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대교에서 신년을 앞두고 연이어 낭독하는 신명기의 두 본문인 ‘나갈 때(When you go out)’와 ‘들어올 때(When you come in)’가 유대 민족이 오랜 세월 겪어온 유랑과 귀향의 역사를 비추고 있다는 해석이 소개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hristian Today)가 21일 게재한 유대인 학자이자 히브리어 연구자인 아이린 랭카스터(Irene Lancaster)의 기고에 따르면, 유대력 신년인 로쉬 하샤나(Rosh Hashana)를 앞두고 읽는 두 토라 본문은 각각 신명기 21장 10절~25장 19절과 26장 1절~29장 8절이다.
랭카스터는 유대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원형으로 이집트를 떠난 ‘출애굽’을 제시했다. 유대인들이 이후 정착했던 여러 나라에서도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가 다시 떠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정착지가 결국 또 다른 유랑으로 이어졌다며 “유일한 예외는 약속의 땅으로의 귀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들어올 때’, 또는 ‘도착했을 때’라는 의미를 가진 두 번째 토라 낭독 본문과 연결된다고 밝혔다.
‘나갈 때’의 본문에는 유랑과 전쟁뿐 아니라 일상에서 지켜야 할 다양한 율례가 등장한다.
신명기 22장에는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을 발견했을 경우 이를 돌려주거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보관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어미 새를 알이나 새끼와 함께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도 나온다.
랭카스터는 이와 관련해 유대교 학자 람밤(Rambam·마이모니데스)의 해석을 소개했다. 람밤은 어미와 새끼를 갈라놓는 것이 잔인할 뿐 아니라 한 종을 멸절시키는 일을 피하기 위한 계명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또 람반(Ramban·나흐마니데스)은 이러한 계명의 목적을 사람에게 긍휼을 심어주는 데서 찾았다고 랭카스터는 설명했다. 인간이 자신과 같은 종이 아닌 존재에게조차 가능한 한 자비롭게 행동하도록 훈련하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랭카스터는 신명기 23장에서 이스라엘의 원수들이 모두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암몬과 모압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을 통해 이스라엘과 친족 관계에 있었지만,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에게 기본적인 음식조차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척의 대상이 됐다.
반면 에돔과 이집트에 대해서는 “미워하지 말라”는 명령이 주어졌다.
랭카스터는 이집트가 이후 이스라엘 백성에게 큰 고통을 줬지만, 야곱과 그의 가족이 처음 그곳에 머물 때 음식과 거처를 제공했던 사실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역시 한때 이집트 땅에서 ‘나그네(ger)’였기 때문이다.
본문에는 주인에게서 도망친 노예를 다시 돌려보내지 않고 이스라엘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랭카스터는 19세기 미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됐던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고대 성경의 가르침이 보여주는 인도주의적 성격에 주목했다.
‘나갈 때’의 본문은 신명기 25장 17~19절의 “너희가 애굽에서 나오는 길에 아말렉이 네게 행한 일을 기억하라”는 명령으로 끝난다.
랭카스터는 아말렉이 모압과 암몬보다 더욱 악하게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이 “피곤하고 지쳤을 때” 뒤에서 공격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약한 순간을 노린 배신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심각한 죄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 대목을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사건과 연결하기도 했다. 이웃으로 지내던 이들이 유대인들이 방심하고 있던 명절에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는 점에서 아말렉의 공격과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나갈 때’의 토라 본문과 함께 읽는 하프토라(Haftorah)인 이사야 54장 1~10절에 대해서는 절망 가운데 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슬픔에서 벗어나 장차 주어질 광활함과 기쁨으로 들어가라고 격려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랭카스터는 이어지는 안식일에는 ‘들어올 때’에 해당하는 토라 본문이 낭독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유월절(Pesach) 세데르 식사에서도 낭송되는 신명기 26장 5절 “내 조상은 아람 사람으로서 죽게 되었더니”라는 구절이 포함된다.
랭카스터에 따르면 대다수 주석가는 이 구절을 야곱의 외삼촌 라반과 연결해 해석한다. 라반이 야곱을 속이고 결국 그를 뒤쫓았던 창세기 31장의 사건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대교 학자 이븐 에즈라(ibn Ezra)는 이를 “내 조상 야곱은 집도 돈도 없이 방황하던 아람 사람이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랭카스터는 소개했다.
그는 이 해석을 따라 야곱이 20년 동안 아람에서 생활한 뒤 이집트로 내려갔고, 그의 후손들이 그곳에서 한 민족을 이뤘지만 이후 학대를 받으면서 다시 출애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여정은 결국 약속의 땅으로의 ‘도착’ 또는 ‘귀향’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랭카스터의 해석이다.
‘들어올 때’와 함께 읽는 이사야 60장 1~22절은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랭카스터는 여기서 사용된 히브리어 어근 ‘바(ba)’가 토라 낭독 본문에서 말하는 ‘도착’과 선지자의 축하 선포를 함께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선 이사야 54장에서 예루살렘이 ‘잉태하지 못하던 여인’으로 묘사됐다면, 이사야 60장에서는 온 세상에 열려 다른 민족들이 찾아와 배우는 존재로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는 네 해가 지지 아니하며 네 달이 물러가지 아니할 것이라 여호와가 네 영원한 빛이 되고 네 슬픔의 날이 끝날 것임이라”는 이사야 60장 20절을 인용하며, 유랑과 고난의 끝에 주어지는 회복의 모습을 강조했다.
랭카스터는 셰익스피어가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에서 인간을 무대 위 배우에 비유해 모두가 ‘퇴장과 등장’을 반복한다고 표현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유대 민족의 역사를 단순한 등장과 퇴장의 반복으로 보지 않았다. 유대 민족은 역사 속에서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았으며, 그 사명이 ‘나갈 때’와 ‘들어올 때’라는 신명기의 두 토라 본문과 이사야의 두 예언적 선포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랭카스터는 개인은 각자의 시대를 살고 죽지만 유대 민족과 그 정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니제르 피랍 미국인 선교사 [출처] 기독교 일간지 신문 기독일보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63286#share케빈 라이드아웃(Kevin Rideout)](https://kr.christianitydaily.com/data/images/full/148383/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63286-share-kevin-rideout.jpg?w=250&h=154&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