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갑던 늦은 5월의 오후, 캠퍼스엔 활기가 넘쳤다. 팔에 책을 끼고 분주히 오가는 발걸음, 그 사이로 한가로이 기타를 연주하는 낭만…, 긴장과 여유가 교차하던 그 곳,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이 학교 신대원 3학년 김성남 씨와 1학년 노경진 씨를 만났다. 김 씨는 곧 졸업을 앞둔 총학생회장이고, 노 씨는 이제 막 입학한 새내기다. 목사를 꿈꾸는 이들, 그 소망이 간절한 만큼 한국교회를 향한 기대도, 실망도 큰 젊은이들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직 흐려지지 않은 두 눈에 그대로 비쳤다.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 모두의 책임
신학교서도 개인주의·경쟁주의 보여

-왜 목사를 꿈꾸나.

노경진 씨(이하 노): 초등학교 때까진 축구선수가 되려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권유로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신학대에 진학했다. 목사를 꿈꾼 건 대학 청소년 단체에서 사역하면서부터다. 여전히 이 땅엔 하나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많은 영혼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강남역 주변이나 명동 같은 번화가를 갈 때마다 그런 마음을 느낀다.

-신학을 공부하니 어떤가. 실제 신앙 생활과의 괴리는 없나.

(노): 그런 괴리는 아마 많은 신학생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고민이 아닐까 한다. 주로 이론과 실제의 차이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이다. 신학교에서 배우는 것 중에는 교회에서 적용할 수 없는 것들도 더러 있다. 그렇다고 신학교가 그런 것들을 아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신대원 신입생일 경우 1년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새벽기도를 비롯한 경건활동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김성남 씨(이하 김):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학교에서 경건을 학문에 앞서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학문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또 신대원 3년간 다 익힐 수 없다는, 일종의 구조적 한계도 있다. 개인적으론, 신대원 학생 수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학 교육이 여러 면에서 보완돼야 한다는 건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

-요즘 한국교회가 많은 비난을 받는다.

노: 나를 포함한 모두의 책임이지 누군가만의 잘못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한국교회를 반면의 교사로 삼을 뿐이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순종을 보면서 순종을 다짐하는 것과 같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분명 있을 것이다

김: 지금 작은 것부터, 말 그대로 막혀 있다. 신학교에서도 개인주의와 경쟁주의가 심심찮게 보인다.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교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대형교회에 지원해 교역자가 되려면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또 그 와중에 학연, 지연이 작용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많은 비난을 사고 있는데, 바닥까지 쳐야 한다고 본다.

-대형교회 지원자가 그렇게 많은가.

김: 요즘 세대를 일컬어 ‘3포 세대’라고 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모두 포기한 세대라는 말인데, 그만큼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일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삶에 도전하지 않고 그저 현실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나약한 젊은이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개척해서 자립하려는 신학생들이 크게 줄었다. 특히 장신대 신대원에는 굉장한 고학력자들이 많다. 자연히 개척보다는 그 수준에 맞는 대형교회를 꿈꾸지 않겠나.

-교회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해마다 목사들은 쏟아지고 있다. 신대원을 나와도 목사가 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이 많다는데.

노: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많아지는 것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교회 수가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이젠 한국을 넘어 세계를 봐야 한다. 세계의 수많은 영혼들이 하나님의 일꾼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면 대형교회만을 꿈꾸지 말고 하나님이 각자에게 원하시는 사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김: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시대가 악할수록 목회자가 많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교회도) 먹고 살 만하니까 목회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큰 문제다. 앞으로 신학대는 목회자 지망생들을 더 뽑지 말아야 한다. 이런 주장은 20~30년 전에도 있었다. 일자리를 위해 학생들 뽑는다는 생각까지 든다. 신학생들도 학교 안에만 있을 때는 잘 모른다. 마냥 즐겁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면 어려운 현실에 당황하게 된다. 삶과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목사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신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큰 문제다.

아직 교회의 힘 다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후임목사들이 청빙되며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리더십이 바뀌고 있다.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나.

노: 하나님께서 1만 명의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와 1백 명의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를 각각 어떻게 평가하실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많은 영혼을 목회하는 목사일수록 하나님께선 더 큰 책임을 요구하실 것이다. 만약 목회자가 죽어서 심판대 앞에 선다면 하나님은 그런 기준에서 심판하시지 않을까. 그런데 현실적으론 대형교회 목사가 되면 사택도 주어지고 사례비도 많으니 사람들이 너도 나도 대형교회 목사가 되려 한다. 내가 책임져야 할 영혼이 1만 명이나 된다는, 그런 부담과 책임감을 갖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새로운 리더십들, 특히 대형교회 목사들은 이런 부분에서 거룩한 부담을 좀 가졌으면 한다.

김: 부산 호산나교회가 홍민기 목사님을 후임으로 청빙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다. 분당우리교회의 이찬수 목사님도 그렇고, 한국교회가 서서히 청소년 사역에 눈을 뜬 것 같기 때문이다(홍민기 목사와 이찬수 목사는 모두 청소년·청년 사역에 헌신했던 목회자다. -편집자 주). 보다 젊은 성도들을 생각할 수 있는, 목회적 마인드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이젠 한국교회가 평신도들에게 더 많은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금 평신도들은 상당히 전문화돼 있다. 완도 지역 한 교회에 평신도위원회가 7백 개나 되는 걸 보면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교회 주보가 무려 30페이지나 된다. 평신도들의 사역이 이렇게 활발하다. 새로 바뀐 리더십들에게 이런 점들을 주문하고 싶다.

-김성남 씨는 총학생회장으로서, 또 졸업을 앞둔 예비 목사로서 노경진 씨보다 한국교회의 이면을 직접 볼 기회가 더 많았을 것 같다.

김: 실망감도 컸고…, 물론 감동받은 부분도 많았다. 그러면서 꼭 고쳤으면 하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교회 안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권위주의다. 목회자들을 만나면서 많은 분들이 부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들을 동역자가 아닌 하급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교회에서 흔히 쓰는 수석목사라는 표현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각자가 가진 달란트들을 세워주려는 분위기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

-한국교회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 아직도 교회가 교회의 힘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하나님께서 온전히 쓰실 수 있는 깨끗한 그릇이 되고 싶다.

김: 성경이면 다 된다는 것이다. 말씀에 대한 깨달음, 성경이 곧 무기라는 사실을 나도, 한국교회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