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8월 24일 독립 35주년을 맞은 가운데,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각국 인사들이 키이우에 모여 우크라의 평화와 포로들의 안전, 전쟁터에 있는 이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후원으로 23일 열린 이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사무총장 보트루스 만수르 목사를 비롯해 유럽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인접국 정상, 미국 의회 관계자, 군종 목사, 전사자 유가족, 자선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만수르 목사는 전 세계 복음주의 공동체를 대표해 기도하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이들이 전쟁의 장기화로 지치지 않고 평화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가장 큰 위험은 전선의 피로가 아니라 세계가 그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며 "오늘은 서로 다른 종교와 정치적 견해, 직업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과 평화, 어려운 순간에 드리는 기도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쟁과 종교의 자유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신앙생활을 허가 여부의 문제로 만들고, 어떤 기도 모임과 교회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포로로 잡힌 모든 이들이 무사히 살아남도록, 전쟁터에 있는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정의롭고 영원한 평화가 임하도록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격려하러 갔지만, 오히려 격려받아"

만수르 목사는 유럽침례회연맹(EBF) 사무총장 앨런 도널드슨 목사가 조직한 10명의 복음주의 대표단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대표단에는 유럽복음주의연맹(EEA) 사무총장 얀 베셀스 목사도 포함됐다.

대표단은 조찬기도회에 앞서 르비우를 비롯해 2022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르핀과 부차를 방문했다. 키이우에서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서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는 상황도 경험했다.

만수르 목사는 "처음에는 전쟁이 초래한 극심한 고통에 깊은 슬픔을 느꼈지만, 동시에 주님께서 이 암울한 시기에 우크라이나 복음주의 교회를 통해 어떻게 역사하고 계시는지 듣고 격려를 받았다"며 "우리는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갔지만,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인내와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신실함을 통해 격려받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와 특히 교회를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쟁은 자유와 신앙 둘러싼 싸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자유와 신앙, 인간의 존엄을 둘러싼 투쟁으로 규정했다.

루슬란 스테판추크 베르호프나 라다 의장은 "2022년 2월에 함락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함락되지 않을 키이우에서 드리는 기도는 특별한 힘과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세르히 코레츠키 총리 역시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교회를 파괴하고 종교 공동체를 박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전쟁을 "선과 악, 빛과 어둠, 자유와 노예화의 투쟁"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조찬기도회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뒤, "우크라이나가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가 러시아의 침공 초기보다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 보강이 시급하다"며 "특히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와 같은 방공체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겨울철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