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0장 30절부터는 예수님이 한 율법사와의 대화에서 비유로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비유인 즉,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다.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또 이와 같이 한 레위인도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하지만 어떤 사마리아인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고 이튿날에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막 주인에게 주며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부비가 더 들면 내가 돌아 올 때에 갚으리라”고 했다. 예수님은 율법사에게 말씀했다. “네 의견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율법사는 말했다.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님은 다시 말씀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이 땅에서 교회의 사명은 막중하고 그만큼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선교, 전도, 봉사, 치유, 회복...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구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만큼 대사회적인 면에서 중요한 사역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교회가 구정을 맞으며, 많은 목회자들이 쉼을 버리고 섬김의 연휴를 누리고자 밥퍼는 목회자로 나서 홈리스들을 섬기는 ‘희망큰잔치’ 행사 개최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어떤가... 나와 다른 민족이라는 이질감을 기반으로 어떤 면에선 일본 정부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하고, 때로는 홈리스 사역을 하고 있는 교회나 선교단체들의 활동을 뒷짐지고 바라만 보고 있는 경향이 짙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홈리스 사역을 한다는 교회들 조차도 간혹 단기선교 팀 방문 시 일시적인 찬양 봉사나 배식에 그치거나 정기적인 설교나 적은 헌금이 전부인 형편이다.

동경지역에서 우에노 홈리스 사역은 여타 지역의 홈리스 사역에 비해 규모나 활동적인 면에서 매우 큰 대형 사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 사역마저도 후원과 협력이 없어 한 주 한 주를 어려운 경영난을 뚫어내며 유지하고 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어 은혜가 되지만, 그 만큼 교회가 대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도움의 손길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주 화요일 우에노 홈리스 사역의 모습. 각 교회에서 나온 봉사자들이 밥과 국, 반찬, 간식 등을 배식하고 있다.ⓒ강성현 기자

기자는 지난 7일(월) 기자 생활 처음으로 차내에서 그것도 봉고차내에서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동경애선교회 황금구 장로와의 대화를 위해서였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그는 기자를 차에 태우고는 이내 핸들을 돌려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쌀가게 앞에 멈춰 섰다. 도착하자마다 재빠르게 차에서 내려 5kg짜리 쌀 40여 봉지(약 200kg)를 실었다. 그리고는 동경애선교회 일본인 스텝(홈리스에서 변화되어 스텝으로 섬김)이 거주하며 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도착해서는 쌀을 내리고 음식 준비하는 스텝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다시 차에 올라탔다. 매주 월요일이면 후드뱅크라는 곳에서 판매는 못하지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무료로 주기 때문에 그것을 받으러 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바쁜 이유는 한 가지다. 다음 날이면 400여명의 홈리스들이 황 장로와 그 스텝들이 준비하는 식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하니 황 장로의 마음이 분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번의 배식 준비는 이렇게 배식 전날부터 한바탕 부산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본인 스텝 6명이 직접 국도 끓이고 김치도 담그고, 간식으로 빵이 있는 날은 빵을 하나하나 포장을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벽 2시부터는 밥도 짓기 시작한다. 미리 지어놓으면 따뜻한 밥을 줄 수 없기 때문에 400여명의 분량을 꼭두새벽부터 짓기 시작하는 것이다. 많은 일을 감당해내야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

황 장로는 십 수 년이 넘도록 우에노 홈리스 사역을 이끌어 온 황바울 목사의 바통을 이어받아 섬긴 지 올해로 2년 반이 됐다. 그에 따르면 겨울에는 홈리스들이 350-400명 정도로 모이고, 3월을 넘어서면 더 늘어난다고 한다. 그는 “작년 겨울보다 올 겨울이 (홈리스들이)더 는 것 같다”며 “작년에는 250-300명 정도였는데 100명 정도가 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로 15년째 접어들지만 정기 후원 단체 한 군데도 없어...
경영난이지만... “영혼이 구원받을 때 가장 보람되다” 간증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400여명의 홈리스들을 먹이기 위해 기도와 믿음으로 이겨내 온 황금구 장로.ⓒ강성현 기자

지금 우에노 홈리스 사역이 어떤지 운전중인 그에게 상황을 말해달라 했더니, 가장 먼저 “하나님이 하지 않으셨으면 정말 할 수 없었다”며 상기된 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어찌 보면 장로로서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실상을 알고 나니 쉽지 않은 고백이었다.

우에노 홈리스 사역은 올해로 15년째에 접어들 정도로 매우 오랜 길을 걸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정기적인 후원 단체가 한군데도 없다. 외부에서는 홈리스 사역을 하니 많은 후원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었다. 그나마 어느 NPO 이사장인 성도가 한 달에 얼마씩 형편이 되는 데로 후원을 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가끔 누군가를 통해서 만엔 정도씩 들어오고, 헌금통(우에노 배식중에 공개적으로 배치해 두는 헌금함)에서 몇 천엔씩 들어오는게 전부다. 황 장로는 “다음 주는 정말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이 거기에 딱 맞게 채워주시는 거에요. 정말 하나님은 살아계신 분이세요”라고 간증했다.

연중에도 여름이면 단기선교팀이 많이 오지만, 단순히 눈으로 보고 찬양하고 돌아가는 것이 전부이지 그 중에 헌금으로 후원하는 교회들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후원없이 어떻게 운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 장로는 “하나님이 아니면 이건 누구도 못한다”며 “때마다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정말 저도 깜짝 깜짝 놀란다”고 고백했다.

황 장로는 배식을 위해서는 무조건 3가지는 빠트리지 않도록 준비하려 노력한다. 바로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김치다. 다른 곳에서는 밥이 없으면 빵을 준다던지 다른 것으로 대체를 하지만 황 장로는 그렇지 않다. 꼭 밥을 챙긴다. 다행히 반찬이 되는 식품들은 약 1년전부터, 푸드뱅크라는 곳으로부터 팔지 못하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무료로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때론 야채로, 때론 빵으로... 어떤 메뉴에 그 양 또한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많고 적을 때가 있지만, 정기적인 후원 없는 황 장로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가장 큰 곳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늘 바닥뿐인 재정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홈리스들 중에 구원받을 때가 가장 보람되다고 말한다.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힘이 안 든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하지만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 그는 “우에노 형제들 중에서 너무 너무 고맙다고 교회로 찾아와서 교회 다닌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되다”며 “사실 모든 목적이 예수님을 증거하는 것이고 이들의 영혼이 구원받게 하기 위함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음식과 옷 이외에 감기약, 연고 등 약 절실
재정적 후원뿐만 아니라 함께 봉사함으로 협력 부탁키도


▲푸드 뱅크라는 곳에서 이날 수십 상자의 식품을 후원받게 돼 황 장로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강성현 기자

추운 겨울, 먹을 거리 이외에 홈리스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약이다. 황 장로는 “옷 같은 것은 다른 단체에서도 나눠주기도 해서 괜찮지만 지금은 약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며 “1년 전까지는 저희 교회에 노인 홈을 하고 계신 전도사님이 계셔서 그곳에서 남아있는 약이 많아서 받아 나눠줬는데 지금은 그만두신 관계로 약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이 없냐고 물어오는데 줄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특히 “감기약과 상처났을때 바르는 연고, 파스 등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에서는 성경공부도 하고 있다. 홈리스들 중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싶다고 오면 교회로 인도하고, 현재 동경애선교회서 설교를 전하고 있는 문미경 목사가 성경을 가르친다. 황 장로는 “일본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절대 말을 안 하는데 성경을 공부하고 많이 변화되었다”며 “말도 하고 마음도 열고 했다. 처음엔 웃지도 않고 그냥 멍하게 쳐다보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변했다”고 간증했다.

한편, 동경애선교회 사역과 황바울 목사와 관련된 좋지 않은 구설수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황바울 목사님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 것 알고 있다. 목사님이 몸이 안 좋아서 가신 후로 제가 섬기고 있지만 저는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죽기 전에는 누구도 뭐라고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밝혀질지 모르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비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황 장로는 인터뷰를 마치며 우에노 홈리스 사역에 협력하고 싶은 교회들에게 “재정적으로 물질적인 부분도 물론 너무 필요하지만, 함께 협력하고 봉사해주시는 분들도 필요하다”며 “한 번 배식에 약 12-3사람이 필요한데 단기선교 팀이 올 때는 괜찮지만 (단기선교 팀이 거의 없는)겨울에는 일손이 부족하다. 협력이 가능할 때 물질로만이 아니라 봉사로라도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하나님이 하나님 영광을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기도만하면 꼭 필요하실 때 하나님이 꼭 채워주신다고 믿습니다”

후원 문의)황금구장로: 080-3576-6149, 동경애선교회: 03-5650-2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