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이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참으로 불안하였던 작년 한해 였습니다. 어렵게 장만한 집도 은행에 넘기고만 친구도 있습니다. 사업이 예전 같지 않아 매달 페이먼트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저는 힘들다고 생각할 때 <고정희>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나지막히 읊어봅니다.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의 위로를 받게 해 주는 아름다운 시 입니다.

언젠가 바닷가에 갔었습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온 세상이 어둠 속에 잠겨있었습니다. 그 캄캄한 어둠 속에 앉아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소리없이 새벽은 다가와 온 세상은 아침햇살로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가슴 속에 가지고 있는 한, 그리고 늘 적극적인 마음으로 인생을 대면하는 한 이렇듯 빛은 어둠속에서도 어느덧 우리 곁에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새로운 해를 맞아 적극적이고 멋지게 사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겠습니다.

북가주 경영학교 동문회 회장

엘리자벳 김이 정다운 동포 여러분께 새해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