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러시아 당국이 불법 이주 등의 혐의로 체포 구금한 박태연 선교사의 즉각적인 석방과 안전한 귀국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퇴를 앞둔 고령의 여성 선교사에 가해진 인권탄압을 중단하고 고국으로 무사히 돌려보내라는 게 국제사회의 여론이다.

올해 70세인 박태연 선교사는 1993년 러시아 입국 이후 33년간 현지 소외계층과 어린이를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다. 은퇴를 앞둔 올 초 사역을 마무리하고 한국행 항공권까지 예매했는데 출국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월 15일 하바롭스크에서 전격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이 박 선교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불법 이주 조직 등 총 3건이다. 단순한 출입국 위반 사건으로 조사하는 듯하더니 나중에 조직 연루 혐의 등 두 건을 추가해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구금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30년 넘게 아무 문제없이 러시아에서 사역해 온 그를 당국이 느닷없이 체포해 구금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 처음 비자 기간을 초과한 걸 문제 삼았는데 그건 당국이 그를 구금하면서 생긴 일이다. 거기에 벌금을 부과하고 자택을 압류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는 데는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다.

한국 순교자의소리(VOMK)에 따르면 러시아 교육 당국이 제출한 문건에 박 선교사가 외국 종교 단체와 연계해 러시아 아동을 대상으로 '세뇌 시스템'을 조직하고, 한국과 미국식 개신교 신앙을 주입했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한다. 또 어린이들이 가족과 국가에 반감을 갖게 하는 등 관련 활동이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서 소외 어린이를 돌보는 일을 30년 넘게 헌신적으로 해온 이에게 러시아 당국이 씌운 혐의가 가족과 국가에 반감을 갖도록 아동에게 '세뇌교육'을 실시한 거라니 얼토당토않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혐의로 외국인을 기소 구금하고, 그 기간을 연장해가며 굳이 재판에 세우려는 숨은 목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VOMK 측은 러시아 당국의 조치를 "명백한 법률 위반이자 종교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지난 2월부터 온라인 청원 사이트를 개설해 서명 운동을 벌여왔다. 박 선교사의 구명 청원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영국, 브라질, 핀란드 등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의 강제노동수용소(굴라크)와 정치범 수용, 고문·성폭력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 소련이 붕괴된 후 이런 부끄러운 과오를 씻기 위해 스스로 자신들이 저지른 인권탄압의 실체를 공개하는 등 변화의 노력을 보여 온 게 러시아다.

이런 러시아가 최근에 와 다시 인권탄압과 종교 자유를 억압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자 전 세계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30년 넘게 소외계층과 어린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은퇴하는 이에게 감사장은 주지 못할망정 "세뇌교육" 운운하며 감금하고 재판에 넘긴 걸 보니 구소련의 잔재가 어른거린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 지탄을 받는 러시아가 종교 탄압을 자행하면서까지 지키려는 체제가 무엇이든 하나님과 대적하면 반드시 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