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란 무엇일까? 목회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정의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것을 그 목회자의 목회철학이라고 한다면 모든 목회자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목회철학에 따라 목회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목회철학에 근거해 때와 시기에 맞추어 다양한 방법과 관심, 초점을 갖고 목양에 임한다. 이 인터뷰는 추상적인 목회철학을 묻는 인터뷰가 아니다. 시카고 복음화를 위해 오늘도 선한 싸움 중에 있는 목회자들이 그 목회철학대로 목회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한 가지 주제만을 정해 대화하는 인터뷰다.
다섯번째는 김태준 목사이며 주제는 “건축”이다. 그는 15살 때 시카고로 이민 와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톤신학교에서 M.Div.를 마쳤다. 시카고대학교 대학 목회, 아틀란타한인교회 EM 목회, 웨렌연합감리교회에서 미국인 목회를 한 후,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해 7년째 목회하고 있다. 살렘교회는 지난해 6월 교육관을 완공해 봉헌했다. 15년 전인 1995년 창립 10주년 때 세웠던 교육관 건축의 꿈이 김태준 목사 부임 후 6년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목사님들 사이에는 일단 교회 건축을 하고 나면 교회가 성장한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직접 건축을 해 보시니 그게 사실이던가요?
그런 말이 있다고는 하는데, 살렘교회도 그러고 보니 건축을 한 후 성인 출석이 50%나 늘었으니 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에 새로 오신 분들은 교회가 위치한 샴버그 지역을 포함해 락포드 지역이나 심지어 인디애나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과거에 교회를 다니시다가 상처받고 지친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수평이동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 말하는 “작은 교회에서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이 아니란 점이 특이합니다.
-살렘교회의 어떤 면이 그들에게 호소력 있었던 걸까요? 단순히 건물일까요?
살렘교회가 건물을 새로 지었다는 사실 자체에 매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왜냐면 건축을 마친 후 교회 간판을 새로 달았는데 그것을 보고 오시는 분도 있으니까요. “어려운 때에 그래도 이 교회는 살아 움직이고 있고 뭔가 신선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일단 사람들을 오게 합니다. 그리고 오신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교회를 정기적으로 출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교회 분위기가 좋다”는 것입니다.
왜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우리 교인들이 신났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우리 교회는 어둡고 침침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자고 해도 잘 안되던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준비를 잘 못해도 교인들이 신나서 일을 합니다. 제가 한발짝 갈 때 교인들이 두발짝씩 가니까 교회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죠. 다른 교회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오신 분들에게 이런 모습이 신선해 보였을 겁니다.
새 건물 자체가 주는 느낌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제가 최근에 타주의 두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두 교회 모두 새롭게 건축을 한 교회였는데 한 교회는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느낌이 들면서 기도하고 싶고 예배드리고 싶은 분위기였고 또 한 곳은 새로 지었는데도 뭔가 좀 어색하고 구식 같았습니다. 새 건물에 새 카펫, 밝은 분위기가 교인들로 하여금 교회에 오고 싶게끔 한 것도 부정할 순 없죠.
-교인들도, 목사님도 신나셨겠습니다.
저는 좀 겁이 납니다. 실은 엄청 겁나죠.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좋지만 이거 교회 페인트 벗겨지는 순간 끝나는 것은 아닐까? 건물빨이란 게 길어야 2년 아니겠습니까? 이걸 어떻게 영적인 것으로 끌어낼 지가 고민이죠.
-물론 대책은 마련해 놓으셨겠죠?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저희는 말씀과 기도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철저히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교회는 건축을 하면서 미국 내 100대 성장하는 교회에 꼽혔습니다. 보통 교회 건축을 하면 목회자나 성도나 탈진하게 마련인데 말이죠. 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하고 난 후에 지치고. 그 교회는 건축을 하는동안 교회 프로그램을 줄인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선교 여행도 건축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건축에 올인하되 신앙생활의 기본적인 것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하진 않았단 겁니다. 많은 교회가 건축을 하느라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정작 건물이 세워지고 난 후에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우리 교회는 건축이란 하드웨어를 만들지만 이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희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4천분 기도 운동, 성경 통독 운동을 하면서 “건물을 짓는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말씀으로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건축이 되기 전에 여름학교, 한국학교도 시작해서 건축 후에 그 건물 안에 넣을 소프트웨어를 준비했습니다. 그리 했더니 지금 새 건물 안에서 중고등부들이 늘어나고 어린이 부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벌써부터 “건물을 너무 작게 지은 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제 나름의 대책은 없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기본적인 것을 하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시는대로 채울만큼 채우신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건축의 묘미군요. 하드웨어는 눈에 보이는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설치되기 전엔 안 보이는 것인데 그 균형을 맞추기가 쉽진 않으셨겠습니다.
여유가 필요합니다. 전에는 제가 설교 때 목소리도 크고 설교 톤 자체가 강했는데 요즘 많은 분들이 제 설교가 부드러워졌다고 합니다. 그런 편안함을 찾아 교회를 방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건축을 하면서 배운 것입니다. 저는 건축을 함에 있어서 성도들에게 그렇게 압박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쥐어짜면서 하지 않고 우리 형편에 맞게, 그것보다 조금만 더 했습니다. 헌금 약정도 1년만에 끝낼 수 있었지만 3년에 걸쳐서 했습니다. 좀 힘들면 쉬었다 하고 의견이 안 맞으면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 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다린 건축이니 그만큼 감사하고 기쁩니다. 그리고 성도들의 가장 큰 수확은 “하나님의 일은 결국 이뤄지는 것이구나”란 깨달음입니다.
사실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이 무엇이냐입니다. 그 건물은 우리 신앙의 집입니다. 힘들게 헌금하고 공을 들여서 해도 우리 신앙의 집이 지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헌금을 강조하는 설교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설교를 하더라도 “건축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다. 건물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건축을 건물이나 돈의 문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싸울 일도 없었고 마찰도 없었습니다. 건축위원회도 두번 밖에 안 모였고 그나마 한번은 너무 안 모이면 안될 것 같아서 모인 거였죠.
-그래도 건축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무리수를 두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사가 40일 금식기도할 믿음도 있고 돈을 잘 회전시킬 능력도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할 수 있겠지만 우선 제가 그럴만한 사람이 못됐고 우리 교인들의 경제적 사정도 뻔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래 걸렸습니다. 건축하겠다는 말이 나온지는 15년 됐고 구체적으로 추진한 것도 5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여유를 두었기 때문에 여력이 남았고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가 있으면 기다렸고 힘들어 하면 쉬었습니다. 지금은 건축을 반대하던 분들이 더 좋아하십니다. 왜냐면 모두 함께 이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헌금을 약정할 때 예산을 작게 잡은 후, 그게 모자랄 것을 예상해 큰 금액을 약정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예산을 넉넉하게 잡고 천천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돈에 크게 쪼들리지 않았습니다. 조금 부족할 때는 또 하나님이 채워 주시는 기적을 맛보고 그것에 함께 기뻐하면서 여유있게 했습니다.
-건물이 지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평안함과 행복함이 계속 흘렀습니다. 우리 교인들도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하면서 건물이 올라 가는 것을 봤습니다. 기둥이 세워질 때가 다르고 지붕을 덮을 때가 다르더라구요. 중고등부도 매주 올 때마다 자기들이 사용할 방이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 보면서 아주 흥분했습니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 지어진 것을 봤을 때는? 정말 대단했죠.
-그런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이제 한번 큰 일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조급함이 들진 않으셨습니까?
그게 제가 건축을 하면서 변한 점입니다. 3-4년 전이면 아마 “내가 무슨 일을 좀 해야 하는데”라고 조급했겠지요. 물론 지금의 평안한 모습을 어떤 의미에서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나 건축을 하면서 느헤미야 8장 10절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는 말씀처럼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싶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기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건물을 지어 주시니 감사하고 하나님이 사람들을 보내 주시니 감사하고. 옛날같으면 안달이 나고 그랬을텐데 지금은 이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살렘교회가 급성장하면 주변 교회들이 긴장하겠습니다.
감사하게도 샴버그 지역 교회들이 다 잘 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잘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교회들을 보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대부분 건강한 목회를 추구하는 분들이라 우리 교회의 건축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함께 기뻐해 주셨습니다.
-요즘 시카고에서 건축을 하는 교회들이 있는데 조언을 해 주신다면.
이것은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김광태 목사님이 해 주신 말씀인데 “승리를 축하하라”입니다. 과정과정마다 그것을 온 교인들이 기뻐하는 것입니다. 아틀란타한인교회는 건축을 하며 기초를 놓을 때 믿음의 돌에 자기 기도를 적어서 묻고, 기둥이 올라갈 때 그 기둥에 사인을 하고 판에다 이름을 적어서 묻었다 합니다. 이런 중요한 과정마다 온 교인이 축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건축이 한 단계씩 끝날 때마다 온 교인이 공사 현장에서 손을 잡고 기도하고 축하하고 감사했습니다.
또 하나는 마스터플래닝을 꼭 하란 것입니다. 이것은 설계 전에 건물의 용처, 정확히 말하면 비전을 그리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와서 장로들, 집사들. 교사들, 성가대 등 다양하게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하는 플래닝을 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게 되면 1만5천불 가량의 돈이 더 들 뿐 아니라 정작 건물을 짓는데에는 생략해도 되는 과정이기에 많은 교회들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성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것이 모든 성도들의 합의를 얻어 건물에 반영이 됩니다. 건물을 지어 놓고 서로 이 방은 왜 이렇게 작느냐? 이 방을 누가 쓸 거냐? 다목적실은 무슨 용도로 쓸 것이냐를 놓고 소란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마스터플래닝을 하면 건물을 짓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이 합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축 후 논란이 없습니다. 또 이 과정 중 성도들은 건물로서의 교회가 아닌 정체성으로서의 교회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마스터플래닝에서 성도들의 의견에 따라 교실을 크게 짓게 됐습니다. 성도들은 “우리 교회는 2세 교육을 중요시하는 교회”라는 데에 의견이 모인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교실이 잘 지어져야 하고 나중에 여름학교, 한국학교를 하는데 3-4천불 예산을 투자해도 “그건 당연하지”라는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 교회 중고등부실은 중고등부 허락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건물을 지으며 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단 이야기입니다. 건축은 꿈을 꾸는 것입니다. 꿈에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건물만 지으려 하면 실수합니다.
그리고 건축하느라 들인 비용을 허리띠 졸라매면서 갚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교회가 크게 부흥해서 새로온 사람들과 함께 갚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즉 부흥할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새로 사람들이 올 때 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구 멤버와 신 멤버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사역할 것인가? 교회의 체질을 어떻게 성장하는 교회로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비전이 건축에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다섯번째는 김태준 목사이며 주제는 “건축”이다. 그는 15살 때 시카고로 이민 와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톤신학교에서 M.Div.를 마쳤다. 시카고대학교 대학 목회, 아틀란타한인교회 EM 목회, 웨렌연합감리교회에서 미국인 목회를 한 후,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해 7년째 목회하고 있다. 살렘교회는 지난해 6월 교육관을 완공해 봉헌했다. 15년 전인 1995년 창립 10주년 때 세웠던 교육관 건축의 꿈이 김태준 목사 부임 후 6년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목사님들 사이에는 일단 교회 건축을 하고 나면 교회가 성장한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직접 건축을 해 보시니 그게 사실이던가요?
그런 말이 있다고는 하는데, 살렘교회도 그러고 보니 건축을 한 후 성인 출석이 50%나 늘었으니 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에 새로 오신 분들은 교회가 위치한 샴버그 지역을 포함해 락포드 지역이나 심지어 인디애나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과거에 교회를 다니시다가 상처받고 지친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수평이동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 말하는 “작은 교회에서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이 아니란 점이 특이합니다.
-살렘교회의 어떤 면이 그들에게 호소력 있었던 걸까요? 단순히 건물일까요?
살렘교회가 건물을 새로 지었다는 사실 자체에 매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왜냐면 건축을 마친 후 교회 간판을 새로 달았는데 그것을 보고 오시는 분도 있으니까요. “어려운 때에 그래도 이 교회는 살아 움직이고 있고 뭔가 신선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일단 사람들을 오게 합니다. 그리고 오신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교회를 정기적으로 출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교회 분위기가 좋다”는 것입니다.
왜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우리 교인들이 신났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우리 교회는 어둡고 침침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자고 해도 잘 안되던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준비를 잘 못해도 교인들이 신나서 일을 합니다. 제가 한발짝 갈 때 교인들이 두발짝씩 가니까 교회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죠. 다른 교회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오신 분들에게 이런 모습이 신선해 보였을 겁니다.
새 건물 자체가 주는 느낌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제가 최근에 타주의 두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두 교회 모두 새롭게 건축을 한 교회였는데 한 교회는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느낌이 들면서 기도하고 싶고 예배드리고 싶은 분위기였고 또 한 곳은 새로 지었는데도 뭔가 좀 어색하고 구식 같았습니다. 새 건물에 새 카펫, 밝은 분위기가 교인들로 하여금 교회에 오고 싶게끔 한 것도 부정할 순 없죠.
-교인들도, 목사님도 신나셨겠습니다.
저는 좀 겁이 납니다. 실은 엄청 겁나죠.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좋지만 이거 교회 페인트 벗겨지는 순간 끝나는 것은 아닐까? 건물빨이란 게 길어야 2년 아니겠습니까? 이걸 어떻게 영적인 것으로 끌어낼 지가 고민이죠.
-물론 대책은 마련해 놓으셨겠죠?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저희는 말씀과 기도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철저히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교회는 건축을 하면서 미국 내 100대 성장하는 교회에 꼽혔습니다. 보통 교회 건축을 하면 목회자나 성도나 탈진하게 마련인데 말이죠. 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하고 난 후에 지치고. 그 교회는 건축을 하는동안 교회 프로그램을 줄인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선교 여행도 건축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건축에 올인하되 신앙생활의 기본적인 것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하진 않았단 겁니다. 많은 교회가 건축을 하느라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정작 건물이 세워지고 난 후에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우리 교회는 건축이란 하드웨어를 만들지만 이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희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4천분 기도 운동, 성경 통독 운동을 하면서 “건물을 짓는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말씀으로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건축이 되기 전에 여름학교, 한국학교도 시작해서 건축 후에 그 건물 안에 넣을 소프트웨어를 준비했습니다. 그리 했더니 지금 새 건물 안에서 중고등부들이 늘어나고 어린이 부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벌써부터 “건물을 너무 작게 지은 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제 나름의 대책은 없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기본적인 것을 하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시는대로 채울만큼 채우신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건축의 묘미군요. 하드웨어는 눈에 보이는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설치되기 전엔 안 보이는 것인데 그 균형을 맞추기가 쉽진 않으셨겠습니다.
여유가 필요합니다. 전에는 제가 설교 때 목소리도 크고 설교 톤 자체가 강했는데 요즘 많은 분들이 제 설교가 부드러워졌다고 합니다. 그런 편안함을 찾아 교회를 방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건축을 하면서 배운 것입니다. 저는 건축을 함에 있어서 성도들에게 그렇게 압박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쥐어짜면서 하지 않고 우리 형편에 맞게, 그것보다 조금만 더 했습니다. 헌금 약정도 1년만에 끝낼 수 있었지만 3년에 걸쳐서 했습니다. 좀 힘들면 쉬었다 하고 의견이 안 맞으면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 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다린 건축이니 그만큼 감사하고 기쁩니다. 그리고 성도들의 가장 큰 수확은 “하나님의 일은 결국 이뤄지는 것이구나”란 깨달음입니다.
사실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이 무엇이냐입니다. 그 건물은 우리 신앙의 집입니다. 힘들게 헌금하고 공을 들여서 해도 우리 신앙의 집이 지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헌금을 강조하는 설교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설교를 하더라도 “건축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다. 건물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건축을 건물이나 돈의 문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싸울 일도 없었고 마찰도 없었습니다. 건축위원회도 두번 밖에 안 모였고 그나마 한번은 너무 안 모이면 안될 것 같아서 모인 거였죠.
-그래도 건축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무리수를 두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사가 40일 금식기도할 믿음도 있고 돈을 잘 회전시킬 능력도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할 수 있겠지만 우선 제가 그럴만한 사람이 못됐고 우리 교인들의 경제적 사정도 뻔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래 걸렸습니다. 건축하겠다는 말이 나온지는 15년 됐고 구체적으로 추진한 것도 5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여유를 두었기 때문에 여력이 남았고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가 있으면 기다렸고 힘들어 하면 쉬었습니다. 지금은 건축을 반대하던 분들이 더 좋아하십니다. 왜냐면 모두 함께 이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헌금을 약정할 때 예산을 작게 잡은 후, 그게 모자랄 것을 예상해 큰 금액을 약정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예산을 넉넉하게 잡고 천천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돈에 크게 쪼들리지 않았습니다. 조금 부족할 때는 또 하나님이 채워 주시는 기적을 맛보고 그것에 함께 기뻐하면서 여유있게 했습니다.
-건물이 지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평안함과 행복함이 계속 흘렀습니다. 우리 교인들도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하면서 건물이 올라 가는 것을 봤습니다. 기둥이 세워질 때가 다르고 지붕을 덮을 때가 다르더라구요. 중고등부도 매주 올 때마다 자기들이 사용할 방이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 보면서 아주 흥분했습니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 지어진 것을 봤을 때는? 정말 대단했죠.
-그런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이제 한번 큰 일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조급함이 들진 않으셨습니까?
그게 제가 건축을 하면서 변한 점입니다. 3-4년 전이면 아마 “내가 무슨 일을 좀 해야 하는데”라고 조급했겠지요. 물론 지금의 평안한 모습을 어떤 의미에서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나 건축을 하면서 느헤미야 8장 10절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는 말씀처럼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싶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기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건물을 지어 주시니 감사하고 하나님이 사람들을 보내 주시니 감사하고. 옛날같으면 안달이 나고 그랬을텐데 지금은 이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살렘교회가 급성장하면 주변 교회들이 긴장하겠습니다.
감사하게도 샴버그 지역 교회들이 다 잘 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잘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교회들을 보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대부분 건강한 목회를 추구하는 분들이라 우리 교회의 건축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함께 기뻐해 주셨습니다.
-요즘 시카고에서 건축을 하는 교회들이 있는데 조언을 해 주신다면.
이것은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김광태 목사님이 해 주신 말씀인데 “승리를 축하하라”입니다. 과정과정마다 그것을 온 교인들이 기뻐하는 것입니다. 아틀란타한인교회는 건축을 하며 기초를 놓을 때 믿음의 돌에 자기 기도를 적어서 묻고, 기둥이 올라갈 때 그 기둥에 사인을 하고 판에다 이름을 적어서 묻었다 합니다. 이런 중요한 과정마다 온 교인이 축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건축이 한 단계씩 끝날 때마다 온 교인이 공사 현장에서 손을 잡고 기도하고 축하하고 감사했습니다.
또 하나는 마스터플래닝을 꼭 하란 것입니다. 이것은 설계 전에 건물의 용처, 정확히 말하면 비전을 그리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와서 장로들, 집사들. 교사들, 성가대 등 다양하게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하는 플래닝을 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게 되면 1만5천불 가량의 돈이 더 들 뿐 아니라 정작 건물을 짓는데에는 생략해도 되는 과정이기에 많은 교회들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성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것이 모든 성도들의 합의를 얻어 건물에 반영이 됩니다. 건물을 지어 놓고 서로 이 방은 왜 이렇게 작느냐? 이 방을 누가 쓸 거냐? 다목적실은 무슨 용도로 쓸 것이냐를 놓고 소란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마스터플래닝을 하면 건물을 짓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이 합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축 후 논란이 없습니다. 또 이 과정 중 성도들은 건물로서의 교회가 아닌 정체성으로서의 교회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마스터플래닝에서 성도들의 의견에 따라 교실을 크게 짓게 됐습니다. 성도들은 “우리 교회는 2세 교육을 중요시하는 교회”라는 데에 의견이 모인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교실이 잘 지어져야 하고 나중에 여름학교, 한국학교를 하는데 3-4천불 예산을 투자해도 “그건 당연하지”라는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 교회 중고등부실은 중고등부 허락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건물을 지으며 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단 이야기입니다. 건축은 꿈을 꾸는 것입니다. 꿈에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건물만 지으려 하면 실수합니다.
그리고 건축하느라 들인 비용을 허리띠 졸라매면서 갚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교회가 크게 부흥해서 새로온 사람들과 함께 갚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즉 부흥할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새로 사람들이 올 때 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구 멤버와 신 멤버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사역할 것인가? 교회의 체질을 어떻게 성장하는 교회로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비전이 건축에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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