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Photo : ) 이성일 목사(온타리오 연합감리교회)

성경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 성도님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고백을 들었습니다.

“목사님, 저는 사실 하나님께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 한마디가 가슴에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아직도 험난한 인생의 파도를 넘고 있는 그분에게 삶은 여전히 무겁고 고달픈 것이었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들이 마치 나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존재들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하나님을 향해 원망 섞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도대체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성도님은 가만히 앉아 자신의 삶을 반추하던 중, 문득 수족관의 '메기 이야기'를 떠올리셨다고 합니다. 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신선하게 운반하기 위해 수족관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는 이야기 말입니다.

메기는 물고기들을 공격하고, 때로는 잡아먹기도 합니다. 물고기들 입장에서는 메기가 얼마나 원망스럽고 무서웠을까요? "하나님, 평화로운 수족관에 왜 이런 괴물을 넣으셨나요?"라고 울부짖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메기가 없던 수족관의 고기들은 모두 죽어버렸지만, 메기에게 쫓기며 필사적으로 헤엄친 고기들은 생생하게 살아남았습니다.

성도님은 고백하셨습니다. 나를 삼킬 듯 다가오고, 숨 막히게 나를 옥죄어 오던 내 인생의 '메기' 같은 존재들이 사실은 잠들려던 나를 깨우고, 나를 기도하게 하며, 결국 나를 살려낸 하나님의 '아픈 은혜'였음을 깨달았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시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대신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네가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랐단다. 그 메기 없이는 네가 여기까지 올 수 없었기에, 나는 마음이 아파도 그 길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단다."

지금 성도님 곁에 성도님을 괴롭히는 메기가 있습니까? 그 메기 때문에 숨이 차고 죽을 것 같습니까? 기억하십시오. 성도님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날, 우리는 나를 삼키려 했던 그 메기조차 나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었음을 함께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