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을 교인들의 총유로 인정한 법 정신과 판례를 악용하는 사례가 최근 일부 교회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한국교회법학회가 주최한 '교회 재산의 사유화 방지와 공공성 확보' 주제 학술세미나에서 서헌제 교수는 교인들의 총유 재산을 악용해 교회 안에서 갈등과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며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을 누차 강조했다. 

서 교수는 '교회 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라는 제목의 기조 발제 중 최근 몇몇 교회에서 일어난 사례를 열거했다. 최근 일부 교회가 문을 닫거나 다른 교회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교인들이 담합해 교회 재산을 사적으로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거다. 또 합병이라는 이름으로 위로금 또는 퇴직금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담임목사직을 사고파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교인들 간의 분쟁이 격화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교회의 소유와 주권은 사람이나 제도, 재산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음이 분명하다"고 전제했다. 다만 "국가법 질서 내에서 교회는 교인 '총유'의 재산"으로 규정된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이 교회에 속한 모든 재산을 교인 '총유'로 규정한 건 목회자 등 대표 자격을 가진 소수에 의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한 것인데 이걸 교인들 마음대로 교회를 처분해도 되는 양 악용하는 게 문제라는 거다. 

교회 재산은 교인들의 헌금과 기부, 기타 교회의 수입으로 이루어진 동산, 부동산 및 금전채권 등 일체로 형성된다.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등기이전 절차를 거쳐 교회 재산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회 재산은 대표자 명의가 담임목사로 돼 있더라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나눌 수 없다. 교회의 경우 어느 한 개인의 재산이 아닌 교인 전체의 '총유'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가 오랜 교회의 경우 교회에 축적된 재산은 선대 교인들의 헌금과 부동산 가액 상승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교회 재산 형성에 크게 기여하지 않은 지금의 교인들이 이걸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게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서 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 "실제 교인 수가 줄어드는 교회에 새로 전입한 교인들이 다수결로 교회 재산을 처분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교회 재산 소유권은 교회가 평화로울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교인들이 서로 분열돼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 발생하면 누구를 총유권자로 보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했다. 이 지적은 교회 재산 사유화 방지와 공공성 확보가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 현안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교회를 새로 설립한 교인들은 기존교회 인원의 3분의 2를 넘어야 이전 교회의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판결했다. 이는 한국교회 내 분쟁으로 인한 분열과 재산귀속에 관해 그 이전 50년 동안 이어진 법 규정을 바꾼 새로운 판례라는 의미가 있다. 그 이전 대법원은 교회의 재산은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또는 합유)에 속한다고 판시했다(1993. 1. 19. 선고 91다1226). 또 교회의 소속 교단 변경은 교인 전원의 의사에 의하여만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1978. 10. 10. 선고 78다716).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교회의 재산은 그 교회에 소속된 잔존 교인들의 '총유'로 귀속되는 게 원칙"이라고 판단한 건 사단에 대한 통일적 규율과 함께, 개별 교인들의 종교의 자유 보호를 조화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교인이 교회를 탈퇴하거나 새 교회를 세운 경우, 기존교회의 '총유'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여할 권리를 잃게 만든 게 핵심이다. 이는 재산 분쟁과 관련된 사단으로서의 교회에 대해 다른 법인 아닌 사단에 관한 민법의 일반원리를 적용함으로써 사법질서의 통일성을 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런 판례를 악용하는 사례가 최근 일부 교회의 분규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사적 소유인 '총유' 재산을 교회 정관과 총회 결의에 따라 교인들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된 것이 문제를 유발한 요인이다. 

교회 해산이나 다른 교회와의 합병 시 남아있는 교인들이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재산 처리에 관한 내용을 교단 헌법이나 교회 정관에 세밀하게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해산·합병에 대비하는 정관 규정을 둘 것을 조언하고 있다. 

교회 내에서 다툼이 일어나 교인과 교회 재산이 나뉘는 상황까지 가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이로 인해 교인들이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거나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신뢰가 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정으로 가기 전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처신일 것이다. 

사회법이 교회 재산을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총유' 재산으로 인정한 건 분쟁에 따른 분열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제동장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성도라면 교회 분규에 있어 법률적 규정을 따지기 전에 그 재산이 헌금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헌금은 성도가 하나님께 바친 것으로, 교인들 손에서 떠난 교회의 공적 재산이다. 분쟁의 와중에서 이걸 차지하려 싸우는 건 하나님의 소유를 도로 빼앗아 차지하려고 탐욕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재물을 서로 통용하고,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었다(행 4:32-35)'. 내가 가진 소유가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 나아가 '하나님의 것'이란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다. 예배와 복음 전파, 이웃 사랑을 위해 온전히 사용돼야 할 교회 재산을 마음대로 나누고 처분하는 건 주님의 몸을 찢는 행위나 다름없다. 중단하고 돌이키지 않으면 하나님의 영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신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