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통해 바라본 북한의 인권

북한에서는 ‘인권’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남한에 와서 사전을 찾아봤지만 잘 모르겠더라.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맘에 드는 사람을 뽑는 것이 선거더라. 북한에도 선거라는 말이 있지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북한에서는 고르지 못한다.

국회의원 선거를 예로 들면 A, B, C 선거구에 한 명씩 김일성이 직접 선정해서 보낸다. 각 선거구에서는 김일성이 보낸 사람에 대한 찬성 표시를 한다. 선거 몇 달 전부터 각 집에 대학생 한 명씩이 배치되어 찬성투표를 하라고 한다. 선거당일이 되면 그 집 사람을 선구구로 데려간다. 찬성 반대에 연필로 표시를 하게 되어 있는데 그 옆에 사람이 지키고 있다. 그래서 항상 100% 선거 참가, 100% 찬성이 나오게 된다.

미국에 와서 “이것이 진짜 선거구나”라고 깨닫게 됐다. 인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선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남한에서는 17번, 미국에서는 44번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만 북한에는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가 없었다. 왜냐면 김일성이 33살 때 러시아 군대 대위로 있었는데 그 때 스탈린이 “너가 대통령 하라.”고 해서 50년 동안 북한을 통치하고 아들에게 넘겨줬다. 20년은 부자가 함께 하고 14년은 김정일 혼자 하고 있다.

김일성의 사망

김일성이 14년 전에 죽었다. 죽지 않을 사람이 죽었다. 그의 곁에는 24시간 의사가 따라 다녔다. 수재들만 들어가는 ‘장수 기관’에서 김일성의 건강을 관리한다. 큰 병원에 실험용 쥐를 키워 매 끼니에 독이 들어있는지 체크한다. 나도 석 달 동안 들어가 먹어보았다. 세상에 좋다는 것은 다 먹어 본 것 같다. 그러니 절대 죽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리고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었다. 김영삼 대통령과 만나기 일주일 전에 죽었다. 몇 십 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두 대통령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그 전에 죽었다. 그가 죽기 전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었다. 그 때 김일성이 “북한은 60이 청춘이고 90이 환갑이다.”라면서 “이제 내가 80이 좀 지났으니 아들을 도와 10년은 더 일하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죽는 날에는 하루종일 경제일꾼들과 회의를 했는데 그 날 밤 갑자기 죽었다. 그가 죽었는지 죽임을 당했는지는 역사가 말해 줄 것이다.

김일성이 죽자 전 세계에서는 북한이 3년 내에 망한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끄덕없다. 부시가 얼마나 골치아파하는가. 처음에는 ‘Evil’이라고 하다가 ‘Mr.’라고 하더니 요즘은 테러국에서 해제를 했다. 머리돌아가는 것은 김정일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왜 망하지 않는가?

북한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다. 기독교식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김일성은 하나님, 김정일은 예수님, 당은 성령 이렇게 삼위일체로 운영되고 있다.

김일성이 일본의 천황을 보니 진짜 괜찮고 러시아의 스탈린을 보니 완전히 신이더라. 그러니 자신도 신처럼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일성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중학교 때는 성가대 지휘를 했다. 아버지는 미션 계통의 학교를 나온 교회 지도자였다. 어머니는 권사였다. 이름도 ‘강반석’이다. 김일성은 자신을 하나님으로 만들려고 했고, 어머니와 친했던 강양옥 목사를 후에 사무국장으로 썼다.

국민이 다 그의 신도가 됐다. 성경에 해당하는 것이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다. 교시에는 연대별 교시와 주제별 교시가 있다. 교시에는 김일성 정권의 모든 목적과 계획이 다 나와있다. 교수는 교수에 해당하는 교시만 보면 된다. 노래도 다 김일성을 찬송하는 곡이다. 교회에 해당하는 스터디 룸은 모든 직장, 모든 학교마다 크게 지어져 있다. 교사 건물은 5층짜리인데 교시 장소는 7층으로 지을 정도이다. 목사에 해당하는 것은 당 책임자로 각 직장마다 있다. 주일예배처럼 매 주에 한 번 철저한 자아비판을 해야 하며 매주 토요일이면 성경공부처럼 하루 종일 교시를 공부해야 한다.

북한에서 2008년은 주체 97년

어느 정도 신격화를 하는가? 연도를 ‘97(2008)’ 이런식으로 표시한다.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연도를 표시하는 것처럼 김일성이 출생한 1912년이 ‘주체 1년’이 된다. 그래서 2008년은 ‘주체 97년’이 된다. 주체는 김일성을 의미한다. 북한 사람들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주체 97’이라고 쓸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일성이 훨씬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수는 30대에 죽었고 김일성은 80대에 죽었고, 예수는 12제자를 남겼으나 김일성은 2,500만 제자를 남겼으니 김일성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김일성의 생일은 태양절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은 ‘태양절’이라고 한다. 김일성이 태양처럼 솟아났기에 전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이 날은 정말 굉장한 날이다. 학생들은 1년 중 처음으로 과자를 먹어 볼 수 있다. 이 날 김일성 선물이 내려오는데 그 안에 과자와 캔디가 들어 있다. 이 선물을 집에 가서 온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이 날이 되면 명태와 돼지고기도 조금씩 배급된다. 대학교수와 박사 칭호도 이 날에 맞춰서 준다. 군대에서 별 하나를 더 달 때도 이 날에 한다.

김일성 동상이 5만개

북한 영토는 미국의 미시시피주 만한데 그 안에 김일성 동상이 5만개가 있다. 대학생 이상은 김일성 빼지를 달아야 한다. 중앙당에서 내려와 빼지를 수여하는데 이 때 다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버스에서 이 빼지를 잃어버리면 큰 일이 나기 때문에 다들 빼지를 붙잡고 있다. 이 빼지가 없으면 대학교수도 강의를 할 수 없으며 빼지가 없는 학생은 강의를 들을 수 없다. 빼지를 말할 때도 ‘가슴에 모신다’고 말해야지 ‘단다, 뗀다’ 이런식으로 말하면 죽음이다.

아기는 죽어도 초상화는 건져내야

김일성 초상화는 모든 집과 교실, 버스에도 걸려 있다. 집에 화재가 나도 초상화는 건져내야 한다. 집에 불이 났는데 한 부인이 아기는 죽었어도 초상화는 건져내서 ‘영웅’ 칭호를 받은 적이 있다.

김일성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성지화

김일성이 죽자 미라로 만들었다. 김일성이 영원히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궁전처럼 지어놨고 안에는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가게 돼 있다. 들어가려면 진공소독을 거쳐야 한다. 천사 같은 여자들만 배치해놨으며 장엄한 음악으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머리가 숙여질 정도다. 북에서는 이 곳을 예루살렘 성지보다 더 키우려고 한다.

주체사상

주체사상에는 두 가지가 있다. 대외선전용과 국내교육용이 있다. 대외선전용은 세계 최고다. 정치는 주체적을 해야 한다. 경제는 자급자족해야 하며 사유재산은 인정하면 안 된다. 그래서 북한은 교육과 의료가 모두 무상이다. 문학은 민족전통을 살린다. 국방은 자주국방으로 전국을 요새화하고 전민이 무장화한다. 그래서 고등학교부터 군사교육을 받는다. 국제관계에서는 약소국가들끼리 단결해서 강대국을 물리쳐야 한다. 이런식이다.

국내교육용에는 수령관이라는 게 있다. 수령은 뇌고 국민은 손발이다. 수령이 곧 국가고 민족이기 때문에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 수령은 당을 통해서 모든 국가를 지도한다. 당은 신경이다. 대학에도 총장위에 당비서가 있어 감시하게 한다.

생명관도 있다. 북에서는 육체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이 있다. 육체적 생명은 부모가 주는 것이기 때문에 유한한 것이며, 정치적 생명은 수령이 주는 것이기에 영원하다고 가르친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 이름으로 길 이름을 짓거나 학교 이름을 지어서 그 이름이 영원하게 한다. 이런 것이 정치적 생명이다.

북한에는 ‘동창회’라는 말이 없다. 동맹이란 말이 있다. 소년, 소녀, 청년 등등 각자가 속한 동맹이 있다. 거주지를 옮긴다던지 여행을 한다던지 직업을 얻는다던지 할 때 모두 이 동맹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동맹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별적 관계는 일체 금지한다.

전쟁관은 남한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해방통일을 하는 것이다. 전쟁에 참여한 증명서가 있으면 버스 탈 때도 무료고 대학도 좋은 대학, 직업도 최고로 보장해 준다.

부자사상에 물들지 못하게 하며 출판물도 볼 수 없으며 TV도 볼 수 없다. 라디오도 들을 기회가 없지만 만들 때부터 주파수를 고정시켜 놓는다. 외국여행은 물론 꿈도 꿀 수 없다. 이렇게 해서 국민들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어 놓아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누구도 모른다. 설사 외국에 다녀왔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외국을 찬양하는 말을 했다간 죽음이다. 보통 외국에 다녀 오면 제일 친한 친구가 와서 어땠냐고 물어보는데 살고 싶으면 ‘북한이 최고더라’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하루는 모스크바를 다녀와서 아내에게 “모스크바에는 쌀, 우유를 마음대로 살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날 밤 자는 나를 깨우더니 “당신 목이 몇 개 있어요?”라고 심각하게 말하더라. 남한에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중 많은 이들이 돌아와서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김현식 교수가 앞으로 할 일

현재 76세인데 80세까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먼저는 북한 학생들을 위한 사전을 만들고 있다. 북한에서는 작은 소사전도 없어서 그것을 베껴서 쓰고 있다. 미국의 교재를 토대로 사전을 만들고 있는데 교재 안에 예문들을 수정하고 있다. 예문 속에 금, 귀걸이, 자동차 등등 북한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많아서 그렇다. 북에서는 금을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 내가 있었던 대학에 교수가 600명이었는데 총장 한 명을 제외하곤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없었다.

자서전을 번역하고 있다. 최근 한국말로 펴낸 자서전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현재 영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며 다른 언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질문시간
-북한도 공산국가인데 마르크스즘과 주체사상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는 없었나

스탈린이 죽은 후 러시아에서는 수령우상화 반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공존에 대한 논의들이 생겨나자 북한에서는 오직 주체사상만을 남겼다. 김정일은 집권하자 10대 원칙을 내놓았다. 성경의 10계명과 같은 것이다. 10계명에서 5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라이고 5계명은 이웃을 사랑하라인데 김정일이 내놓은 10대 원칙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내용이다. 마지막 10항은 ‘수령은 계승’이라고 되어 있다. 이게 북한의 헌법이다. 오직 그 법 밖에 없다. 김정일 자신도 자신이 신적인 존재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탈북자 중 김정일을 미워하는 사람이 많던데.. 북한 내 김정일을 미워하는 세력은 몇 %나 될 것 같은가

탈북자 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몇 년을 지낸 사람들이다. 북한 안에서는 외부소식을 접하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에 불평 불만이 없다. 중국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북한과 다른 나라를 비교할 수 있게 되니 북한에서 살았던 것이 너무 억울해서 그렇게 미워할 것이다. 나 조차도 자유를 찾아서 나온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