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안팎으로 거센 도전 몰아치지만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소망은 예수 한 분뿐
위기, 하나님의 일하심 경험할 절호의 기회

오늘날 우리는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대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요리와 청소 같은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고,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새로운 존재 양식에 대한 논의도 더 이상 공상에 머물지 않는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 문명에 전례 없는 가능성과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과 같은 미래학자들은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향후 10-20년 내에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시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들 앞에 서 있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인간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참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과연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인간성과 도덕성의 성숙을 보장해 줄 것인가? 안타깝게도 인간의 타락한 본성은 여전히 하나님을 떠나 자기중심적으로 흐르고, 이웃을 향한 사랑과 긍휼은 점점 더 메말라 가는 듯 보인다. 생명의 존엄성,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 자유와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날카롭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사적 변화와 긴장은 한반도라는 공간에 더욱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북한의 공산 전체주의 체제는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극도로 억압해 왔으며, 오랜 시간 폐쇄된 통제사회를 유지해 왔다. 반면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자유와 번영을 누려 왔지만, 동시에 ‘선진국의 그림자’라 할 수 있는 깊은 사회적 갈등과 고독을 경험하고 있다. 높은 자살률과 저출산, 가족과 공동체의 해체, 세대와 젠더 간의 갈등, 중독과 정신적 고통 등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 또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교회는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신뢰도 하락, 제도적·정치적 압박, 왜곡된 미디어 담론, 이단과 유사 종교 확산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도전은 교회 내부에서 비롯된다. 말씀과 설교의 약화, 복음의 피상화, 제자도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 신앙인격과 영성 형성에 대한 무지,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이해 부족, 선교적 열정의 쇠퇴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작은 등불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난다. 한국교회 안팎으로 거센 도전이 몰아치고 있지만, 우리는 다시금 선포한다.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소망은 우리가 주님이자 구주로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라는 사실이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이 땅의 유일무이한 소망이며, 위기는 곧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새해 맞는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1. 마음을 찢으며 진실하게 회개하라
2. 기본 돌아가 ‘처음 사랑’ 감격 회복
3. 분명히 말씀하신다 “나를 따르라!”
그렇다면 새해를 맞는 한국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주님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계시는가?
첫째, 주님은 한국교회가 마음을 찢으며 진실하게 회개하기를 원하신다.
모든 회복의 출발점은 참된 회개로부터 시작된다. 한국교회는 지난 시간 동안의 교만과 불순종, 우상숭배와 영적 음행, 탐욕과 위선, 갈등과 분열을 겸손히 돌아보아야 한다. 주님은 에스겔 선지자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돌이켜 회개하고 모든 죄에서 떠날지어다 그리한즉 그것이 너희에게 죄악의 걸림돌이 되지 아니하리라(겔 18:30)”.
밧세바 사건 이후 다윗의 통회하는 회개는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본이 된다. 주님은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멸시하지 아니하신다(시 51:17)”. 한국교회가 다시 한번 겸손히 무릎 꿇고 주님께로 돌이킬 때, 회복의 길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둘째, 주님은 한국교회가 기본으로 돌아가 ‘처음 사랑’의 감격을 회복하기를 요구하신다(계 2:4–5).
교회의 기본기는 처음 우리를 붙드신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한 감격을 되찾는 데 있다. 우리는 아무런 자격과 공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하나님 은혜로 구원받았다. 하나님께서는 죄인의 괴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독생자를 내어주셨고, 반역한 원수들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셨다. 이 은혜는 인간의 이성으로 다 헤아릴 수 없는 놀라운 사랑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값비싼 은혜이다.
이러한 은혜에 대한 우리의 마땅한 응답은 감사와 예배이다. 2026년, 한국교회는 다시 하나님 앞에서 참된 감사와 예배가 살아 숨 쉬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셋째, 주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하신다. “나를 따르라!”
이는 단순한 종교적 구호가 아니라, 예수님께 배우고 순종하며, 그분을 닮아가는 삶으로의 부르심이다. 주님은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제자도의 깊이를 더하기를 원하신다.
칼빈이 말한 것처럼 참된 제자도는 자기를 부인함, 자기 십자가를 짐, 그리고 장차 올 하나님 나라를 묵상함이라는 삼중의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회퍼의 통찰대로,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그것은 자기에 대하여 죽고 주님을 위해 사는 길로의 초대이기 때문이다.
안락함에 안주하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자기 부인과 십자가의 길을 기쁘게 걷는 성숙한 제자로 거듭나야 한다. 고난조차 영광으로 여기는 깊은 제자도가 회복될 때, 한국교회는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키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될 것이다.
2026년을 향해 나아가는 새해의 문턱에서 한국교회가 피상적인 신앙을 탈피하고, 본질적 복음의 능력으로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스도를 닮은 신실한 제자들이 다시 일어나고, 말씀 앞에서 정직하게 울고 웃는 교회가 세워지며, 세상의 갈등과 아픔에 침묵하지 않는 참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한다(마 5:13). 2026년 한 해가 ‘제자도 회복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에게 닥친 도전이 크지만,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의 은혜는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하시다. 주님의 은혜와 긍휼이 한반도 전역과 한국교회 위에 가득하기를, 그리하여 다시 한번 이 땅에 생명의 역사가 힘차게 요동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정성욱 박사
덴버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Korean Global Campus 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