기념품으로 프랑스의 기사인 제프리 드 샤네이에게 증정됐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샤네이 가문은 이 수의의 최초 소유자로 기록된 집안이다.
롬바티 교수는 제프리가 스미르나를 해방시킨 후 예루살렘까지 원정을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터키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데 대한 보답으로 이 수의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측은 이 수의가 진품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으며 과학자들에게 실험용으로 샘플을 제공해 왔다.
2009년에는 한 바티칸 연구자가 이 수의에서 '나사렛 사람 예수(Jesus Nazarene)'란 문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2년후 이탈리아의 정부 연구진은 수의에 나타난 한 남자의 형상은 초자연적인 '섬광' 탓이라고 주장했다. 옥스포드에서 1988년 실시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실험결과 수의는 1260~1390년에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