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아가면서 신앙의 선배로, 믿음의 스승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여러분 계신데 그 중의 한 분이 헨리 나우엔(Henri Nouwen)입니다. 저는 책방에 가서 그분이 쓰신 책이 눈에 띄면 우선 집어 들고 보는데, 제목이 새로워서 와서 보면 이미 출판된 책을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제목으로 출판한 책들도 더러 있습니다. 지난 주간에도 책방에 갔다가 그분이 쓴 책 중에서 제목이 새로워서 사가지고 와서 보니 또 중복 출판된 책이었습니다.

다시 책방에 가지고 가서 다른 책으로 교환하려고 하다가 지난 감사절 저녁에 예년 같으면 교인들과 우리 집에 모여서 감사절 식사를 함께 하느라 매우 바쁘게 지낼 시간인데 올해에는 아침예배를 드린 후 버지니아에 가서 점심식사 접대 봉사를 잠시 거든 후에 아이들과 함께 늦은 점심을 겸한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혼자 있다가 그 책을 집어 읽게 되었는데 제게 주는 소중한 깨달음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The Inner Voice of Love)”라는 제목의 이 책은 나우엔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진솔하고 소박한 글을 묵상일기처럼 쓴 글인데 훗날 그의 친구들이 읽고 어려운 시기를 지내는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이유로 그를 설득해서 출판된 책입니다.

그는 그 때, 자기 인생에서 가장 자신이 보잘것없고 미약하고 의미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잡혀 있었는데, 그런데 사실 그때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편히 쉴 안식처를 찾은 후였다고 합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충만한 기쁨을 느꼈을 때, 바로 그때 그는 오히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을 때,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잡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사랑으로 안아주던 바로 그때, 그는 고뇌와 번민에 빠져 더 이상 삶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자기들을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워서 고맙다고 하던 바로 그때, 그는 하나님에게서 자기가 멀어져가고 있음을 느꼈답니다.

바로 그와 같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나우엔은 그렇게 자신을 위해 글을 쓰면서 처음에는 더 고민하고 더 방황했지만 그렇게 고민하는 자신을 위해 쓰는 자기의 글을 통해 그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일 전날, 주어진 여건이나 삶의 환경으로 보자면 그리 부러울 것이 없는데 그럴수록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삶에 대한 내 마음의 고민이 예리하게 도전해 오는 때에, 나우엔의 글을 통해 제게 들려주신 하나님의 음성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 * * * *
나는 사제생활을 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늘 고심해왔다. 네게는 너무나 많은 선택안이 놓여 있어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방문을 해야 할 사람들도 많고 접대하거나 함께 있어 주어야 할 사람들도 많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도 많고 읽어야 할 중요한 책도 많으며, 보고 싶은 예술 작품도 많다. 그러나 이 중에서 시간을 할애해서 꼭 해야 할 일들은 얼마나 될까?

이제부터는 이런 여러 가지 일이나 사람들이 자신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꼭 네가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너는 결코 자유로워지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보살피는 것도,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제는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 네 삶의 원동력인 하나님의 사랑에 잠기도록 여유를 가져야겠다.

네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모두 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선택은 네가 해야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다시 말해 너는 하나님께 자신을 완전히 내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네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 “내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늘 기도해야 한다. 네 영혼과 시간을 하나님께 내어놓아 하나님께 네 할 일과 가야 할 곳을 결정하시도록 맡겨야 한다. 하나님은 네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네가 어떤 일을 하면서 피곤해하고 우울해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신호다. 하나님은 자비로운 분이며 너를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네가 당신의 사랑 안에서 평화를 누리기를 바라신다. 일단 그 사랑을 깨닫게 되면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네가 해야 할 일에 대한 결정권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부르심에 따라 살게 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