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욕을 다녀오신 교우님이 자유의 여신상의 왕관 전망대를 다녀오셨다며 자랑을 하셔서, 2001년 9.11 테러 후 폐쇄되었던 것으로 알았는데 언제 다시 열었답니까? 했더니 바로 2년전 7월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다시 재개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독립 기념일 불꽃 놀이를 보다가 문득 자유의 여신상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그 큰 구조물을 1886년에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했다는 이야기보다 뭔가 다른 게 있을 것 같아 조금 알아보다 보니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첫째, 이름이 틀리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물의 진짜 이름은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가 아니라 “세계를 밝히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 프랑스어: La liberte eclairant le monde)”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냥 편하게 부르던 말이 세계의 공식 용어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둘째, 이 작품은 원래 자유의 여신상이 아닌 다른 작품이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 구조물은 원작가인 바르똘디(Bartholdi’)는 이집트를 여행하다가 본 엄청나고 거대한 유적들에 감탄해 자신도 이런 거대한 작품에 도전할 꿈을 꾸었답니다. 당시 수에즈 운하(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운하로 아시아와 유럽을 한 번에 연결함)의 개장에 맞추어 운하의 입구에 세울 계획으로 이집트의 파라오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이집트 여인이 횃불을 들고 서있는 등대의 모습을 위해 작업을 시작해 60% 이상의 작품을 완성 했지만 엄청난 재정적인 문제로 곧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버릴 수 없었던 바르똘디는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곧 뉴욕을 방문하여 Liberty Island를 작품이 세워질 장소로 결정한 다음, 자신의 생각을 양 쪽 정부와 후원자들에게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재정 지원을 약속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이집트의 머리를 휘감고 있던 천은 왕관으로 바뀌었고, 얼굴의 베일은 제거되고, 왼쪽 손에 법전이 추가되면서 이집트 여인의 등대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름이 틀렸든, 원작자의 의도가 틀렸든 지금도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의 동쪽 입구를 지키면서 인간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미국의 정신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건물로 연간 37만 명이 방문하는 유명한 장소라는 것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가져봅니다. 때로 우리는 이름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또 첫 의도는 기억도 나지 않고, 중간의 과정도 엉망이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님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맙시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또 우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 수 있는지를 다짐하고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세워진 독립 기념일이 있는 7월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이 나라에 어떤 모습으로 왔는가 보다는,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이며, 또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이 나라를 섬길 수 있을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