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자동차에 몸을 싣고 옐로스톤을 다녀왔습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실천(?)한 여행이었습니다. 작년부터 계획했던 여행, 그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행은 축소된 인생이라고…

차 안 가득히 텐트와 음식을 준비하고 머나 먼 곳을 흥분과 설렘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일상에서의 탈출! 전반기의 큼지막한 행사들을 모두 마치고 홀가분하게 떠난 여행입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사역이었기에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바람따라 날리는 새의 깃털처럼 가볍고 경쾌하였습니다.

영원한 천국으로 여행을 떠날 때, "맡은 자의 구할 것은 충성"이라는 말씀을 장애선교사역에 적용하며 최선을 다하였을 때, 천국여행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때는 가져갈 음식도,텐트도, 돈도 필요 없고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만 가져갈 것입니다. 그날의 여행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황홀한 기분으로 가득 찹니다.

그러나 이 땅의 여행은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떠날 때의 산호세 날씨는 상쾌하였습니다. 여름치고는 괜찮은 화씨 75도였으니. 그러나 50번 도로를 타고 사막을 건너면서 100도가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내리쬐는 태양의 뜨거움은 낭만이 아니라 고통을 선사하였습니다. 찬양CD도 짜증나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궁시렁 거립니다.

배도 고파오고 날은 어두워지기에 서둘러 캠핑그라운드를 찾았습니다. 물어물어 간 곳, 캠프비도 받지 않는 좋은 장소였지만 수돗가가 없어서 세수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간만에 먹이감을 발견한 모기들이 사방에서 달려와 회식을 즐겼습니다. 물리지 않기 위하여 온 몸을 흔들고 춤추면서 희한한 모습으로 저녁을 준비하였습니다. 다행히 깊은 밤이 되자 날씨가 추워서인지, 보름달에 놀라서인지 모기는 다들 집에 갔고, 은은한 모닥불 연기와 밤의 고요함이 가슴을 감쌌습니다.

누구나 축하와 축복을 가득 안고 태어나서 세상을 여행하지만, 세상은 우리 인생을 받아들이는데 결코 친절하지 못합니다. 행복의 열매를 따먹기 위해 결혼하지만 항상 신혼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인생길을 여행할 때, 정말 많은 고난과 고통이 있습니다. 일이 안 풀릴 때도 있습니다. 짜증날 때도 있습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억지로 춤을 춰야 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모기처럼 달라붙어 아픔을 주고 넘어뜨리려는 마귀의 궤계와 공격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끝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통에는 뜻이 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지혜라면 고통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참는 것은 믿음입니다. 더욱이 크리스챤이 당하는 고통의 끝에는 영원한 기쁨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당하는 인생의 고난 가운데 소망이 되는 것입니다. 모기를 쫓느라 잠시 힘들었지만, 밤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이 흐르는 강물과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우리 가족들에게 선사해 준 그 밤의 안식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튿날 도착한 옐로스톤은 정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라는 것이 헛말이 아님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넓은 호수, 초원을 거니는 버팔로, 빼어난 경관, 희귀한 용암온천,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대는 수 많은 steaming hot springs, 그 가운데 "Old Faithful" 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해 줍니다. 지금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90분 간격으로 100 피트 이상을 내뿜어댑니다. 발길을 찾은 수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결코 져버리지 않고 힘차게 용솟음칩니다. 아니,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어떤 비난과 칭찬을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신실함으로 약속된 시간에 기꺼이 그 자태를 보여줍니다.

전적으로 신실하심을 보여주시는 하나님 아버지,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도 약속의 신실함을 이루시고자 기꺼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주님의 약속을 오늘도 이루시고 확인시켜주시는 성령하나님의 도우심과 위로를 생각할 때 감격의 찬양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 연약한 나 이지만 언제나 신실함으로 주님을 따르는 종이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또 하나의 Tip이 있었습니다. 옐로스톤을 내려오는 길에 경험한 "Grand Teton" 은 예상치 못한 비경이었습니다. 스위스의 사진을 옮겨놓은 듯한 만년설과 맑은 호수가 어우러진 곳입니다. 미국서부영화에 많이 나온 곳이지만 한인들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조용히 하나님이 우리 인생길에 주신 Tip들을 생각해 봅니다. 살아 숨쉬는 것,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것, 산호세에 살고 있다는 것, 큰 힘과 격려를 주시는 고마운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 밀알사역을 하며 감사와 보람을 느끼는 것,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나이가 들어 서서히 노안이 오는 것까지도 하나님이 주신 보너스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신이 약해지면 영적인 눈이 더 밝아지고, 정신마저 약해져도 하나님이 더 힘껏 붙잡아주시니 말입니다.

여행 속에 인생이 담겨져 있습니다. 일 주일간의 여행을 하면서 집에 돌아왔을 때의 가족 모두의 한결같은 고백, "그래도 집이 최고야! 이 땅의 장막이 아니라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하늘의 장막이 있기에 본향에 돌아가는 그날의 안식을 기대하며, 열심히 인생의 여행을 즐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