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철이 되면 같은 지역에 사는 누구의 자녀가‘아이비 리그’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간간히 듣게 된다.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특별한 과외 활동, 진심 어린 봉사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거기에 장학금까지 받고 당당히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한인 학생들… 그런데 정작 이들의 졸업 소식은 입학 소식에 비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하버드, 예일, 코넬대학교 등 14개 미 명문대에 진학한 한인 학생의 44%가 중도에 탈락한다고 한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성품 양육’의 저자 이영숙 박사는 “성품으로 양육된 아이들이 끝까지 가서 결국에는 승리하게 된다”고 단언했다.

7일(화), 스와니 소재 아가페크리스천몬테소리(대표 이선희)에서 열린 세미나 인도차 방문한 이영숙 박사는 2000년부터 ‘성품 양육’이라는 새로운 양육 패러다임을 선보이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성품 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국 330개 이상의 유치원에서 ‘좋은 나무 성품학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공교육 기관의 하나인 직무연수기관에서 초, 중, 고등학교 교사들을 재교육 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영숙 박사는 ‘성품 양육’이란 부모로부터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 드러나는 성격 가운데 장점은 키워주고 단점은 보완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 교육으로 12가지 좋은 성품 즉, 경청, 긍정적 태도, 기쁨, 배려, 감사, 책임감, 인내, 순종, 절제, 창의성, 정직, 지혜의 정의를 제시하고 이들 성품으로 자녀의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품 양육을 통해 유전적으로 주어진 기질과 성격을 하나님의 성품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영숙 박사는 “세 아들을 키우면서 본인 역시 성취 위주의 교육에 매달렸고, 특히 첫 아이의 마음이나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기대감으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했다.

부모의 성에 차지 않는 첫 아이의 성적 때문에 갈등하면서 혼내기도 하고 어르기도 했지만 관계가 깨진 이상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한번은 남편이 아이의 성적 때문에 100대를 때린 적이 있어요. 그러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자 터져 버렸죠. 공부는 둘째치고 아이는 ‘자신이 크면 아빠에게 복수하겠다’는 분노의 마음을 품었고, 저에게도 ‘엄마는 그때 왜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냐’면서 원망했죠. 그때서야 큰 충격을 받고 부부가 아이에게 용서를 구했어요. 성품교육을 통해 관계가 회복된 이후에 아이는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너무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품교육은 태아일 때부터 시작하게 되지만, 일반 부모 성품 교육, 교사 교육도 마련돼 있다. 부모가 먼저 성품의 중요성을 깨닫고 물꼬를 터주면,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는 것.

“‘존재에 대한 감사’가 모든 성품의 우선이 된다고 봐요.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불평과 비난으로부터 깨지기 시작하는데, 내가 이만큼 온 것에 감사하고, 상대방이 그저 존재해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면 불평할 것이 없고 관계가 회복됩니다. 사실 내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감사가 없기 때문이에요.”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 시키고자 태평양도 넘을 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민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행복한 자녀’로 양육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영숙 박사는 우선 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것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부모가 모두 일을 해야 하는 바쁜 이민생활 가운데 오랫동안 자녀와 함께 할 수 없다면, 함께 있는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사랑을 표현해주고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줄 필요가 있으며, 부모와 떨어져 있는 시간에 아이를 돌봐줄 성품적인 양육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모와 자녀가 경험하는 세대간 격차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님의 성품으로 하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부모들이 기능적으로 잘하는 아이, 성취가 뛰어난 아이로 키우려고 하지만 성품이 따라주지 않으면 중도에 떨어지게 되고 우울함, 불안함, 부담감만 느낀다. 한국에서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학업입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하고 싶은 것을 절제하고, 인내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는 것이 필요해요. 결국 맨 마지막까지 승리하는 사람은 성품이 되는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영숙 박사는 사단법인 한국성품협회 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로, 단국대학원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해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특수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986년 밀알유치원을 설립해 현재 서울과 수원의 본원을 운영하고, 사단법인 한국 밀알몬테소리 기독교교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성품양육바이블(물푸레, 2010)> <유아, 유치, 초등, 청소년 성품교육과정 및 교재개발(도서출판 좋은나무성품학교, 2005~)>,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성품’(두란노, 2007)>, 성품 좋은 아이로 키우는 자녀훈계법(두란노, 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