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 돌봄 사역의 흐름이 '목회자 중심 돌봄'에서 성도들이 서로의 삶을 돌보는 '서로 돌봄 문화'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목사, 목데연)는 지난해 말 발간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의 10가지 주제를 하나씩 심층적으로 다뤄갈 예정이며, 그 첫 번째로 최근 넘버즈 320호에서 교회 돌봄 실태를 다뤘다. 연구소는 "과거의 교회 돌봄이 주로 목회자나 일부 리더층에 의해 수직적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성도들이 서로의 삶을 돌보는 '서로 돌봄' 문화가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영적·정서적 위기 상황에서 교회로부터 돌봄을 받은 경험이 있는 성도는 전체의 38%로, 성도 10명 중 4명 가량에 달했다. 특히 실제로 어려움을 겪은 성도만을 기준으로 보면 돌봄을 받은 비율은 54%로 높아졌다. 연구소는 "돌봄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경험되고 있으나, 위기 상황에 놓인 성도에게는 교회가 중요한 지지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교회 돌봄 경험은 성별과 직분, 공동체 참여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여성 성도의 돌봄 경험률은 45%로 남성(30%)보다 높았고, 중직자일수록 돌봄 경험률이 증가했다. 또한 소그룹 참여 빈도가 높고 신앙 수준이 높을수록 돌봄 경험률이 높았으며,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성도의 돌봄 수혜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교회 내에서 돌봄이 필요한 대상에 대한 인식에서는 목회자와 성도 간에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목회자는 '영적 침체를 겪는 성도'(57%)를 가장 중요한 돌봄 대상으로 꼽았고,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성도'(44%), '육체적 질환이 있는 성도'(3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성도들은 '심리적 어려움'(40%)과 '영적 침체'(38%)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핵심 돌봄 대상으로 인식했다. 연구소는 "우울, 공황 등 정신건강 문제가 더 이상 교회 밖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중요한 돌봄 이슈임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실제 돌봄 실천과 인식을 비교하면, 육체 질환 성도에 대한 돌봄은 이미 필요성 인식보다 실천율이 높은 반면, 심리적 어려움과 영적 침체를 겪는 성도에 대해서는 돌봄 필요성에 비해 실천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어려움은 필요성 대비 실천 격차가 -15%p, 영적 침체는 -12%p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심리적·영적 위기를 겪는 성도들이 앞으로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할 돌봄 수요층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돌봄의 실제 주체 역시 교회 규모에 따라 달랐다. 돌봄을 받은 성도들을 대상으로 누구로부터 돌봄을 받았는지 물은 결과, 전체적으로는 '목회자'(44%)가 가장 많았고, '소그룹 인도자'(37%), '다른 성도'(36%), '임직자'(34%)가 뒤를 이었다. 소형교회에서는 '목회자'의 비중이 67%로 높았던 반면 교인 1,000명 이상 대형교회에서는 '소그룹 인도자'(50%)와 '다른 성도'(45%)가 주요 돌봄 주체로 나타나, 교회 내 돌봄이 특정 직분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관계망을 통해 실제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교회에서 돌봄을 해야 할 주체 ⓒ목회데이터연구소
돌봄의 책임 주체에 대한 인식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뚜렷했다. 목회자들은 '목회자'(42%)와 '모든 성도'(41%)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응답했으며, 성도의 경우 절반 이상인 56%가 '모든 성도'가 돌봄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답해 "교회 돌봄 사역이 과거의 수직적인 목회자 중심 구조를 넘어, 평신도 참여형 돌봄 체계로 이동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실제 돌봄 실천 경험을 물은 질문에서도 성도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71%가 교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성도를 돌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성도 2명 중 1명 가까운 47%는 상담과 위로, 조언을 하는 데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성, 경제 수준이 높은 성도, 신앙 수준이 높은 성도, 소그룹에 자주 참여하는 성도일수록 돌봄 준비도가 높았다. 연구소는 이를 두고 "돌봄 인식과 준비도는 신앙 성숙도와 공동체 참여 경험, 삶의 안정성 같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성도가 인식하는 돌봄자의 역할은 '어려움을 함께하는 동행자'(41%)가 가장 높았고, '위로자'(25%), '영적 지혜자'(15%)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평신도 사역자 훈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분명히 드러났으며, 목회자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70%는 "효율적인 목회 돌봄을 위해 평신도 사역자를 훈련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해,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서로를 돌보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목회자 중 돌봄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경험 여부. ⓒ목회데이터연구소
한편 돌봄의 주체로 여겨져 온 목회자들의 74%도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돌봄 영역은 '나를 돌보고 코칭해 주는 멘토'(55%)와 '자기 성찰·성장을 위한 상담'(40%)으로, 성도 돌봄 역할을 수행하는 목회자 역시 돌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목데연은 "오늘날 한국교회는 개인화의 가속화와 정서적 고립 심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공동체의 본질적 기능인 '돌봄'의 새로운 지표를 마주하고 있다"며 "성도 간 자발적 동역을 통해 '서로 돌봄'의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확인됐으며, 동시에 목회자 역시 돌봄의 대상임을 인정하고 공동체적 지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