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서로 다른 톤의 논평을 내놓으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9월 22일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김정은과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했으나, 9월 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표현을 바꿨다. 

이 같은 변화는 내달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안정을 이끌었다"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동시에 비핵화 대신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했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는 과거 행정부 시절에도 쓰였으나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최근 유엔 총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핵화 언급이 빠진 점은 대화 재개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백악관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했지만 이번에는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표현으로 바꾸며 대화 분위기 조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 역시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포기한다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양측의 발언이 맞물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다. 이는 취임 이후 북한과 가장 가까운 일정으로,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 가능성에 기대가 모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예고 없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전례가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는 사실상 단절됐지만, 그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 판문점 회동을 전격 제안했고, 북한이 즉각 화답하면서 하루 만에 성사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자리에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DMZ 방문은 정말 좋았다"고 회상하며 "올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또한 비공개 회담에서 APEC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해 보자는 제안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의 이번 논평 변화는 단순한 표현 조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북미 관계 향방을 가를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