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중추가 무너져 내려

국내외 여러 진보학자들이 김정일 체제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고 북한에 우호적인 견해를 발표하고 있지만, 북한 김정일 정권은 내부로부터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조짐들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등뼈가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척추 질환과 같은 것으로, 북한이라는 국가의 중추가 무너져 회복이 불가능한 단계로 이미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한 가지는 지난 반세기 이상 북한 정권의 거짓 선동에 속아 닫혀있던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깨어나고 있는 데 있다.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당수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에 대한 신뢰와 충성심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있다.

▲북한 혜산 인근 벌판에 세워진 격문. 그러나 이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런 현상은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힘을 제공하는 당 조직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당 하부 조직들이 흔들리면서 당의 명령을 겉으로는 듣는 척 하지만 실제로 거부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하부 당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 조직이 겉돌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평양 지역에 거주하는 당 고위층 인사들 사이에서조차 저마다 자기 미래를 알아서 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북한 돈을 달러로 만들어 해외로 빼돌려 만일의 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막을 수 없는 북한의 한류열풍

이러한 현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은 다름 아니라 한류 열풍이다. 한국 드라마와 노래가 직간접 유통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북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장금, 겨울연가,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등 소문난 드라마들은 북한에서 더 유명하다. 한국 배우들의 이름이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탤런트들의 스타일이나 패션 등이 북한 내부에서도 조금씩 유행의 조짐을 보인다. 이러한 한류를 통해 남한은 살만한 부자 나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북한 정권이 주장해 온 ‘남한은 거지나라’라는 선전은 거짓이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북한 당국은 한동안 비밀리에 유통되는 DVD와 CD를 단속했지만, 이제는 중국에 들여온 기기 덕분에 DVD와 CD를 즉시 빼내고 숨김으로서 단속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래서 한류의 유행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는 곧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돼 기세등등하던 보위부나 안전부조차 인민의 열망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달하고 있다.

특히 화폐개혁 실패로 가뜩이나 힘든 북한 경제에 그나마 숨통을 트게 한 것이 바로 장마당이다. 지역마다 규모가 있는 장마당이 전국적으로 300여 개에 달하고, 조그만 골목시장이나 역전시장 등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이요 미래다.

그런데 최근 장마당 활성화를 두려워하는 북한 당국이 장마당의 상행위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자 여자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보위부에 항의 시위를 하는 사태를 야기했고, 결국 북한 당국이 손을 들고 마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날 보위부 대원이라면 위세가 대단했지만, 이제는 주민들의 손에 죽는 일도 생기면서 보위부 사람들도 주민들에 대해 조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빈사 상태에 이른 중증 환자

북한 당국은 말로 정부를 비판하는 소위 ‘말 반동’을 옛날처럼 잡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말 반동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정일과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언사를 늘어놓는다고 해서 일일이 대응하고 취조할 수 없을 만큼 그 수가 많아졌다.

말하자면 사회 기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서 김정일 정권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격문들이 나붙고, 주요 유적지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군부대에서 굶주린 군인들이 탈주하는 일이 빈발하고, 도적떼들이 도처에 출몰하고 있다. 중학교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마약이 번지고 있으며, 평양 고위층 자녀들도 상습적인 마약에 빠져 몸을 팔기도 한다.

예전에는 초급간부가 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지만, 이제는 두렵게 생각하는 분위기란다. 왜냐하면 당의 싫은 소리를 하부조직에 전하고 그 명령의 수행상황을 체크하여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제는 그런 중간자 역할이 욕만 먹는 자리라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민반장, 작업반장, 직장장 등의 자리는 비어있기 일쑤다. 이것은 결국 당 조직과 기관조직의 와해로 이르게 될 것이다.

북한은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른 중증 환자나 다름없다. 혁명적 체제 개방이나 시장 개방을 하지 않고 ‘우리 식으로 산다’는 주체사상에 매달려 있는 한,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 그래서 북한은 무력으로 남한을 건드려 나름의 조공(?)을 기대하고 있다. 소위 이판사판의 마지막 발악을 부린 결과가 바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조차 먹히지 않으니 다시 평화로운 남북대화를 유도하고 있다. 북한은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마지막 끝이 보이는 곳에서 북한은 서서히 미쳐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과마음이 필요하다

괴롭기는 하지만 북한 주민들, 우리 형제자매들은 멀쩡한 정신으로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정권은 붕괴돼도 북한 동포들은 살아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체제 붕괴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도록, 나아가 그들이 북한을 이끄는 실제적인 주인공이 되도록 그들을 지원하고 도와야 한다. 길고 긴 악몽에서 깨어나 새로운 통일한국을 살아가도록 힘을 나눠야 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손과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손과마음선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