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 대신 인공기 걸라 한 오세택 목사의 이념 편향성
최근 오세택 목사의 태극기 대신 인공기를 교회에 걸라고 한 발언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충격에 휩싸였고, 교회 안팎에서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고 곧바로 관련 기사("교회에 인공기 달아야" 목회자가 하나님 대적 세력 옹호?)를 내보냈다.
그를 비판하는 핵심 요지는 북한 공산주의와 반기독교를 상징하는 인공기를 걸라는 것은 '적그리스도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신학적 측면에서의 지적이다. 또한 태극기는 '국수주의'로 몰면서 인공기는 복음적 차원으로 받아들이라는 편협한 사고에 대한 질타들이다.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그는 여전히 태극기는 국수주의라는 의식은 버리지 않고 있다. 태극기 거는 행위는 이 나라 영혼들을 살리겠다는 교회의 애국적 의지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공기를 충성의 표식으로 해석하여 그를 비판하는 자들을 향해서는 잘못 이해했다고 항변한다. 얼마나 자기모순적이며 인지부조화의 모습인가.
필자는 북한학자로서 오 목사의 발언을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그 연관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논란으로 오 목사를 살펴볼 때, 그의 과거 전력이 심상치 않았다. 2013년도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국가 안보가 심대한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그와 그가 이끄는 단체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속한 교단(고신) 총회에서 종북주의자로 낙인찍힌 최철호 목사와의 교류 금지가 결의되었음에도, 계속해서 교류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강사로까지 세웠다는 것이다. 그의 강의를 듣고 소속 단체 2명의 간사가 주체사상에 물들어 최철호 목사를 따라갔다는 얘기도 있다[최철호에 대해서는 크리스천투데이 2018년 12월 5일자 기사(주사파가 교계에 심은 셀 조직 논란) 참조 바람].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오 목사가 이념적 편향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성향이 농후한 자가 인공기 달라고 하는 것을 복음적인 차원으로만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을 도대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최근 북한 인공기 게양식의 대대적인 보도·선전과 오 목사의 발언의 연관성
북한은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77주년)일에 매우 이례적으로 인공기 게양식을 거국적으로 시행했다. 물론 그 전에도 인공기 게양식은 있었다. 하지만 식순 중에 하나로 북한 매체들은 게양식 자체를 보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공기 게양식(9.8) 자체가 하나의 메인 행사였다. 그것도 두 차례나 있었다. 9월 8일에는 김일성광장에서, 9일에는 만수대의사당에서 있었는데, 이때는 인공기 게양식과 더불어 중앙선서모임도 진행됐다. 김정은은 기념선서를 직접 했을 뿐 아니라 연설까지도 했다.
관련 기사를 보면, 김정은이 연설을 마치자 참석한 간부들이 아래와 같이 충성맹세를 했다고 한다.

▲고신 미래교회포럼에서 발제중인 오세택 목사. ⓒ유튜브
"국가지도간부들은 공화국의 장성 발전사에 특기할 거창한 변혁과 기적의 새 전기를 펼쳐가시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일편단심 충직하게 받들며 후손만대 길이 빛날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무궁한 안녕과 번영을 위하여 헌신 분투해갈 충성의 맹세를 다짐하였다."
국가에 대한 충성맹세가 아니라 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였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김정은을 곧 국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동신문을 분석하여 칼럼을 쓰는 일을 하면서 김정은을 국가로 치환시키는 기사 내용들을 수없이 봐왔다.
지난 9·9절을 기념하는 노동신문 사설(9.9)에서도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면서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서 국가의 존엄과 강대함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위상과 김정은의 절대적인 권위가 하나로 잇닿아 있다고 강변했다. 이 말은 곧, 김정은이 '국가'라는 선언이다. 이것은 또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는 의미로 연결된다. 사설은 아래와 같이 직접적으로 적시했다.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에 대한 충성은 최대의 애국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9·9절 특별 인공기 게양식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식임을 알 수 있다. 인공기를 게양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결의했던 것이다. 이처럼 올해부터 북한에서의 인공기 게양은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의 표식이 돼버렸다. 이제는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인공기는 김정은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돼버렸다. 인공기를 보면 곧바로 김정은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비단 북한 인민들뿐만이겠는가.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자들도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감지했을 것이며, '인공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을 것이다.
남한 내 인공기 게양, 북한 대남 심리전의 핵심
이번에 인공기 게양 발언을 한 오 목사도 매우 이념적 편향성이 강한 자로, 최근 '인공기'가 곧 '김정은'이라는 북한의 변화 기조를 감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발언이 정말 심각한 것은 북한 선전부가 남한에서도 인공기 게양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내부적으로 선전하는 데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남조선도 공화국기를 인정해야 통일이 열린다", "태극기는 미제 식민체제의 잔재다", "공화국기를 부정하는 것은 반통일이다"라는 대남 심리전을 펼쳐왔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가 극도로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북한식 사고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발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바라던 일이라는 사실이다. 북한과는 관계없다고 하겠지만, 북한이 원하는 메시지가 남한 내에서 튀어나왔다는 자체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북한의 심리전, 선전전은 언제나 남한 내부의 균열을 노리고 들어온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균열이 가장 심한 시기다. 북한이 '인공기'를 '김정은화'한 직후에 남한에서 인공기 걸자는 발언이 나온 것은 진짜 예삿일이 아니다.
정교진 박사(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