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역대상 26장 20절 ∼ 32절


하나님의 성전을 지키는 문지기들 중에는 성전으로 들어가는 문뿐만 아니라 성전 안에 있는 창고를 책임지고 지키는 문지기들도 있었습니다. 오벧에돔의 아들들은 어느 문을 지킬 것인지 제비를 뽑아 곳간, 곧 창고를 담당하게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말씀에는 곳간지기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성전 안에 있는 곳간, 즉 창고에는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전 곳간이고 또 하나는 성물 곳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전 곳간을 책임진 사람은 두 사람이었습니다. 여히엘리의 두 아들인 스담과 요엘입니다. 이들 두 사람이 하나님의 전 곳간을 책임지고 지켰습니다. 하나님의 전, 혹은 여호와의 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율법에 따라 하나님께 바친 모든 제물과 십일조, 제사에 사용하는 예복과 물품 등을 보관하는 곳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전 곳간에 보관되어 있는 물품은 성전에서 일하는 모든 레위인들과 제사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성물 곳간은 율법에 따라 바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특별히 하나님께 구별해서 드린 물품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대개 성물 곳간에 보관되는 물품은 전리품들이었습니다. 즉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적에게서 거둬들인 물품들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성경말씀에 보면 “곧 다윗 왕과 족장과 천부장과 백부장과 군대의 모든 장관이 구별하여 드린 성물이라.”고 했습니다. 그 성물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하면 “저희가 싸울 때에 노략하여 얻은 물건 중에서 구별하여 드려 여호와의 전을 중수하게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물은 곧 전리품이었습니다. 이 전리품을 하나님께 드린 대표적인 인물들이 나옵니다. 사무엘 선지자, 사울 왕, 아브넬 장군과 요압 장군 등이 성물을 바친 대표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사실 다윗 이전에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얻은 노략물을 하나님께 바치는 예가 성경에 자주 등장합니다. 아브라함이 그랬고, 모세 때도 그랬습니다. 다윗은 역대상 18장에 보면 소바 왕인 하닷에셀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 전리품을 예루살렘으로 가져왔을 뿐 아니라 하맛 왕 하도람이 금과 은과 놋의 여러 가지 그릇을 다윗에게 선물로 바치자, 다윗 왕이 그것을 여호와께 드렸다고 했습니다. 이때 에돔과 모압과 암몬 자손과 블레셋 사람과 아말렉 등 여러 족속에게서 취하여 온 은금과 함께 하여 드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나님께 드려진 모든 보물들이 성물 곳간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성물 곳간을 책임진 사람은 슬로못과 그 형제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전 곳간과 성물 곳간에 보관되어 있는 물품을 하나하나가 특별히 거룩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라면 그것은 돌 하나라도 거룩한 것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곳간을 책임진 창고지기들의 사명은 특별히 중요했습니다. 성물들이 좀이나 녹이 먹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했습니다. 아무도 훔쳐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지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쓰임새에 맞도록 사용해야 했습니다.

성도들은 청지기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잘 써야 하는 청지기입니다. 청지기의 기본 정신은 무엇입니까?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성물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재능일 수도 있고, 그게 돈일 수도 있고, 그게 권세일 수도 있고, 그게 지식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게 미모일 수도 있습니다. 잘 생긴 것도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성물이라고 믿는 것이 청지기의 삶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서 명예와 인기를 누립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미모를 사용합니다. 그건 청지기가 아닙니다. 훌륭한 배우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 명예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귀한 것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국의 탤런트 중에 김혜자라는 분이 있습니다. 얼마나 연기를 잘 하시는지... 그 분이 또 얼마나 신앙이 좋은 분인지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분이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책 제목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였습니다. 원래는 파울로 프레이리라는 브라질의 교육학자가 쓴 글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책입니다. 내용은 아프리카 난민촌을 찾아 고통 중에 살아가는 여자와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연기도 잘 하고, 아름답고, 인기도 있는 이런 분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사용한다면 그 얼마나 더 좋겠습니까? 청지기는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고백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청지기입니다. 내게 가장 귀한 내 목숨도 내 것이 아닙니다. 마치 옛 이스라엘인들이 하나님의 전을 지키는 창고지기로 살았던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들을 잘 관리하고 보호해서 써야 합니다.

우리 주님은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하나님 나라에도 창고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드리는 모든 것이 하늘에 쌓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드린 모든 것들이 하늘에 쌓입니다.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다 쌓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어린 아이 하나에게 물 한 잔 나눠준 것까지 잊혀지지 않고 하나님 나라 창고에 쌓일 것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약한 사람을 찾아가 기도한 것까지 잊혀지지 않고 하나님 나라 창고에 쌓일 것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성도들을 대접하고 섬긴 것도 잊혀지지 않고 하나님 나라 창고에 쌓일 것입니다. 그래서 먼 훗날 우리 주님께서 잘 하였다고 우리를 칭찬하시며 그 창고의 문을 열고 보여주실 때, 우리는 우리가 언제 이런 보물을 쌓아 놓았습니까? 하며 주님께 물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와 주님의 복음을 위해 행한 사소하고 하찮은 것까지도 다 잊지 않으시고 창고에 쌓아 놓으실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청지기로서의 삶을 신실하고 충성스럽게 살아간다면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는 주님의 말씀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