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기독교 변증가이자 신학자인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가 삼위일체론의 핵심 교리 가운데 하나인 '성자의 영원한 출생'(eternal generation)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복음주의권에서 신학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크레이그는 지난 8월 19일 자신의 사역 단체 'Reasonable Faith'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니케아 신조와 관련된 교리를 언급하며, 성자가 성부에게서 영원 전부터 신성으로 나셨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유명한 니케아 신조의 일부가 된 교리가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인성이 아닌 신성으로 나셨다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아들은 성육신과 동정녀 잉태 이전부터 신성으로 하나님 아버지에게서 나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크레이그는 "신약성경 학자들이 이 교리는 신약성경에서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어느 정도 합의한 것 같다"며 "신약성경에서 그리스도가 영원히 신성으로 나셨다는 것을 증명하는 확실한 구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한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독생자' 또는 '독생하신 하나님'으로 표현하는 것이 성자의 영원한 출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크레이그는 "이러한 교리는 초기 교회의 '로고스 그리스도론'(Logos Christology)에서 발전했다"며 "초기 그리스도교 변증가들이 요한복음의 로고스 개념을 바탕으로 성자를 성부에게서 비롯된 제2위격으로 이해했고, 이러한 이해가 시간이 지나면서 니케아 신조와 이후의 교회 전통에 반영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하나님 아버지만 계셨고, 어떤 방식으로든 아버지의 마음이 그분으로부터 나와 제2의 위격이 됐으며, 이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며 "삼위일체의 제2위가 제1위인 성부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력한 교회 전통을 지닌 교리를 전면 부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긍정하지도 않는다"며 "나는 그것을 고백하지 않는다. 아들이 신성으로 아버지에게서 영원히 나셨다는 교리를 믿거나 고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신약성경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크레이그의 영상은 기독교계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인기 기독교 X 계정인 'Protestia'가 이를 다시 게시하면서 논쟁이 더욱 커졌고,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부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크레이그의 견해가 역사적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켄터키주 루이빌의 보이시 칼리지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칼리노 교수는 크레이그의 주장을 '이단'이라고 규정하며, 로고스 그리스도론과 성자의 영원한 출생은 단순히 후대의 그리스 신학자들이 만들어낸 교리가 아니라 사도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칼리노는 요한복음 1장 14절의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는 말씀을 근거로 제시했다.

북미성공회(ACNA) 소속 론 오프링가 신부 역시 크레이그의 주장이 이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논쟁이 단순한 용어의 차이가 아니라 구원론과 인간의 '하나님의 자녀 됨'에 관한 이해와도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오프링가 신부는 "만약 아들이 단지 인간적인 의미에서만 아들이라면, 우리에게 아들로 입양될 자격이 없게 된다"며 "아들이 우리에게 입양을 허락하신 것은 우리가 신성을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앤더슨 대학교 클램프 신학대학원의 루크 스탬프스 교수도 크레이그의 견해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로고스 그리스도론은 요한복음과 구약의 선례에서 비롯된다"며 "말씀과 아들 모두 영원한 기원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성자가 성부와 동일한 신적 본질을 가지면서도 성부에게서 영원히 '나셨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있다.

전통적인 삼위일체론에서 '성자의 영원한 출생'은 성자가 피조물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성부와 성자는 동일한 신적 본질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구별되는 위격이라는 삼위일체적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테네시주 크로스로드의 홈스테즈 침례교회 재러드 무어 목사는 "크레이그의 영상이 니케아 신조가 의도하는 성부와 성자의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어 목사는 "교부들과 신조를 작성한 사람들이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영원히 나셨다고 주장했을 때, 그들은 삼위일체 안에서의 논리적 관계를 말한 것"이라며 "존재론적인 차이가 아니라 위격적 구별을 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부의 모든 본질을 성자와 성령도 동일하게 지닌다"며 "삼위일체를 논리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분리하면 결국 세 신을 갖게 되고, 반대로 구별을 인정하지 않으면 양태론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니케아 신조를 부정하려면 신조보다 더 나은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