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이 아침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남긴 한마디의 문장이 내 마음에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Your life as a Christian should make non-believers question their disbelief in God.”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신의 삶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하나님에 대한 불신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여야 한다.”
조금 더 부드럽고 이해하기 쉽게 수정해 보자.

[2]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당신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불신자들조차도 당신의 삶을 보고선 ‘저 사람의 모습을 보니 하나님이 없다는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게 해야 한다.” 이 말은 독일의 순교자 본회퍼가 남긴 매우 도전적인 신앙의 통찰이다.
불신자들이 신자들의 용서를 보고,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안을 보고, 원수를 사랑하는 태도를 보고 세상이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3] 대개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보다 삶을 더 본다. 성경도 같은 원리를 말씀한다.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특히 본회퍼의 삶을 생각하면 이 말은 더 무겁게 다가온다. 그는 세계 2차대전 당시 히틀러(Adolf Hitler) 정권에 저항하다가 처형되었다.

[4] 말로만의 신앙을 논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으로 그리스도를 증언한 사람이었다. 그가 남긴 한 문장이 엄청나게 무게 있고 가치 있는 내용이 된 이유가 뭘까? 그 문장은 단순한 명언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살아낸 고백과 체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은 말과 논쟁으로 하나님을 증명하기보다, 삶으로 하나님을 드러내야 한다. 삶으로 보여주지 않는 하나님은 먹히지 않는다.

[5] 2015년 2월, 리비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떠오른다. 현대 시대에 가장 감동적인 순교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21명의 기독교인 남성들이 ISIS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리비아의 한 해변으로 끌려갔다. 그들 대부분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러 갔던 가난한 이집트 콥트교 노동자들이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가나 출신의 이주 노동자 매튜 아야리가(Matthew Ayariga)도 있었다.

[6] 그들은 건설 노동자들이었다. 한 가족의 아버지들이었다. 한 부모의 아들이었다.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유명인이 아니었다. 부유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유명한 목회자들도 설교자들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들이었다.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죽음의 표적이 되어 잡혀간 것이었다. ISIS는 지중해 해변 옆에 무릎 꿇은 채 주황색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7] 뉴스를 통해 세계 곳곳에 알려졌다. 검은 가면을 쓴 처형자들이 그들 뒤에 서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은 그들에게 그리스도를 부인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거절했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테러리스트들의 유혹을 거절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무기를 보았다. 위협을 들었다. 그리스도를 거절하지 않으면 곧 죽게 되리라는 사실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8] 그럼에도 증언들과 보고에 따르면, 그들 중 몇몇은 마지막 순간까지 기도하며 예수님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그들의 증언과 영원히 연결된 한 문장이 있다.
“예수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죽음을 마주하며, 공포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없는 압박 속에서도, 그들의 마지막 고백은 부인도, 원망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9] 그것은 신실함이었다. 닭 울기 전에 주님을 세 번 부인했던 하늘의 베드로가 지켜보았다면 몹시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했을 장면이다.
이 21명의 남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로 함께 서 있었다. 20명은 이집트 콥트교 기독교인이었다. 그 중 한 사람에게 주목해야 한다. 그 한 사람은 가나 출신의 매튜 아야리가였다. 그는 다른 20명과는 얼굴색부터 달랐다.

[10]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일자리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리비아로 온 이주 노동자였다.
ISIS는 매튜가 다른 사람들처럼 이집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를 살려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아프리카 청년인 그는 20명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었다. 살아서 나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20명의 콥트 기독교인과 함께 서기로 선택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11] “당신들의 알라신이 나의 신이 아니라,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다. 나도 죽여달라”(Your god is not my god. Their God is my God. Kill me too!).
이 고백과 함께 그 또한 20명의 콥트 기독교인처럼 참수형을 당해 순교했다.
이 사건을 알고 난 후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조차 없던 불신자가 아닌가!’

[12] ‘그에게는 자기를 기다리는 가족이 없었단 말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곁 20명 기독교인들의 용기와 믿음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자신들의 생명보다 그리스도를 더 사랑하며 당당하게 참수당했던 평범한 20명의 콥트 기독교인들, 죽음 앞에서조차 자신들의 주님 부인하기를 거절했던 20명 남자들의 모습을 보며 아프리카 불신자 매튜 역시 그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천국행 열차를 타지 않았을까?

[13] 만일 20명 기독교인들 중 한두 명의 배도자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랬음에도 매튜의 입에서 똑같은 대답이 터져 나왔을까?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당신의 삶은, 불신자들조차도 당신의 삶을 보고선 ‘저 사람의 모습을 보니 하나님이 없다는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게 해야 한다.”
본회퍼가 남긴 한마디가 진실임을 입증해 주는 이 감동적인 실화를 늘 기억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