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부흥, 북한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처음 인터뷰는 시카고한인교회 서창권 목사다. 서 목사와의 인터뷰는 시카고한인교회 담임목회자실에서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서 목사는 4대째 믿음의 집안에서 태어나 고1 때 주님을 영접하고 고려대를 졸업한 후, 장교로 복무하며 목회자의 소명을 받았다. 1990년 도미해 비블리칼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신약학 석사를 마친 후 필라델피아 임마누엘교회에서 8년간 부교역자로 목회하고, 1998년 시카고한인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했다. 현재 미국장로회(PCA) 한인교회협의회 회장이며 시카고 지역 세계선교협의회 회장, 시카고 밀알선교단 이사장, 네팔복음주의장로교신학교 이사장, 평양문서선교회 이사장, GP선교회 미주 이사, 킴넷 이사, 미주기아대책기구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 오늘 다루려고 하는 주제는 다소 무거울 뿐만 아니라 시카고 교계의 어두운 면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시카고 교계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가려는 의지를 갖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세대교체, 2세 사역, 전도와 부흥, 북한 문제 등입니다. 다들 문제라 생각하지만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는 분은 없습니다.
이 문제들은 정말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한국인들은 총론은 있는데 각론이 없습니다. 다 개교회 목회가 바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까? 한국인들은 “문제다”라는 총론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제적으로 어떻게 해 가는 사람이 없지요. 사실 문제 속에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답을 내어 놓더라도 한국인들은 그것을 신뢰하고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의견을 내어놓곤 합니다. 교단 차원에서 방법을 제시해도 잘 안 따라갑니다.
- 문제 속에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위의 문제들은 한인교회 안에서 합의가 나온 바가 없습니다. 모두 다른 접근 방식에 따라 해법을 추구하지만 성공적인 사례가 보고된 바는 거의 없는 듯 합니다. 결국 해법은 없단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델이 만들어지면 됩니다. 저는 목회하면서 우리 교회가 모델교회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선교는 이렇게, 교육은 이렇게, 가정교회는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라는 모델이 될 수만 있다면 많은 교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 좋은 모델이 하나라도 나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전이 될 듯 합니다. 요즘 시카고 교계의 가장 큰 문제를 꼽는다면 담임목회자 공석 현상입니다. 이 목회자 공석 현상은 단순히 교회에 목회자가 청빙되는 과정 중 공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원로급 목회자들이 은퇴한 후, 그 후임으로 온 신임 젊은 목회자들이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시카고 교계를 떠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목사님은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서창권 목사는 시카고한인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해 10년간 목회했다. 어떤 면에서는 그도 이 문제의 당사자였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굉장히 복합적입니다. 시카고 한인교계가 타 지역에 비해 목회자 교체가 빠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교회 목회자 역시 한 교회에 머무는 기간이 3년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 결국 어느 지역, 어느 민족이거나 목회는 어렵다는 것이죠. 그렇게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미국사회에서는 회사 이직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계속 이직하면서 자기 발전을 추구하는 현대의 흐름입니다. 한 군데 머물러 있는 것은 퇴보를 의미하곤 합니다. 이런 사회풍조도 하나의 원인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러나 일반적으로 목회는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고 자기 개발의 수단이 아니라 영혼 구원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목회자 교체는 그다지 반갑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만큼 목회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특히 이민목회는 더욱 그러합니다. 방금 말한 현대의 풍조가 교회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시카고한인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해 지금까지 10년 목회했습니다. 저에게도 몇번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를 참고 가면 10년이 되고 20년이 되는 것입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참아라. 원래 목회는 어려운 것이다”입니다. 목회자는 주님의 확실한 명령이 있기 전에는 참아야 합니다. 교회, 교인으로부터 경제적 어려움(기본 생계가 되지 않는 사례금)을 겪거나 혹은 인격적 모멸을 당하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아골골짝 빈들에든, 순교각오까지 하겠다고 한 것이 우리 아닙니까? 주님께서 “넌 이제 이곳의 사명이 끝났으니 가거라”라고 하시기 전에는 견뎌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원칙론입니다.
- 목회자 입장에서의 설명이 아주 가슴깊이 와 닿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목회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성도들 역시 쓴소리를 좀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시카고를 꼽습니다. 미주에서도 목회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말입니다. 필라델피아에서 9년간 있다 왔는데 시카고는 목회자에 대한 존경과 목회를 성직으로 인정하는 정서가 약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목회가 사명이니 감당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성도들의 존경과 사랑이 있으면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성도들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라며 압박해 오면 “차라리 떠나야겠다”라고 되는 것이죠. (서 목사의 다소 적나라한 이 표현은 시카고 교계의 풍토를 이야기 할 때 많은 목회자, 많은 평신도들이 거론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 그럼 좀더 근본적으로 들어가서 세대 교체 문제의 배경이 되는 목회자의 권위 실추 문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것도 사실 해답이 없는 질문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해답?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은 아닙니다. 시카고 교민이 10만 이상인데 왜 장년이 1천명이 넘는 교회가 없습니까? 왜 크게 성장하는 교회가 없습니까? 할렐루야대회를 하면 왜 사람들이 모이지 않습니까? 70-80년대에 발생한 몇몇 유명한 교회의 목회자들의 스캔들이나 재정적 문제로 인해 교회의 권위가 심각하게 실추됐고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 생겼습니다. 시카고의 자랑이던 대형교회들이 대부분 분열되면서 상처를 입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하던 전도사님과 친구들이었는데 갑자기 부모가 이제 그 교회를 안 나간다면서 다른 교회로 갑니다. 이별할 시간조차 안주고 강요당한 이별에 왜 상처가 없겠습니까? 그들이 커서 지금 시카고 교회에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세들은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7-80%가 교회 분열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한인교회에 오고 싶겠습니까?
또 시카고뿐만 아니라 전 미주 교계에서 가장 존경받던 한 목회자의 재정 상황이 공개되면서 시카고 교회가 심각한 도덕적 타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시카고 한인들이 “목회자는 저 분처럼 검소하게, 헌신적으로 살아야지. 좀 본받아야지”하던 분인데 지금 겪는 일을 볼 때 왜 상처가 없을 수 없습니다. 교회의 권위가 떨어지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왜 10여개 교회가 비었겠습니까? 이런 적이 없었는데.
- 시카고 지역은 훌륭한 신학교가 많으니 훌륭한 목회자들이 그런 상처를 잘 싸매줄 수 있었을텐데요. (시카고 지역에는 맥코믹신학교, 게렛신학교,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시카고대학교 신학대학원, 휫튼대학교, 무디신학교, 노스팍신학교 등 명문들이 모여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면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성도들이 사랑을 주고 믿었던 목회자가 하루 아침에 한국에 있는 소위 ‘좋은 교회’로 청빙받아 가 버리고 나면 성도들은 어떻게 됩니까? 능력있는 분들이 유학와서 교회를 성장시켰지만 그들이 유학을 마친 후, 한국에 있는 더 큰 교회로 가 버리면… 제가 시카고한인교회에 부임했더니 한 성도가 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목사님도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시고 능력도 있으신데, 언제 한국 가실 건가요?” 마음이 아찔했습니다.
- 2세 문제가 나왔는데, 시카고 교회의 교회교육은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 저는 우리 교회의 교회교육은 잘 알지만 전체적인 시카고 한인교회의 상황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2세들이 신학교 진학을 기피하기 때문에 2세 사역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중고등부 사역자가 없는 교회가 태반이란 점입니다. 작은 교회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통합해서 교육합니다. 교육이 되겠습니까? 교사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합니다. 2세 교육 환경이 열악하니 2세 교육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할 수 밖에 없지요.
- 시카고한인교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교회인데 2세 교육에 얼마나 투자합니까? 특별히 재정적 투자 비율을 알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는 제가 부임하고 장년 성도가 150명이 되었을 때, 교육 목사를 청빙했고 교육관을 지었습니다. 현재도 전체 재정의 10% 이상을 교육에 쓰고 있습니다. 교회가 작을 때부터 꾸준히 투자해 왔습니다.
- 시카고 교회의 전체적인 부흥을 말할 때, 아무래도 성도의 수, 집회 동원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교계가 주최하는 대형집회에 참여하는 인원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침체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을까요?
그런 면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사람들이 안 모이는 시대’입니다. 개교회의 부흥집회, 지역 연합집회도 잘 안됩니다. 왜냐면 말씀의 홍수 시대이기 때문이죠. 옛날에는 반드시 그 집회에 가야 그 말씀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라디오, TV는 물론이고 인공위성, 인터넷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특히 시카고는 이곳에서 저곳까지 동선도 긴데 하루 삶이 고달픈 이민자들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제 집회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 교계 연합 행사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회인데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교회에 실질적인 유익을 주는 일, 개교회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이단 문제입니다. 이것은 연합해야 하는 문제이고 개교회가 감당을 못합니다. 이 문제는 교회에 유익을 줍니다. 구제도 좋습니다. 이민사회가 역사가 지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잘사는 사람은 미국 사회에서도 경제력이 상위에 랭크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당장 차도, 렌트비도 없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늘고 있습니다. 여성 핫라인이라고 있지요? 구제는 교회의 중요한 사명인데 작은 교회는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러 교회가 연합해 구제사역을 펼치면 교회의 권위가 지역사회에서 회복되고 작은 교회 성도들이 구제에 참여하며 신앙이 성장합니다. 지금은 이런 작지만, 실질적인 사역이 교협이나 교계 단체가 해 줄 일이 아닌가 합니다. 현재 여러 교계의 전반적 상황에서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교회들은 무작정 연합보다는 사업적 연합을 원하는 것이 전체적 여론입니다. 그냥 모여서 뭘 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갖고 우리 교회에는 어떤 실질적인 유익을 주는지 계산합니다. 이것은 물론 복음적이고 좋은 계산이지요.
그렇습니다. 교회는 안 믿는 사람이 볼 때의 이미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교회는 가난한 자, 못 배운 자, 소외된 자, 버려진 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언론에서 어떤 불체자가 미국교회에 숨어들어갔고 교회가 그를 도왔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불체자가 한인교회에 도움을 바라고 숨을 수 있을까요? 한인이라도 미국교회를 찾아갈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다 이미지입니다. 이런 것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아직도 교회는 사랑이 남아 있는 곳이라 생각하게 합니다. 아직 한인교회는, 우리 교회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습니다.
- 이미지 쇄신은 교회의 대사회적 사명 감당과도 연관되어 보입니다. 한인교회는 지역사회 복음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인교회는 교회 주변 지역사회와 한인사회라는 두 개념에서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지역사회에 오픈된 교회로, 선거장소로 교회를 개방하고 지역주민들의 각종 행사에 교회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교회 주변의 하이웨이를 1년에 4차례 청소하고 있으며 지역주민 초청 음악회를 엽니다. 얼마 전에는 미시건애비뉴오케스트라가 교회에서 공연을 했고 호프만이스테이츠 시장 등 시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시에서는 우리 교회 KCC뮤직스쿨을 중심으로 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보자는 제안도 해 왔습니다. 성탄절에는 타운 안의 소방서, 경찰서를 방문해 포인세티아와 성탄 카드, 캔디를 전달하는 봉사도 했습니다.
또 매년 연례적으로 헌혈행사도 갖습니다. (미국 사회는 헌혈되는 피가 부족해 매혈을 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 와서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피까지 받아야 하나”라며 성도들을 설득해 많은 교인들이 수년째 헌혈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2세들도 어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선거 캠페인, 이민법 개정 서명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교회를 개방해서 자원봉사하며 돕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교회의 위상 강화와 명예 회복에 도움을 주는 선교입니다. “왜 시카고가 부흥되지 않는가”라고 말하지 말고 이미지를 쇄신해야 합니다.
- 자칫 교회의 사회 봉사가 좋은 일에만 그치지 복음 전도와는 무관해 지기 쉽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설교지요. 교회 안에서 복음을 못 듣는 기현상이 일고 있습니다. 도덕 설교는 복음을 전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역시 전도, 영혼 구원이라는 최종 목표에 귀착됩니다. 우리 교회는 가정교회 시스템을 도입, 불신자를 가정교회 모임에 초대해 함께 식탁교제하며 복음을 전해 교회로 데려 옵니다. 지난 한해동안 25명의 장년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세례를 줬다는 말은 완전 초신자란 이야기입니까? 한인교회에서는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대부분의 성장은 수평이동이나 분열된 교인들의 이동으로 해석되는데요.
그렇습니다. 윌로크릭교회가 성도 2만명일 때, 1년에 9백명에서 1천명에게 세례를 베푸는 것을 보고 아주 도전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2백명을 넘을 때부터 1년에 15명이 넘게 세례를 줬으니 윌로크릭교회보다 높은 비율입니다. 지난 10년동안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이미지 쇄신에 꾸준히 투자했지요. 그러니 불신자들이 찾아오고 그들을 전도해서 복음을 가르치니 말 그대로 성장이 됐습니다.
- 서 목사님은 미국장로회(PCA)의 한인교회협의회(CKC) 회장으로 계신데 임기가 다 되어 갑니다. (오는 4월 총회에서 서 목사의 임기는 만료되며 총회는 시카고한인교회에 열린다.) 지난 사역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CKC는 미국장로회 안의 한인교회협의체입니다. 총회를 겸한 수련회가 최대의 행사이므로 그것을 준비 중입니다. 모든 교회가 은혜받고 재충전 되도록 도우려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빌 하이벨스 목사님(윌로크릭교회)을 수련회 강사로 모시게 됐고 전국에서 시카고를 방문하는 목회자들이 윌로크릭의 목회 전략을 배우고 견학하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CKC는 총회가 아니라 협의체입니다.(총회처럼 대형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유익을 주는 실질적 일을 한다는 뜻.) 지금까지는 60대 어르신들이 회장이 되어서 끌고 오셨는데 올해 파격적으로 50대인 저에게 회장직을 주셨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모든 것을 중단하고 총회 및 수련회에 집중했고 지금 아주 기대가 큽니다.
- 북한 선교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들었습니다. 매월 북한구원을 위한 연합기도회에는 빠지지 않고 출석하신 것을 봤습니다. 무슨 계기로 북한 선교에 뛰어 드셨습니까? 북한 선교의 방법론으로 인해 한인교회도 설왕설래 하고 있지요?
아버지의 고향이 이북이고 아버지 쪽 친척은 모두 북한에 계십니다. 어릴 적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이건 거의 본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 선교의 문제는 투명성이라고 봅니다. 투명성만 확보된다면 더 본격적으로 선교할 수 있겠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퍼 주어도 투명성이 확보가 안되니 다들 힘이 빠졌습니다. 북한은 미주 한인교회의 지원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이젠 탈북자 사역자도, 조선족 사역자도 쉽게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또 교회 안에도 ‘순수하게 복음만을 전하자’, ‘구제쪽으로 간접 선교하자’, ‘북한인권문제로 접근하자’는 등 노선이 분분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연합이 어렵습니다. 벌써 북한을 위해 50년을 기도해 왔는데 아직도 그 길이 멀게만 느껴지니 다들 지친 것입니다.
- 희망이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단 말씀인가요?
현재로선 중보기도가 최선의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북한을 위해 오늘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거다’ 할 수 있는 무엇인가 나오면 많은 이들이 북한 선교에 다시 불을 붙일 것입니다. 다만 현재로선 많은 이들이 오늘도 기도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큰 희망을 겁니다.
-북한 뿐 아니라 한인교회의 세계 선교 가능성은 얼마로 진단하시나요?
미주 한인교회는 하나님께서 특별히 세계선교를 위해 준비한 교회라고 확신합니다. 영어, 세계화 등에 있어서 한인교회가 큰 역할을 감당할 것은 확실합니다. GP선교회가 10년 전에 미주 지역에 브랜치로 사무실을 냈던 것이 지금은 한국과 대등한 별도 이사회를 가진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GP선교회는 전세계 30개국에 222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의 대표적 선교단체다. 서 목사는 이 단체의 미주지역 이사로 섬기고 있다.) 미주 한인교회의 수는 한국교회의 14분의 1이지만 한 교회가 낼 수 있는 선교적 역량은 3배 정도라고 합니다. 보통 성도 3백명의 한인교회는 성도 1천명의 한국교회와 비슷한 재정 규모 등 선교 동원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영어 능력과 높은 학력 등은 한인교회가 가진 잠재력에 기여합니다. 앞으로 1.5세 2세들을 통하여 세계선교와 미국 기독교 부흥에 이민교회가 큰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오늘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략과 섬김의 마인드로 시카고 교계를 위해 봉사해 주시길 바랍니다.
처음 인터뷰는 시카고한인교회 서창권 목사다. 서 목사와의 인터뷰는 시카고한인교회 담임목회자실에서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서 목사는 4대째 믿음의 집안에서 태어나 고1 때 주님을 영접하고 고려대를 졸업한 후, 장교로 복무하며 목회자의 소명을 받았다. 1990년 도미해 비블리칼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신약학 석사를 마친 후 필라델피아 임마누엘교회에서 8년간 부교역자로 목회하고, 1998년 시카고한인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했다. 현재 미국장로회(PCA) 한인교회협의회 회장이며 시카고 지역 세계선교협의회 회장, 시카고 밀알선교단 이사장, 네팔복음주의장로교신학교 이사장, 평양문서선교회 이사장, GP선교회 미주 이사, 킴넷 이사, 미주기아대책기구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 오늘 다루려고 하는 주제는 다소 무거울 뿐만 아니라 시카고 교계의 어두운 면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시카고 교계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가려는 의지를 갖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세대교체, 2세 사역, 전도와 부흥, 북한 문제 등입니다. 다들 문제라 생각하지만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는 분은 없습니다.
이 문제들은 정말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한국인들은 총론은 있는데 각론이 없습니다. 다 개교회 목회가 바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까? 한국인들은 “문제다”라는 총론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제적으로 어떻게 해 가는 사람이 없지요. 사실 문제 속에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답을 내어 놓더라도 한국인들은 그것을 신뢰하고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의견을 내어놓곤 합니다. 교단 차원에서 방법을 제시해도 잘 안 따라갑니다.
- 문제 속에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위의 문제들은 한인교회 안에서 합의가 나온 바가 없습니다. 모두 다른 접근 방식에 따라 해법을 추구하지만 성공적인 사례가 보고된 바는 거의 없는 듯 합니다. 결국 해법은 없단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델이 만들어지면 됩니다. 저는 목회하면서 우리 교회가 모델교회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선교는 이렇게, 교육은 이렇게, 가정교회는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라는 모델이 될 수만 있다면 많은 교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 좋은 모델이 하나라도 나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전이 될 듯 합니다. 요즘 시카고 교계의 가장 큰 문제를 꼽는다면 담임목회자 공석 현상입니다. 이 목회자 공석 현상은 단순히 교회에 목회자가 청빙되는 과정 중 공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원로급 목회자들이 은퇴한 후, 그 후임으로 온 신임 젊은 목회자들이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시카고 교계를 떠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목사님은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서창권 목사는 시카고한인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해 10년간 목회했다. 어떤 면에서는 그도 이 문제의 당사자였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굉장히 복합적입니다. 시카고 한인교계가 타 지역에 비해 목회자 교체가 빠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교회 목회자 역시 한 교회에 머무는 기간이 3년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 결국 어느 지역, 어느 민족이거나 목회는 어렵다는 것이죠. 그렇게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미국사회에서는 회사 이직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계속 이직하면서 자기 발전을 추구하는 현대의 흐름입니다. 한 군데 머물러 있는 것은 퇴보를 의미하곤 합니다. 이런 사회풍조도 하나의 원인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러나 일반적으로 목회는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고 자기 개발의 수단이 아니라 영혼 구원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목회자 교체는 그다지 반갑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만큼 목회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특히 이민목회는 더욱 그러합니다. 방금 말한 현대의 풍조가 교회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시카고한인교회 3대 목회자로 부임해 지금까지 10년 목회했습니다. 저에게도 몇번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를 참고 가면 10년이 되고 20년이 되는 것입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참아라. 원래 목회는 어려운 것이다”입니다. 목회자는 주님의 확실한 명령이 있기 전에는 참아야 합니다. 교회, 교인으로부터 경제적 어려움(기본 생계가 되지 않는 사례금)을 겪거나 혹은 인격적 모멸을 당하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아골골짝 빈들에든, 순교각오까지 하겠다고 한 것이 우리 아닙니까? 주님께서 “넌 이제 이곳의 사명이 끝났으니 가거라”라고 하시기 전에는 견뎌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원칙론입니다.
- 목회자 입장에서의 설명이 아주 가슴깊이 와 닿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목회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성도들 역시 쓴소리를 좀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시카고를 꼽습니다. 미주에서도 목회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말입니다. 필라델피아에서 9년간 있다 왔는데 시카고는 목회자에 대한 존경과 목회를 성직으로 인정하는 정서가 약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목회가 사명이니 감당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성도들의 존경과 사랑이 있으면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성도들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라며 압박해 오면 “차라리 떠나야겠다”라고 되는 것이죠. (서 목사의 다소 적나라한 이 표현은 시카고 교계의 풍토를 이야기 할 때 많은 목회자, 많은 평신도들이 거론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 그럼 좀더 근본적으로 들어가서 세대 교체 문제의 배경이 되는 목회자의 권위 실추 문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것도 사실 해답이 없는 질문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해답?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은 아닙니다. 시카고 교민이 10만 이상인데 왜 장년이 1천명이 넘는 교회가 없습니까? 왜 크게 성장하는 교회가 없습니까? 할렐루야대회를 하면 왜 사람들이 모이지 않습니까? 70-80년대에 발생한 몇몇 유명한 교회의 목회자들의 스캔들이나 재정적 문제로 인해 교회의 권위가 심각하게 실추됐고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 생겼습니다. 시카고의 자랑이던 대형교회들이 대부분 분열되면서 상처를 입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하던 전도사님과 친구들이었는데 갑자기 부모가 이제 그 교회를 안 나간다면서 다른 교회로 갑니다. 이별할 시간조차 안주고 강요당한 이별에 왜 상처가 없겠습니까? 그들이 커서 지금 시카고 교회에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세들은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7-80%가 교회 분열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한인교회에 오고 싶겠습니까?
또 시카고뿐만 아니라 전 미주 교계에서 가장 존경받던 한 목회자의 재정 상황이 공개되면서 시카고 교회가 심각한 도덕적 타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시카고 한인들이 “목회자는 저 분처럼 검소하게, 헌신적으로 살아야지. 좀 본받아야지”하던 분인데 지금 겪는 일을 볼 때 왜 상처가 없을 수 없습니다. 교회의 권위가 떨어지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왜 10여개 교회가 비었겠습니까? 이런 적이 없었는데.
- 시카고 지역은 훌륭한 신학교가 많으니 훌륭한 목회자들이 그런 상처를 잘 싸매줄 수 있었을텐데요. (시카고 지역에는 맥코믹신학교, 게렛신학교,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시카고대학교 신학대학원, 휫튼대학교, 무디신학교, 노스팍신학교 등 명문들이 모여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면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성도들이 사랑을 주고 믿었던 목회자가 하루 아침에 한국에 있는 소위 ‘좋은 교회’로 청빙받아 가 버리고 나면 성도들은 어떻게 됩니까? 능력있는 분들이 유학와서 교회를 성장시켰지만 그들이 유학을 마친 후, 한국에 있는 더 큰 교회로 가 버리면… 제가 시카고한인교회에 부임했더니 한 성도가 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목사님도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시고 능력도 있으신데, 언제 한국 가실 건가요?” 마음이 아찔했습니다.
- 2세 문제가 나왔는데, 시카고 교회의 교회교육은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 저는 우리 교회의 교회교육은 잘 알지만 전체적인 시카고 한인교회의 상황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2세들이 신학교 진학을 기피하기 때문에 2세 사역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중고등부 사역자가 없는 교회가 태반이란 점입니다. 작은 교회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통합해서 교육합니다. 교육이 되겠습니까? 교사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합니다. 2세 교육 환경이 열악하니 2세 교육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할 수 밖에 없지요.
- 시카고한인교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교회인데 2세 교육에 얼마나 투자합니까? 특별히 재정적 투자 비율을 알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는 제가 부임하고 장년 성도가 150명이 되었을 때, 교육 목사를 청빙했고 교육관을 지었습니다. 현재도 전체 재정의 10% 이상을 교육에 쓰고 있습니다. 교회가 작을 때부터 꾸준히 투자해 왔습니다.
- 시카고 교회의 전체적인 부흥을 말할 때, 아무래도 성도의 수, 집회 동원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교계가 주최하는 대형집회에 참여하는 인원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침체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을까요?
그런 면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사람들이 안 모이는 시대’입니다. 개교회의 부흥집회, 지역 연합집회도 잘 안됩니다. 왜냐면 말씀의 홍수 시대이기 때문이죠. 옛날에는 반드시 그 집회에 가야 그 말씀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라디오, TV는 물론이고 인공위성, 인터넷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특히 시카고는 이곳에서 저곳까지 동선도 긴데 하루 삶이 고달픈 이민자들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제 집회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 교계 연합 행사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회인데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교회에 실질적인 유익을 주는 일, 개교회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이단 문제입니다. 이것은 연합해야 하는 문제이고 개교회가 감당을 못합니다. 이 문제는 교회에 유익을 줍니다. 구제도 좋습니다. 이민사회가 역사가 지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잘사는 사람은 미국 사회에서도 경제력이 상위에 랭크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당장 차도, 렌트비도 없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늘고 있습니다. 여성 핫라인이라고 있지요? 구제는 교회의 중요한 사명인데 작은 교회는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러 교회가 연합해 구제사역을 펼치면 교회의 권위가 지역사회에서 회복되고 작은 교회 성도들이 구제에 참여하며 신앙이 성장합니다. 지금은 이런 작지만, 실질적인 사역이 교협이나 교계 단체가 해 줄 일이 아닌가 합니다. 현재 여러 교계의 전반적 상황에서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교회들은 무작정 연합보다는 사업적 연합을 원하는 것이 전체적 여론입니다. 그냥 모여서 뭘 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갖고 우리 교회에는 어떤 실질적인 유익을 주는지 계산합니다. 이것은 물론 복음적이고 좋은 계산이지요.
그렇습니다. 교회는 안 믿는 사람이 볼 때의 이미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교회는 가난한 자, 못 배운 자, 소외된 자, 버려진 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언론에서 어떤 불체자가 미국교회에 숨어들어갔고 교회가 그를 도왔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불체자가 한인교회에 도움을 바라고 숨을 수 있을까요? 한인이라도 미국교회를 찾아갈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다 이미지입니다. 이런 것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아직도 교회는 사랑이 남아 있는 곳이라 생각하게 합니다. 아직 한인교회는, 우리 교회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습니다.
- 이미지 쇄신은 교회의 대사회적 사명 감당과도 연관되어 보입니다. 한인교회는 지역사회 복음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인교회는 교회 주변 지역사회와 한인사회라는 두 개념에서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지역사회에 오픈된 교회로, 선거장소로 교회를 개방하고 지역주민들의 각종 행사에 교회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교회 주변의 하이웨이를 1년에 4차례 청소하고 있으며 지역주민 초청 음악회를 엽니다. 얼마 전에는 미시건애비뉴오케스트라가 교회에서 공연을 했고 호프만이스테이츠 시장 등 시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시에서는 우리 교회 KCC뮤직스쿨을 중심으로 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보자는 제안도 해 왔습니다. 성탄절에는 타운 안의 소방서, 경찰서를 방문해 포인세티아와 성탄 카드, 캔디를 전달하는 봉사도 했습니다.
또 매년 연례적으로 헌혈행사도 갖습니다. (미국 사회는 헌혈되는 피가 부족해 매혈을 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 와서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피까지 받아야 하나”라며 성도들을 설득해 많은 교인들이 수년째 헌혈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2세들도 어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선거 캠페인, 이민법 개정 서명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교회를 개방해서 자원봉사하며 돕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교회의 위상 강화와 명예 회복에 도움을 주는 선교입니다. “왜 시카고가 부흥되지 않는가”라고 말하지 말고 이미지를 쇄신해야 합니다.
- 자칫 교회의 사회 봉사가 좋은 일에만 그치지 복음 전도와는 무관해 지기 쉽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설교지요. 교회 안에서 복음을 못 듣는 기현상이 일고 있습니다. 도덕 설교는 복음을 전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역시 전도, 영혼 구원이라는 최종 목표에 귀착됩니다. 우리 교회는 가정교회 시스템을 도입, 불신자를 가정교회 모임에 초대해 함께 식탁교제하며 복음을 전해 교회로 데려 옵니다. 지난 한해동안 25명의 장년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세례를 줬다는 말은 완전 초신자란 이야기입니까? 한인교회에서는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대부분의 성장은 수평이동이나 분열된 교인들의 이동으로 해석되는데요.
그렇습니다. 윌로크릭교회가 성도 2만명일 때, 1년에 9백명에서 1천명에게 세례를 베푸는 것을 보고 아주 도전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2백명을 넘을 때부터 1년에 15명이 넘게 세례를 줬으니 윌로크릭교회보다 높은 비율입니다. 지난 10년동안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이미지 쇄신에 꾸준히 투자했지요. 그러니 불신자들이 찾아오고 그들을 전도해서 복음을 가르치니 말 그대로 성장이 됐습니다.
- 서 목사님은 미국장로회(PCA)의 한인교회협의회(CKC) 회장으로 계신데 임기가 다 되어 갑니다. (오는 4월 총회에서 서 목사의 임기는 만료되며 총회는 시카고한인교회에 열린다.) 지난 사역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CKC는 미국장로회 안의 한인교회협의체입니다. 총회를 겸한 수련회가 최대의 행사이므로 그것을 준비 중입니다. 모든 교회가 은혜받고 재충전 되도록 도우려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빌 하이벨스 목사님(윌로크릭교회)을 수련회 강사로 모시게 됐고 전국에서 시카고를 방문하는 목회자들이 윌로크릭의 목회 전략을 배우고 견학하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CKC는 총회가 아니라 협의체입니다.(총회처럼 대형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유익을 주는 실질적 일을 한다는 뜻.) 지금까지는 60대 어르신들이 회장이 되어서 끌고 오셨는데 올해 파격적으로 50대인 저에게 회장직을 주셨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모든 것을 중단하고 총회 및 수련회에 집중했고 지금 아주 기대가 큽니다.
- 북한 선교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들었습니다. 매월 북한구원을 위한 연합기도회에는 빠지지 않고 출석하신 것을 봤습니다. 무슨 계기로 북한 선교에 뛰어 드셨습니까? 북한 선교의 방법론으로 인해 한인교회도 설왕설래 하고 있지요?
아버지의 고향이 이북이고 아버지 쪽 친척은 모두 북한에 계십니다. 어릴 적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이건 거의 본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 선교의 문제는 투명성이라고 봅니다. 투명성만 확보된다면 더 본격적으로 선교할 수 있겠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퍼 주어도 투명성이 확보가 안되니 다들 힘이 빠졌습니다. 북한은 미주 한인교회의 지원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이젠 탈북자 사역자도, 조선족 사역자도 쉽게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또 교회 안에도 ‘순수하게 복음만을 전하자’, ‘구제쪽으로 간접 선교하자’, ‘북한인권문제로 접근하자’는 등 노선이 분분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연합이 어렵습니다. 벌써 북한을 위해 50년을 기도해 왔는데 아직도 그 길이 멀게만 느껴지니 다들 지친 것입니다.
- 희망이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단 말씀인가요?
현재로선 중보기도가 최선의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북한을 위해 오늘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거다’ 할 수 있는 무엇인가 나오면 많은 이들이 북한 선교에 다시 불을 붙일 것입니다. 다만 현재로선 많은 이들이 오늘도 기도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큰 희망을 겁니다.
-북한 뿐 아니라 한인교회의 세계 선교 가능성은 얼마로 진단하시나요?
미주 한인교회는 하나님께서 특별히 세계선교를 위해 준비한 교회라고 확신합니다. 영어, 세계화 등에 있어서 한인교회가 큰 역할을 감당할 것은 확실합니다. GP선교회가 10년 전에 미주 지역에 브랜치로 사무실을 냈던 것이 지금은 한국과 대등한 별도 이사회를 가진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GP선교회는 전세계 30개국에 222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의 대표적 선교단체다. 서 목사는 이 단체의 미주지역 이사로 섬기고 있다.) 미주 한인교회의 수는 한국교회의 14분의 1이지만 한 교회가 낼 수 있는 선교적 역량은 3배 정도라고 합니다. 보통 성도 3백명의 한인교회는 성도 1천명의 한국교회와 비슷한 재정 규모 등 선교 동원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영어 능력과 높은 학력 등은 한인교회가 가진 잠재력에 기여합니다. 앞으로 1.5세 2세들을 통하여 세계선교와 미국 기독교 부흥에 이민교회가 큰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오늘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략과 섬김의 마인드로 시카고 교계를 위해 봉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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