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LA마가교회(담임 채동선 전도사)에서 열린 소망소사이어티 주최 정기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선 서동성 변호사가 '재상 상속에 따른 법적인 검토'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히브리서 9장27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죽음은 시대와 남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절실한 과제이다. 특히 죽음을 앞둔 노년기에 있어 죽음에 대한 태도와 대처방안은 삶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어느날 닥쳐온 죽음, 예고 없는 죽음이 얼마나 큰 불행을 몰고 오는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알기가 쉽지 않다.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죽음 준비 교육'을 접할 기회도 많고, 프로그램도 상당히 잘 되어 있다. 학교에서 '죽음 준비 교육'을 다양한 교과목 안에 포함시켜 가르친다. 보건교육의 일부로, 혹은 죽음을 문학의 교재로 취급하기도 한다. 사회과학 수업에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죽음에 대해 깨닫도록 교육한다. 대학에서는 일반 종합대학의 정식과목으로 죽음학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민사회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이민 1세들을 대상으로 '죽음 준비' 사역의 선구자 역할을 감당해 온 단체가 있다. 바로 소망소사이어티(유분자 이사장)이다.

지난 7일 소망소사이어티는 LA 마가교회에서 서동성 변호사를 강사로 초청해 제29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교육과정에는 죽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반영하듯 노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강사로 나선 서동성 변호사는 '재상 상속에 따른 법적인 검토'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면서, 자신이 사망한 뒤 유산 상속 문제를 둘러싸고 자녀를 비롯한 주변이 분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 맥을 짚어줬다. 그는 "부모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재산 때문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법적으로 준비하고 정리해 놓는 것이 지혜"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런 죽음 대비해 평소에 차근차근 준비해야

▲7일 마가교회에서 열린 정기세미나에서 박혜수 교육부장(LA 드림교회 사모)이 '행복한 마무리'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면 지금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삶의 의미를 바로 알고 잘 살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박혜수 교육부장(드림교회 사모)이 나서 '행복한 마무리'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서두에서, 수년간 말미 암 환자를 진료한 한 일본인 의사가 쓴 저서 '죽을 때 후회하는 것 25가지' 리스트 중에 "유산을 어떻게 할까 결정하지 않았던 것"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 "이웃들에게 베풀지 않고 살아왔던 것" 등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육부장은 "이민100년을 넘긴 한인사회도 이제 노년층이 점점 늘어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며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Being) 문화가 이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웰다잉(Well-Dying) 문화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죽음이 반드시 노인세대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젊은이는 죽음보다는 삶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노인은 자주 죽음을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노인에게 행복한 삶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준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노인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빠지게 되어 노년기 삶 전체가 불안해지고 불만족스러워질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죽음 준비를 통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비해 삶을 더 의미있게 살 수 있고, 죽음을 우리 삶 속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음을 준비하자는 것은 결국 오늘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이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면 지금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삶의 의미를 바로 알고 잘 살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 쓰기, 죽음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죽음 준비를 위한 특강, 소망유언서(유언장) 작성, 사전 의료 지시서 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죽음에 대해 알찬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강의가 마친 뒤 실제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갑작스런 죽음에 자기결정권을 대신할 수 있는 문서인 소망유언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박 교육부장은 “갑작스런 죽음을 대비한 유언장이나 사전의료지시서는 건강할 때 미리 작성 해두는 것이 좋다”며 “가능하면 평소 가족들에게 연명치료나 사후 조치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망유언서에는 뜻하지 않은 사고나 병으로 의식 불명상태가 됐을때 의료에 대한 법적 대리인 위임, 불치병이나 뇌사 상태일때 인공 연명장치를 사용할 것인가의 여부와 임종후 장기기증 여부 등을 기입하는 란이 들어있다.


◈소망소사이어티
=2007년 8월 미국 남가주에서 설립된 비영리재단 소망소사이어티는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Well-Being, Well-Aging, Well-Dying)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민1세들을 대상으로 죽음 준비교육을 통해 남은 삶을 좀더 행복하게 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운동을 펼쳐왔다. 구체적으로는 주로 소망 유언서 쓰기, 장기 및 시신 기증 안내, 장례절차 간소화를 통한 장례문화 개혁과 호스피스 교육, 기부문화 확산, 연장자들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과 안내, 웰에이징을 위한 교육, 환자-사별 가족을 위한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