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야생동물 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맹수로 돌변한 치타의 공격을 받았으나 죽은 척하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 영국 애버딘에 거주하는 바이올렛 드멜로(60·여)씨는 휴가 여행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한 야생생물 공원을 찾았다가 치타의 먹잇감이 될 뻔한 일을 겪었다고 5일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사건은 관광객들에게 길들여진 치타를 보여주는 크라가카마 게임파크에서 발생했다. 드멜로씨 부부는 공원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치타 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가족과 함께 치타 2마리가 있는 우리에 입장했다. 드멜로씨가 옆에서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치타들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치타들은 이웃 가족의 아이들을 보자 맹수로 돌변했다. 한 마리가 갑자기 여자 어린이를 공격하면서 우리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처음 공격을 받은 여자 어린이가 도망치는 사이 다른 남자아이도 치타의 공격에 쫓겼고 드멜로씨는 이를 제지하려고 뛰어들었다.
이 순간 다른 치타가 드멜로씨를 뒤에서 덮치면서 절체절명의 상황이 벌어졌다. 치타들은 쓰러진 그녀의 머리와 복부, 다리 등을 물어뜯었고 우리 밖으로 대피한 남편과 관광객들은 이를 보며 발만 굴렀다.
드멜로씨는 이 상황에서 죽은 척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머릿속에서 움직이지 말고 죽은 척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돌이켰다. 이윽고 치타들의 공격이 주춤해지면서 공원 관리인들이 치타들을 떼어내는 동안 그녀는 피를 흘리며 우리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져 이틀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3분에 걸친 공격에서 머리 부위는 머릿거죽이 벗겨지고 치타의 송곳니가 뼈까지 박히는 상처를 입었다. 치타 발톱에 뜯겨 왼쪽 눈꺼풀과 양쪽 허벅지, 복부 등도 다쳤다.
그녀를 치료한 의료진은 배를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지적했다. 치타는 먹잇감을 포획하면 복부를 먼저 공략해 장기를 끄집어 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진상 조사가 진행되면서 공원은 폐쇄된 상태다. 공원 책임자인 마이크 캔터는 "사고를 낸 치타들을 지난 4년간 봐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생태보호센터의 그레이엄 컬리 부장은 "치타같은 동물은 치명적인 공격 본능이 있기 때문에 길든 상태라 해도 온순한 애완동물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