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논쟁은 덮은 채, 반기독교 정서를 부추기면서 수쿠크법을 통과시키려는 세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국회에서 종교적 이유로 수쿠크법을 반대한 적이 없다.”
이혜훈 의원(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수쿠크법을 ‘공개적으로는’ 나홀로 반대하고 있다. 대정부질문 등 바쁜 국회 일정을 쪼개가면서 최근 인터뷰에 응한 이 의원은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기독교의 반대 때문에 수쿠크법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 기독교인들의 잘못도 일부 있다. 우리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 분들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거부감을 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 부분들은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의도적으로 수쿠크법을 반기독교 논쟁으로 끌고 가는데, 이런 부분은 굉장히 악의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국회 상임위에서 수쿠크법 통과가 보류되던 날이다(2010년 12월 7일). 상임위에서 어떤 의원이 ‘이슬람채권에 대해 별로 합당하지 않은 근거로 기독교계에서 극렬히 반대한다. 내 동생이 목사이지만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후 이 발언을 각종 언론이 인용하면서 기독교인들 때문에 국익을 수십조 날렸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반대토론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질 않아서 한 마디도 못했다. 왜 반대하는지는 물론, 반대한다는 얘기조차 공식적으로 한마디도 할 기회가 없었다. 수쿠크 논쟁을 경제적인 측면의 논쟁보다는 종교 논쟁으로 전환시킨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왜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했나.
“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하려면 다섯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하는데, 수쿠크법의 경우는 그 첫 번째 관문이 조세소위원회다. 처음 수쿠크법이 상정됐을 때(2009년 9월)는 내가 조세소위 위원장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바쁘기 때문에 미리 법을 검토하지 못하고 회의에 가서 보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 분들이 찾아와서 수쿠크법에 대한 위헌성을 설명해 주셨다. 큰일날 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발의한 기획재정부와 비공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공개적으로 논란을 삼으면 자칫 종교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고, 마치 이슬람을 적대시하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도 있어 공개적으로 할 얘기는 아니라고 봤다.
이 법을 발의하라고 지시한 책임자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강경했지만 ‘샤리아 금융의 이해’ 등 문제를 제기한 문헌들을 보내드렸더니 심각성을 깨닫고 안건에서 빼는데 동의해 주셨다. 그래서 내가 조세소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나도 조세소위에서 예결소위로 옮기고 정부 측도 책임자가 바뀌고 나서, 쿠테타하듯이 수쿠크법이 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이 조세소위를 통과하던 당시 나는 조세소위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발언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관문인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날은 반대토론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또 수쿠크법이 안건에서 빠졌기 때문에 수쿠크법에 대한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한 의원이 (내가) 기독교라서 반대한다고 매도한 그 시점에서, 왜 반대하는지도 말하지 못했고 반대한다는 의사조차 말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날은 어떻게 통과가 되지 않았나.
“상임위 26명 중 저와 전병헌·조배숙 의원 등 3명만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3명의 반대만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었는데, 신기하게 그날 다른 안건들 때문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계속 삐걱거리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미뤄졌다. 상임위원장이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오후 9시까지는 모든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30분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71개였는데 회의를 시작하지도 못했고, 나는 반대토론을 신청해 놓았다. 그런데 내가 반대토론을 시작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까 못하게 막았다. 그래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보장된 법적 권리인 반대토론을 누가 무슨 권리로 못하게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실랑이가 길어졌다. 위원장이 다급한지 뭘 들어주면 반대토론을 안 하겠냐고 해서, 수쿠크법에 대한 반대토론이니까 수쿠크법이 상정되지 않으면 반대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수쿠크법안은 상정하지 않고 나머지 70개 법안만 통과시켰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날 9시까지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 이유가 수쿠크법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날 목사님들이 합심기도도 하시고 금식하신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전쟁은 원래 하나님께 속한 것 아닌가.”
-4·27 재보선이 끝나면 통과시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사실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힘들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법안은 대부분 99.9% 통과된다. 첫번째를 통과하고 나머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법은 거의 없었는데, 수쿠크법은 다행히 두번째 관문에서 막혔다. 두번째 관문은 기획재정위원회로, 26명이 결정하는데 이들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표결을 하면 다행인데, 수쿠크법에 찬성한 기록이 남으면 개신교계와 불편해질까봐 표결하지 않고 소수의견이 있는 합의처리로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저 하나 반대해도 소수의견으로 치부하고 합의 처리하려 할 것이다. 저는 끝까지 표결처리를 주장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현재 내년 총선에서 다시 뽑히는 일에 가장 신경을 쓴다. 의원들은 재선출되려면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을 거스르기 어렵고, 또 공천을 받아도 선거에서 표로 당선되어야 하니 표를 가진 교회를 신경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개신교계가 아무리 반대해도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장로·집사 의원조차 공개적으로는 반대를 표명하는 사람이 이혜훈 의원 외에는 단 한 사람도 없는 듯하다.
-내년 공천이 두렵지 않은가.
“사람을 기쁘게 하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랴.”
-다들 수쿠크법이 원전 때문이라고 한다.
“왜 수쿠크법을 무리하게 강행하느냐는 질문에 기획재정부 차관이 국회에서 공식 답변으로 원전 때문에 빨리 해야 한다고 답했다. 확인된 건 그뿐이고, 나머지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다.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처음엔 수쿠크가 이렇게 문제가 있을 줄 모르고 단순히 쉽고 편한 돈 좀 쓰려고 시작한 일 같다. 논쟁이 되면서 수쿠크의 문제점들을 인지하게 됐다 해도, ‘아무 문제도 없다고 처음에 보고 드렸던 것은 잘못된 보고였습니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 문제 없는데 목사님들이 금융을 잘 모르고 반대한다고 덮을 가능성이 많은 것 아닌가?”
-만약 통과되면 어떻게 되나.
“아예 국회를 통과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법으로 확정된 걸 누가 뒤집겠나. 헌법소원도 가능은 하겠지만, 판결 나오기까지 몇 년 걸릴 것이다.”
-수쿠크법, 무엇이 문제인가.
“수쿠크법 자체는 수쿠크를 못 들어오게 하는 법도 아니고, 금융상품 중 하나에 불과한 수쿠크에 국세와 지방세 등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법이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과도한 면세혜택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들어와서 영업을 하려면 수쿠크도 다른 금융상품들과 똑같이 세금 내고 하라는 것이다. 즉, 특별히 과도한 면세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경제학 박사(美 UCLA)인 이혜훈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수쿠크는 일반적인 자금 운영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영되는 아주 독특한 상품으로, ‘이자를 받지 말라’는 이슬람 율법을 지키려 실물거래를 반드시 하게 돼 있다. 채권이란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고 끝나는 금융거래다. 그런데 수쿠크는 이름은 채권이지만 반드시 실물거래를 수반한다. 일반적인 채권은 이자를 수익으로 지급하지만 수쿠크는 이자 대신 실물거래에서 나오는 수익을 지급한다
실물을 거래해서 나온 수익들은 모두 과세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수쿠크가 지급하는 실물거래의 수익은 이자 대신 주는 것이므로 정부는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실물거래와 형평성에 굉장한 문제가 생긴다.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자금이 들어와 땅을 사고 집을 사고 주식을 사면 취득세와 양도세, 등록세 등 온갖 세금을 다 내야하기 때문이다. 수쿠크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면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과세 형평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금을 좋아서, 기뻐서 환영하면서 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런 세금을 낼 때는 공정하고 승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쿠크만 세금을 면제하면 다른 자금들이 과세 형평성을 신뢰하기 어렵고 승복이 안 된다. 국가의 조세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평과세 원칙’이 흔들리는 셈이다.” 수쿠크가 면세 혜택을 받으면, 다른 나라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내던 자금들도 세금이 없는 수쿠크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투명하지 않고, 테러자금으로 전용(轉用)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이들은 하왈라(hawala)라는 금융방식을 사용하는데, 거래를 하고 나면 그 거래내역이 남지 않는 방식”이라며 “예를 들면 누군가 불법으로 상속이나 증여도 하고 싶고, 재벌의 경우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싶다면 세금을 하나도 안 내고 거래내역이 없어져 아무 증거도 남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많지 않겠나”고 언급했다.
수쿠크는 실물거래를 위해 해외에 특수법인을 세워 거기서 거래 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가 조사할 수 없다. 불법이나 탈세 등 온갖 나쁜 일을 해도 해외특수법인을 조사할 수 없으니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제공조에 의해 기껏 조사한다 쳐도 하왈라에 의해 모든 증거는 이미 사라진 후”라며 “해외특수법인은 주로 조세피난처에 세워지므로 탈세가 기본적으로 많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수쿠크는 나쁜 것인가.
“수쿠크가 이런 불법을 한다는 게 아니라, 수쿠크가 들어오면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말이다. 기업의 비자금, 각종 범죄 집단의 자금, 탈세하려는 자금들의 입장에서는 수쿠크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쿠크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나 공정사회 기조가 흔들릴 위험이 많다. 그래서 걱정이다.
또 이렇게 면세를 하게 되면 전세계에서 이렇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수쿠크 자금이 깔때기처럼 몰려온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왜 수쿠크의 깔때기를 자처해야 하나.”
-이슬람에 대한 우려도 많다.
“자금을 운영하려면 이사회 등의 기관이 필요한데, 수쿠크의 경우 ‘샤리아위원회’가 모든 걸 결정한다. ‘샤리아’는 이슬람 율법이고, 이곳 위원들은 반드시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어야 한다.” 이 의원이 지적한 전 세계 샤리아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고문이나 자문 등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샤리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할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말레이시아 총리도 최근 방한해 수쿠크 자금이 테러단체로 가지 않는다던데, 안 가는 사례도 있겠지만 가는 사례가 있다면 문제 아닌가? 공신력 있는 문건인 미국 회계감사원 보고서도 ‘자카트’가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면 그쪽은 하왈라를 내세우며 송금즉시 송금내역이 사라지기 때문에 어떤 단체에 보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한다.
참 불안하지 않나. 왜 이렇게 불안한 자금에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과도한 특혜를 줘야 하는가. 전세계 2백개 이상의 나라들 중 면세혜택을 법으로 보장한 나라는 단 3나라 밖에 없다. 이들도 이중과세를 하지 않는 정도의 소폭 면세다. 우리는 국세, 지방세 등 7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해 주는 과한 특혜다.”
뿐만 아니라 샤리아에는 배교하는 자, 불신자를 살해하라는 율법도 있다. 배교자 살해는 그들에게 범죄가 아닌, 권장사항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99%가 불교였던 인도네시아가 100년만에 완전 이슬람 국가가 됐고, 초대교회 7곳이 있던 터키도 이슬람화됐다. 수쿠크법의 통과는 사실 종교간 화합·조화를 해치고, 종교다원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수쿠크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이 있는가.
“전혀 없다. 지금 해외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와 외국자금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면세해 주던 외국인 채권투자도 과세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는데 이런 법개정안은 수쿠크법을 통과시키려던 그날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면세해주던 다른 외국자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로 하는 바로 그날 수쿠크에는 전 세계 유례가 없는 과도한 면세혜택을 주려했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그리고 굳이 이슬람 금융을 사용하고 싶다면, 이슬람자금 중에도 얼마든지 있는 건전하고 안전한 자금들이 있으니까 그 자금들을 많이 끌어오면 된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자금들도 많다. 지금 굳이 위험한 수쿠크를 면세혜택까지 줘가면서 끌어와야 할 만큼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수쿠크는 무슬림형제단이 만들었다. 이들은 ‘테러로 전세계를 이슬람화하겠다’고 선언한 단체다. 이것이 지하드(jihad)인데, 그 안에는 테러를 지원하는 금융지하드, 문화지하드, 법률지하드 등이 있다. 이것은 수쿠크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억지주장이 아니라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쿠크법을 통과시키려는 쪽에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이러한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이혜훈 의원(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수쿠크법을 ‘공개적으로는’ 나홀로 반대하고 있다. 대정부질문 등 바쁜 국회 일정을 쪼개가면서 최근 인터뷰에 응한 이 의원은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기독교의 반대 때문에 수쿠크법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 기독교인들의 잘못도 일부 있다. 우리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 분들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거부감을 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 부분들은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의도적으로 수쿠크법을 반기독교 논쟁으로 끌고 가는데, 이런 부분은 굉장히 악의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국회 상임위에서 수쿠크법 통과가 보류되던 날이다(2010년 12월 7일). 상임위에서 어떤 의원이 ‘이슬람채권에 대해 별로 합당하지 않은 근거로 기독교계에서 극렬히 반대한다. 내 동생이 목사이지만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후 이 발언을 각종 언론이 인용하면서 기독교인들 때문에 국익을 수십조 날렸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반대토론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질 않아서 한 마디도 못했다. 왜 반대하는지는 물론, 반대한다는 얘기조차 공식적으로 한마디도 할 기회가 없었다. 수쿠크 논쟁을 경제적인 측면의 논쟁보다는 종교 논쟁으로 전환시킨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왜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했나.
“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하려면 다섯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하는데, 수쿠크법의 경우는 그 첫 번째 관문이 조세소위원회다. 처음 수쿠크법이 상정됐을 때(2009년 9월)는 내가 조세소위 위원장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바쁘기 때문에 미리 법을 검토하지 못하고 회의에 가서 보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 분들이 찾아와서 수쿠크법에 대한 위헌성을 설명해 주셨다. 큰일날 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발의한 기획재정부와 비공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공개적으로 논란을 삼으면 자칫 종교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고, 마치 이슬람을 적대시하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도 있어 공개적으로 할 얘기는 아니라고 봤다.
이 법을 발의하라고 지시한 책임자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강경했지만 ‘샤리아 금융의 이해’ 등 문제를 제기한 문헌들을 보내드렸더니 심각성을 깨닫고 안건에서 빼는데 동의해 주셨다. 그래서 내가 조세소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나도 조세소위에서 예결소위로 옮기고 정부 측도 책임자가 바뀌고 나서, 쿠테타하듯이 수쿠크법이 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이 조세소위를 통과하던 당시 나는 조세소위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발언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관문인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날은 반대토론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또 수쿠크법이 안건에서 빠졌기 때문에 수쿠크법에 대한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한 의원이 (내가) 기독교라서 반대한다고 매도한 그 시점에서, 왜 반대하는지도 말하지 못했고 반대한다는 의사조차 말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날은 어떻게 통과가 되지 않았나.
“상임위 26명 중 저와 전병헌·조배숙 의원 등 3명만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3명의 반대만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었는데, 신기하게 그날 다른 안건들 때문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계속 삐걱거리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미뤄졌다. 상임위원장이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오후 9시까지는 모든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30분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71개였는데 회의를 시작하지도 못했고, 나는 반대토론을 신청해 놓았다. 그런데 내가 반대토론을 시작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까 못하게 막았다. 그래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보장된 법적 권리인 반대토론을 누가 무슨 권리로 못하게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실랑이가 길어졌다. 위원장이 다급한지 뭘 들어주면 반대토론을 안 하겠냐고 해서, 수쿠크법에 대한 반대토론이니까 수쿠크법이 상정되지 않으면 반대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수쿠크법안은 상정하지 않고 나머지 70개 법안만 통과시켰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날 9시까지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 이유가 수쿠크법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날 목사님들이 합심기도도 하시고 금식하신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전쟁은 원래 하나님께 속한 것 아닌가.”
-4·27 재보선이 끝나면 통과시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사실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힘들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법안은 대부분 99.9% 통과된다. 첫번째를 통과하고 나머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법은 거의 없었는데, 수쿠크법은 다행히 두번째 관문에서 막혔다. 두번째 관문은 기획재정위원회로, 26명이 결정하는데 이들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표결을 하면 다행인데, 수쿠크법에 찬성한 기록이 남으면 개신교계와 불편해질까봐 표결하지 않고 소수의견이 있는 합의처리로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저 하나 반대해도 소수의견으로 치부하고 합의 처리하려 할 것이다. 저는 끝까지 표결처리를 주장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현재 내년 총선에서 다시 뽑히는 일에 가장 신경을 쓴다. 의원들은 재선출되려면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을 거스르기 어렵고, 또 공천을 받아도 선거에서 표로 당선되어야 하니 표를 가진 교회를 신경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개신교계가 아무리 반대해도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장로·집사 의원조차 공개적으로는 반대를 표명하는 사람이 이혜훈 의원 외에는 단 한 사람도 없는 듯하다.
-내년 공천이 두렵지 않은가.
“사람을 기쁘게 하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랴.”
-다들 수쿠크법이 원전 때문이라고 한다.
“왜 수쿠크법을 무리하게 강행하느냐는 질문에 기획재정부 차관이 국회에서 공식 답변으로 원전 때문에 빨리 해야 한다고 답했다. 확인된 건 그뿐이고, 나머지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다.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처음엔 수쿠크가 이렇게 문제가 있을 줄 모르고 단순히 쉽고 편한 돈 좀 쓰려고 시작한 일 같다. 논쟁이 되면서 수쿠크의 문제점들을 인지하게 됐다 해도, ‘아무 문제도 없다고 처음에 보고 드렸던 것은 잘못된 보고였습니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 문제 없는데 목사님들이 금융을 잘 모르고 반대한다고 덮을 가능성이 많은 것 아닌가?”
-만약 통과되면 어떻게 되나.
“아예 국회를 통과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법으로 확정된 걸 누가 뒤집겠나. 헌법소원도 가능은 하겠지만, 판결 나오기까지 몇 년 걸릴 것이다.”
-수쿠크법, 무엇이 문제인가.
“수쿠크법 자체는 수쿠크를 못 들어오게 하는 법도 아니고, 금융상품 중 하나에 불과한 수쿠크에 국세와 지방세 등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법이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과도한 면세혜택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들어와서 영업을 하려면 수쿠크도 다른 금융상품들과 똑같이 세금 내고 하라는 것이다. 즉, 특별히 과도한 면세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혜훈 의원. |
경제학 박사(美 UCLA)인 이혜훈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수쿠크는 일반적인 자금 운영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영되는 아주 독특한 상품으로, ‘이자를 받지 말라’는 이슬람 율법을 지키려 실물거래를 반드시 하게 돼 있다. 채권이란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고 끝나는 금융거래다. 그런데 수쿠크는 이름은 채권이지만 반드시 실물거래를 수반한다. 일반적인 채권은 이자를 수익으로 지급하지만 수쿠크는 이자 대신 실물거래에서 나오는 수익을 지급한다
실물을 거래해서 나온 수익들은 모두 과세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수쿠크가 지급하는 실물거래의 수익은 이자 대신 주는 것이므로 정부는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실물거래와 형평성에 굉장한 문제가 생긴다.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자금이 들어와 땅을 사고 집을 사고 주식을 사면 취득세와 양도세, 등록세 등 온갖 세금을 다 내야하기 때문이다. 수쿠크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면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과세 형평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금을 좋아서, 기뻐서 환영하면서 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런 세금을 낼 때는 공정하고 승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쿠크만 세금을 면제하면 다른 자금들이 과세 형평성을 신뢰하기 어렵고 승복이 안 된다. 국가의 조세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평과세 원칙’이 흔들리는 셈이다.” 수쿠크가 면세 혜택을 받으면, 다른 나라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내던 자금들도 세금이 없는 수쿠크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투명하지 않고, 테러자금으로 전용(轉用)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이들은 하왈라(hawala)라는 금융방식을 사용하는데, 거래를 하고 나면 그 거래내역이 남지 않는 방식”이라며 “예를 들면 누군가 불법으로 상속이나 증여도 하고 싶고, 재벌의 경우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싶다면 세금을 하나도 안 내고 거래내역이 없어져 아무 증거도 남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많지 않겠나”고 언급했다.
수쿠크는 실물거래를 위해 해외에 특수법인을 세워 거기서 거래 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가 조사할 수 없다. 불법이나 탈세 등 온갖 나쁜 일을 해도 해외특수법인을 조사할 수 없으니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제공조에 의해 기껏 조사한다 쳐도 하왈라에 의해 모든 증거는 이미 사라진 후”라며 “해외특수법인은 주로 조세피난처에 세워지므로 탈세가 기본적으로 많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수쿠크는 나쁜 것인가.
“수쿠크가 이런 불법을 한다는 게 아니라, 수쿠크가 들어오면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말이다. 기업의 비자금, 각종 범죄 집단의 자금, 탈세하려는 자금들의 입장에서는 수쿠크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쿠크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나 공정사회 기조가 흔들릴 위험이 많다. 그래서 걱정이다.
또 이렇게 면세를 하게 되면 전세계에서 이렇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수쿠크 자금이 깔때기처럼 몰려온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왜 수쿠크의 깔때기를 자처해야 하나.”
-이슬람에 대한 우려도 많다.
“자금을 운영하려면 이사회 등의 기관이 필요한데, 수쿠크의 경우 ‘샤리아위원회’가 모든 걸 결정한다. ‘샤리아’는 이슬람 율법이고, 이곳 위원들은 반드시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어야 한다.” 이 의원이 지적한 전 세계 샤리아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고문이나 자문 등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샤리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할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말레이시아 총리도 최근 방한해 수쿠크 자금이 테러단체로 가지 않는다던데, 안 가는 사례도 있겠지만 가는 사례가 있다면 문제 아닌가? 공신력 있는 문건인 미국 회계감사원 보고서도 ‘자카트’가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면 그쪽은 하왈라를 내세우며 송금즉시 송금내역이 사라지기 때문에 어떤 단체에 보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한다.
참 불안하지 않나. 왜 이렇게 불안한 자금에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과도한 특혜를 줘야 하는가. 전세계 2백개 이상의 나라들 중 면세혜택을 법으로 보장한 나라는 단 3나라 밖에 없다. 이들도 이중과세를 하지 않는 정도의 소폭 면세다. 우리는 국세, 지방세 등 7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해 주는 과한 특혜다.”
뿐만 아니라 샤리아에는 배교하는 자, 불신자를 살해하라는 율법도 있다. 배교자 살해는 그들에게 범죄가 아닌, 권장사항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99%가 불교였던 인도네시아가 100년만에 완전 이슬람 국가가 됐고, 초대교회 7곳이 있던 터키도 이슬람화됐다. 수쿠크법의 통과는 사실 종교간 화합·조화를 해치고, 종교다원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수쿠크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이 있는가.
“전혀 없다. 지금 해외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와 외국자금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면세해 주던 외국인 채권투자도 과세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는데 이런 법개정안은 수쿠크법을 통과시키려던 그날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면세해주던 다른 외국자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로 하는 바로 그날 수쿠크에는 전 세계 유례가 없는 과도한 면세혜택을 주려했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그리고 굳이 이슬람 금융을 사용하고 싶다면, 이슬람자금 중에도 얼마든지 있는 건전하고 안전한 자금들이 있으니까 그 자금들을 많이 끌어오면 된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자금들도 많다. 지금 굳이 위험한 수쿠크를 면세혜택까지 줘가면서 끌어와야 할 만큼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수쿠크는 무슬림형제단이 만들었다. 이들은 ‘테러로 전세계를 이슬람화하겠다’고 선언한 단체다. 이것이 지하드(jihad)인데, 그 안에는 테러를 지원하는 금융지하드, 문화지하드, 법률지하드 등이 있다. 이것은 수쿠크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억지주장이 아니라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쿠크법을 통과시키려는 쪽에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이러한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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