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구호단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을 막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최대 10만명의 아동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 중이다. 재난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동들에게는 식품이나 깨끗한 물 등 기본적인 물품들이 부족하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들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친화공간에서 돌보고 있다. ⓒSC 제공

센다이에서 세이브더칠드런 긴급구호팀을 이끌고 있는 스테판 맥도날드 씨는 “연료 부족으로 전국적인 물류 상황이 악화돼 기본적 물품조차 구하지 못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주변 대피소에는 새로운 대피행렬이 생겼고, 안전성 우려로 구호인력 배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들 구호팀은 16일 센다이시 북부 이시노마키와 노비루, 오나가와 지역을 들렀다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아동들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안 울버튼 씨는 “눈과 진눈깨비, 비가 날리는 진흙투성이 길을 10시간 가까이 걸어다녔는데, 대피소에서 등유램프 주변에 모여있는 아동들을 봤다”고 전했다.

아이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세토 가즈키(8)는 “원전이 정말 걱정된다”며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으로 밖에서 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로야스(10)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핵폭탄에 대해 알고 있어 매우 겁난다”며 “만약 원전이 폭발한다면 엄청난 시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들을 위해 센다이에서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아동친화공간(CFS)을 16일 열었다. 대피소로 이용되던 초등학교에 문을 연 아동친화공간은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5-12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장난감과 인형, 책 등을 제공하고, 훈련된 관리자들이 이들의 경험을 표현하고 털어낼 수 있는 상담을 실시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굿피플 측에 긴급구호자금을 전달하고 있다. ⓒ굿피플 제공

굿피플은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에서 일본 대지진 1차 구호성금 5백만엔을 접수받고, 피해 주민들을 위한 긴급구호단 출정식을 16일 가졌다.

지진 발생 후 긴급구호활동에 나선 굿피플은 피해주민들을 위한 식료품과 위생용품, 방진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준비해 16일 조사단을 급파했다. 이들은 센다이에서 북쪽으로 40km 가량 떨어진 오사키시 후루카와지역과 이시노마키시 타이호코소학교에 도착해 이재민 1500명에게 담요와 손전등, 식료품과 위생용품, 생활용품 등 25000달러 상당의 긴급구호물품을 배급했다.

굿피플은 100만달러를 목표로 온·오프라인에서 모금활동을 진행 중이며,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등으로 후원자들에게 피해상황을 알리고 있다. 현재까지 약 1억 5천만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긴급구호팀에 따르면 현재 피해주민들은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도 힘든 상황에서 여진은 물론, 추위와 방사성 피폭에 떨고 있다고 한다.

초기 긴급구호자금 10만달러를 지원한 기아대책은 선발대에 이어 16일 긴급구호팀 3명을 센다이 지역에 추가 파견했다. 오사카에 위치한 일본 기아대책과 협력해 센다이시 메이시유치원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라면과 스프, 음료와 담요, 생수와 빵, 침낭과 티슈 등 구호물품을 현지에서 확보했다. 이들은 18일 센다이시 인근을 돌며 주민들에게 물품을 배분하고, 방사능 노출 우려로 안전지대인 니가타 지역으로 다시 이동했다.

선발대 김효은 간사는 “센다이시 이즈미구 무라사키야마 5쵸메 중 2쵸메만 전기가 들어오고 모두 끊긴 상태”라며 “주민 대부분은 남아있는 식량과 생수로 간신히 살아가고 있고, 씻을 물이 없어 동네 분수대에서 물을 떠 세수와 양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심지어 밖에서 눈을 가져와 욕조에 쌓아놓고 녹여 사용하고 있고, 편의점에서 500ml 생수 2통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있다”며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1천엔 어치를 넣기 위해 사람들이 밤새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정 긴급구호팀장은 “쓰나미가 덮치고 간 시오가마 지역은 파손 차량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등 처참하기 그지없고, 주민들은 생수와 생필품은 물론 등유조차 없어 추위에 떨고 있다”며 “급수차량마저 자주 들어오지 못해 주민들은 지붕 위에 녹은 눈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강 팀장은 “현지 주민들은 2-4시간을 기다려 겨우 물 한 병을 받는 상황에서 직접 물품을 건네준 데 대해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며 “한 이재민 여성은 쓰나미로 남편과 동생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지만 집마저 떠내려가 아무것도 남아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센다이시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기아대책에서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기아대책 측에 후원하는 기업 및 단체, 개인들의 손길도 계속되고 있다. 기아대책은 패션그룹 형지가 보내온 50억원 상당의 의류 5만장, 영원무역의 의류 5천장,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보낸 생수 30만병을 다음 주 일본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외에도 롯데면세점(1억 1천만원), SK텔레시스 임직원(5천만원), 풀무원(3천만원), 한국수자원공사(2천만원), 세브란스병원(1천만원) 등에서 성금을 보내왔다. 사단법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는 2011 서울컬렉션 기간에 소속 디자이너들이 기부상품을 만들어 수익금을 이재민 돕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삼성SDS, 신한은행, 기업은행은 기업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기아대책과 연계해 온라인 모금을 진행 중이고, YES24, SKT, 온맘닷컴 등은 포인트 기부를 실시하고 있다.

기아대책 홍보대사들도 나섰다. 배우 고은아, 임동진, 김자옥, 조민기, 김혜은, 김정화, 이하늬, 박신혜, 성우 배한성, 앵커 김주하, 가수 씨앤블루 등은 ‘일본 돕기’ 영상 제작에 참여해 고통받는 일본 이재민들을 향한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영상은 기아대책 홈페이지(www.kfhi.or.kr)나 SNS에서 확인 가능하다.

기아대책은 16-17일 이틀간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인사동 남인사광장에서 2시간 동안 일본 이재민돕기 거리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굿네이버스도 17일 오전 10-12시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서울 명동에서 대학생 자원봉사동아리 ‘인하브로드’ 학생들과 함께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1주일간 시내 주요 장소에서 모금 캠페인을 계속 진행한다. 굿네이버스는 일본 지부를 통해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토호쿠 지역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1차 긴급구호자금 10만달러를 지원했다.

구세군대한본영(사령관 박만희)은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시내 23곳에서 자선냄비 거리모금을 실시하고 있다. 83년 전 자선냄비가 시작된 이래 12월 이외에 거리모금을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화문 앞에서 열린 거리모금 행사에는 특히 가수 션과 브라운아이드걸즈 나르샤, 얼마 전 제대한 UN 김정훈 씨 등 연예인들도 참석해 일본을 위한 사랑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