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속에서 한국교회의 역할과 위상이 날로 커가고 있다.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회장으로 선출됐고, 정삼지 목사(제자교회)는 비(非) 미국 시민권자로서는 최초로 풀러신학교 이사로 선임됐으며, 박성원 교수(영남신대)는 WCC의 총무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의 교회 성장과 성령운동,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의 제자훈련, 명성교회(담임 김삼환 목사)의 새벽기도 등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적인 발걸음들이 이어진 것은 벌써 꽤 오래된 일이다. 또한 성도들의 열정과 헌신도는 선진 기독교 국가들조차 놀라게 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들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세계 속에서 지도자적 위치에 서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그저 한국교회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에 흥미를 느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한국교회의 발전과 성장을 인정하고 파트너, 혹은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 역시 그러한 기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게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교회는 더 배우고 보완해나가야 할 점이 많다. 한국교회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성장을 일구었다고는 하나, 아직 일천한 역사와 경험은 분명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평신도들의 역량이다.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열정과 헌신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훌륭하기는 하지만, 실상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거나 혹은 개교회주의적 신앙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례로 최근 한국교회에서 세계적 수준의 지도자들이 배출되고 있다고는 하나, 과연 그같은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아니, 그같은 일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는 사실이라도 알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교회 내에서의 신앙’에 비해 ‘교회 밖에서의 신앙’에 대한 교육이 취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교회 안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교제하고 헌신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성숙한 한국교회 성도들이지만, 교회 밖에서 가정을 이루고 직장생활을 하고 비기독교인들과 교제하는 데 있어서는 서툰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정삼지 목사를 중심으로 풀러 동문들이 힘을 모아 준비하고 있는 풀러아시아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도 많이 성장하고 선교사 파송 2위의 선교대국이 되었지만, 아직 전략적인 면에서는 많이 뒤떨어진다”며 “미국은 그 면에서 강하고, 특히 평신도 사역 등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인 데이터들이 많다. 풀러아시아센터는 한국의 신학교들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을 교육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구 기독교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노하우와 경험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스스로가 가진 장단점을 잘 파악해 보완·성장해나갈 때, 한국교회는 비로소 세계교회 속에서 진정한 지도자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 온 성도들이 마음과 뜻을 모으고, 또한 지도자적 역할이란 섬기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